저자인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이하 뭉치)의 좌담회 명칭이다. 기사 방향에 따라 편집되거나 필요에 의해 인용되는 증언이 아닌, 당사자들의 거침없는 발설이라는 관점의 전환을 담고 있다.
성매매 이슈를 다뤄야 한다는 확신을 가진 계기는
성매매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뿌리 깊고 광범위한 여성 대상 폭력이다. 그럼에도 너무 많은 자본이 얽혀 있기에 마치 자연현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다들 용인하고 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 폭력을 계속 들여다봐야 한다.
당사자의 경험을 엿보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하는 감각을 선사하는 책이 되기를 바랐다. 맨 첫 장부터 “똑똑! 안녕 오빠!”라는 말로 독자를 그 현장으로 불러들이는 이유다. 성 구매자의 혐오스러운 발언부터 지독한 폭력에 대항하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되, 독자가 너무 피곤하거나 역겹지 않도록 약간 유머러스하게 시각화했다.
“뭉치들이 함께 모여서 그동안 다녔던 업소의 이름을 적어보았다”라는 한 줄을 읽는 순간 그 모습이 상상되면서 이 운동이 가진 힘이 편집자인 내게 크게 와닿았다. 여러 일을 겪고 탈성매매를 한 뒤 모여서 서로의 경험을 해석하고 반성매매운동을 함께하는 그들이기에 적을 수 있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 뒤 “이름 꼬라지하고는” “꼭 다 망해라!”라고 외치는 게 뭉치들의 현재와 발설의 의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느꼈다.
“‘엄마, 나 1만 원만 줘요. 저기 잡채 좀 사 먹게.’ 이러고 살았는데요, 초라하게.” 책을 내야겠다고 결심한 문장이다. 여기서 ‘엄마’는 장부를 보는 마담으로 온갖 비용을 떼어가면서 여성들을 통제하는 존재다. 소위 ‘그런 일을 하는 여성’들은 돈을 많이 벌고 사치가 심하다는 이미지를 세상에서 얼마나 많이 재현하는지 생각했다. 우리 모두는 성 구매자의 관점에서 자유롭지 않다. 성매매 문제를 “우리의 피해가 아닌 그들의 가해”로 돌려놓으려 한다고 말하는 뭉치처럼 사람들이 함께 이 책을 읽고 관점의 디톡싱을 하길 바란다. 구조의 폭력을 함께 정확히 겨냥할 수 있도록.
책 커버를 열면 날개에 단 한 문장만 쓰여 있다. “어떤 성매매도 괜찮지 않다. 왜냐하면.” 그리고 책의 첫 줄부터 끝 줄까지가 몽땅 이유가 된다. 그게 꼭 전해져서 사람들이 “어떤 성매매도 괜찮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건 어떤 면에서 봐도 정당한 거래나 노동이 결코 아니다.
있다! 책의 가장 멋진 점은 한 권의 책을 통째로 읽는 동안 개개인이 다양한 지점에서 다양한 문제의식을 주관적으로 발전시켜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편집된 문장이나 짧은 인용에서 얻은 앎과는 비할 수 없이 긴 생명력과 생각이 결국 변화를 만든다.
이두루 편집자 일상에서 피부로 느끼던 문제가 기획으로 다뤄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6회에 걸친 〈한국일보〉 기획 기사를 만났다. 남보라·박주희·전혼잎 기자의 엄청난 취재 양을 짐작할 수 있었고, 그걸 낱낱이 들려주고 싶었다. 제목은 기획 기사의 타이틀에서 가져왔다.
숫자. 착취 실태를 조명한 책의 1~3부를 보면 알겠지만 간접노동자 대부분이 월급의 얼마를 떼이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원청에서 노동력을 지급받은 대가로 하청에 지급한 순수인건비를 뜻하는 노무비를 이 책에서 밝히는데, 이런 자료를 확보한 것만으로 엄청난 성과라고 생각한다.
간접노동자들의 실제 급여와 중간착취 금액을 20쪽에 걸쳐 비교·나열한 ‘노동의 대가를 도둑맞은 100명의 이야기’는 어떻게 구성하게 됐나
특집 기사의 첫 회로 보도된 내용이다. 100명의 인터뷰이라면 충분히 1000명, 1만 명의 이야기로도 읽힐 수 있다고 생각해 저자들에게 이를 날것으로 싣고 싶다고 했다.
책 후반부에 역대 노동부 장관과 국회의원들의 속기록을 그대로 실은 부분이 있는데, 편집자로서 이 부분을 작업하며 절망감을 느끼긴 했다. 결코 희망을 안겨주지 못한 채로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
제목에 이미 지옥이라는 강렬한 단어가 쓰였으니 이 외 다른 직접적인 표현과 디자인, 특히 빨간색은 피하고 싶었다. 노동자를 상징하는 인물의 머리에 그려진 착취를 의미하는 손길 또한 디자인적 요소로 보이길 바랐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불러일으킨 책이다. 우리 회사가 청소 용역노동자들을 고용하는 방식에 대해 대표에게 문의하기도 하고, 앱으로 호출한 택시를 타고 가며 서비스 이용자 입장에서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없는지 기사님들께 묻게 됐던 것처럼.
이야기는 행위보다 오래 존속한다. 기록을 통해 의미를 탐구할 때 잘못된 길로 나아가던 사회가 방향을 틀 수 있는 계기도 싹튼다고 믿는다. 훌륭한 목격자의 기록도 좋지만, 자신이 겪은 것을 직접 기록하는 노동자와 권력 피해자가 더 많아졌으면.
이은혜 편집자 한번 마음을 정하고 나니 다른 제목은 마음에 차지 않았다. 다른 후보로는 〈죽음의 미래〉 〈죽음 사용설명서〉 등이 있었다.
주간지 〈시사인〉에 5회에 걸쳐 진행된 시리즈가 토대가 됐다. 웰다잉, 호스피스 완화 의료, 존엄사(안락사) 논쟁 등 ‘좋은 죽음’에 대한 논의는 그동안에도 존재했지만 ‘존엄한 죽음’이라는 단어 뒤의 현실이 무엇인지 살펴보려고 했다. 죽음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연루된 사회적 사건임을 질문하고 싶었다.
우리가 태어나 죽을 때까지 누워서 자거나 생활 일부분으로 사용하는 사물이므로. 1쇄 한정 표지로, 소장욕구를 자극하려는 의도도 있다.
한 사람이 사회에 태어나 병들고 죽어가는 과정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 그 여정에 많은 타인이 관여한다는 점이 구성을 통해 드러나기를 기대했다. 따로 떼어놓고 말할 수 없는 주제인 삶과 질병, 돌봄, 죽음을 연결해 ‘삶과 질병’ ‘질병과 돌봄’ ‘돌봄과 죽음’ 3부로 구성한 이유다.
죽음과 일상이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는 모두 ‘유가족’이다. 가까운 이를 잃어본 경험을 가진 독자 모두에게 죽음에 대한 설명서가 되길 바란다.
질병과 죽음을 다룬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희망을 느낀 부분이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나의 죽음을 운에만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죽음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 또한 책의 중요한 목표였다. 방문 진료를 실시하는 ‘건강의집의원', 여성주의 철학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살림의원’처럼 의료진과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대안에서 희망을 본다.
존엄사에 대한 개인의 고민과 생각을 점검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방법 중 하나다. 언제부터 우리는 아프면 차라리 ‘깨끗하게 죽어버리는’ 미래를 상상하게 됐을까? 존엄사를 시행하는 국가들의 공통점은 사회복지가 잘돼 있는 나라다.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는 것이 존엄사가 아니라 그 사회가 갖추고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됐다.
죽음을 둘러싼 각자의 내밀한 경험이 더 많은 보편적 이야기로 나뉠 때 삶도 조금 덜 잔인해진다. 독자들이 이 책을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로 사용해 주길.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지식 위에서 현실이 구성된다면 책은 그런 전제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로 갈 수 있게 해준다. 무엇보다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다른 일을 할 수 없다. 독서를 통해 비로소 자유로워지고, 이 자유의 시간에 질문이 고인다.
장일호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