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패션쇼에서 생긴 일 || 엘르코리아 (ELLE KOREA)
FASHION

샤넬 패션쇼에서 생긴 일

제니가 참석한 샤넬의 2022년 S/S 컬렉션 리뷰.

방호광 BY 방호광 2021.11.04
모델 비비언 로너가 사진을 찍는 흑백사진으로 장식한 샤넬의 초대장과 티저 영상은 쇼가 시작되기 전부터 우리의 기대감을 상승시켰다. 쇼 당일에는 “수많은 추억을 연상시키는 마법 같은 대상이자 섹시한 제스처라고 생각한다”던 버지니 비아르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긴 듯한 제니, 릴리-로즈 뎁, 레베카 다얀, 알마 조도로브스키, 콰나 체이싱호스-포츠 총 다섯 명의 뮤즈가 카메라를 손에 들고 같은 제스처를 취하는 모습을 사진작가 듀오 이네즈와 비누드가 촬영한 영상을 선보였다. 버지니 비아르는 “칼 라거펠트는 샤넬 캠페인 사진을 직접 찍었다. 지금은 패션 포토그래퍼와 함께 작업하고 있는데, 이들이 샤넬을 바라보는 방식이 좋다. 나에게 무한한 힘과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80년대 감성을 런웨이와 컬렉션에 그대로 재현한 버지니 비아르는 패션 포토그래퍼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듯했다. 파리 패션위크의 마지막 날은 폭풍우 속에서 시작됐다.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쇼장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를 기다린 건 앞서 언급한 다섯 뮤즈의 영상을 상영하고 있는 대형 스크린이었다. 이 스크린은 패션쇼가 시작되기 전 기대감을 상승시키는 티저로서 완벽한 역할을 했다. 이전의 샤넬 쇼들이 특별한 미장센으로 우리를 압도했다면 이번 시즌의 패션쇼는 그보다 훨씬 더 정제된 디자인이었다. 사방이 검은 벽으로 감싸인 홀 안에 거대한 비비언 로너의 흑백사진 그리고 그 위에 골드 컬러로 쓰인 샤넬의 이름은 80년대 쇼의 시그너처 런웨이를 떠올리게 했고, 그 이름만으로도 압도적이었다. 이 클래식한 런웨이 주위를 먼저 도착한 포토그래퍼들이 빽빽하게 자리해 다이내믹한 분위기를 쇼 시작 전부터 느낄 수 있었다.
 
“80년대 모델들이 높은 런웨이를 걸을 때 터진 플래시 소리를 무척 좋아했다. 그 감정을 다시 담아내고 싶었다”는 버지니 비아르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 런웨이부터 포토그래퍼 뒤로 빽빽하게 놓인 좌석을 채운 관람석까지 패션쇼 전부터 흥분과 기대감으로 가득한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비비언 로너가 등장한 마지막 장면에서 그대로 빠져나온 듯 그녀가 오프닝을 장식하며 쇼가 시작됐다. 심플한 수영복은 칼 라거펠트의 80년대 컬렉션을 재조명하는 룩이었다. 수영복들은 체인 벨트와 연결되기도 했고 골드 네크리스, 메시 스커트 그리고 사이클리스트와 매치돼 그 어느때보다 경쾌한 분위기로 시작했다. 샤넬의 아이코닉한 트위드 수트는 솜사탕 같은 핑크와 라일락 컬러를 메인으로 햇빛을 연상시키는 옐로와 코럴, 화이트 컬러의 미니드레스로 선보였다. 블랙 시폰 위의 컬러플한 나비 프린트와 사롱(Sarong) 같은 룩이 돋보이는 롱 드레스들이 조지 마이클의 노래 ‘프리덤’(Freedom)’ 사운드에 맞춰 모델들의 생동감 넘치는 워킹과 함께 피날레를 장식했다. “언제나 무언가 로맨틱한, 미스터리한 느낌을 주는 것을 좋아한다”고 전한 버지니 비아르의 말처럼 이번 컬렉션은 한없이 사랑스러우면서도 우아함과 생동감 그리고 섹시미를 적절하게 조화시켰다.
 
팬데믹이 끝나지 않은 상황, 몇 시즌 동안 침체되었던 패션 위크의 새로운 전환점을 상징하듯이 쇼 내내 모델들은 유쾌한 분위기로 힘차게 걸어가며 미소 지었다. 런웨이 끝에 자리 잡은 포토그래퍼 듀오 이네즈와 비누드 그리고 양옆의 수많은 포토그래퍼 역시 열정적인 분위기로 포즈를 취하는 모델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촬영했는데, 이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몇몇 모델은 가벼운 댄스 스텝을 선보이기도 하며 굉장히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런웨이 위의 활기차고 신나는 분위기는 금세 쇼장 안의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 바이러스처럼 전염되어 얼굴에 미소를 머금게 했다. 프런트로의 셀러브리티들 역시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며 박수 치고 춤추는 등 샤넬이 만들어낸 분위기에 온전히 취해들었고 그야말로 축제의 한 장면을 목격한 듯했다.
 
카메라를 들고 모두 같은 모습으로 촬영한 샤넬의 뮤즈들. 알마 조도로브스키. 카메라를 들고 모두 같은 모습으로 촬영한 샤넬의 뮤즈들. 제니. 카메라를 들고 모두 같은 모습으로 촬영한 샤넬의 뮤즈들. 릴리-로즈 뎁. 카메라를 들고 모두 같은 모습으로 촬영한 샤넬의 뮤즈들. 콰나 체이싱호스-포츠. 카메라를 들고 모두 같은 모습으로 촬영한 샤넬의 뮤즈들. 레베카 다얀.
“패션은 옷, 모델, 사진에 관한 것”이라고 버지니 비아르가 말했듯이 거추장스러운 스토리로 주위를 혼란시키지 않고, 그야말로 가장 중요한 원점에 초점을 맞춘 컬렉션이었다. 패션이란 정의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으며, 누구나 입고 싶어 하는 여성들의 로망을 대변해 준 컬렉션. 회색빛 비구름이 가득한 파리 한가운데서 샤넬의 2022년 봄/여름 컬렉션을 보며 뜨거운 태양 아래 생동감 넘치는 해변과 로맨틱한 서머 홀리데이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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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방호광
    글 김이지은
    사진 CHANEL
    디자인 민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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