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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천재 폴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름날의 슬럼프를 완벽히 극복하고 새 앨범 <찬란한 계절>으로 돌아온 폴킴을 만났다.

BY장효선2021.11.02
 
 
얼마 전, 총 세 곡이 수록된 새 앨범 〈찬란한 계절〉이 발매됐죠. 어떤 반응을 기대했는지 
어떤 반응이 나오든 흥분하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의외로 잘 휘둘리는 편이거든요.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못한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마음이 흔들렸어요. 이번 앨범 만들면서 제일 좋았던 건 과정을 즐겼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저 즐겁게 활동하고 싶은 마음뿐이고요. 힘든 작업이었지만 배운 것도 많아요.
어떤 점이 힘들었나요 
그냥 이번 여름이 좀 힘들었어요. 길을 잃은 느낌이랄까. 미래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죠. 여전히 완벽하게 극복했다는 느낌은 없지만 나아지고 있어요. 혼자 모든 걸 짊어질 필요는 없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음악을 만들 때도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해나가야 한다는 욕심이 컸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여러 사람을 믿으며 작업했어요. 첫 번째 트랙 ‘Gloomy Sunday’는 친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작업했고요. 나머지 두 곡은 받은 곡이에요.
 
브라운 체크 재킷은 Cool Tm by Boontheshop Men. 리본 블라우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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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 트렌치코트는 8 by Yoox. 롱 슬리브리스 톱과 베이지 와이드 팬츠는 모두 From Arles. 셔츠는 Ports V. 투박한 디자인의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체크 트렌치코트는 8 by Yoox. 롱 슬리브리스 톱과 베이지 와이드 팬츠는 모두 From Arles. 셔츠는 Ports V. 투박한 디자인의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타이틀곡 ‘찬란한 계절’은 평소 흠모하던 프로듀서 구름과 만들었죠
너무 좋아하는 아티스트라 티 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는데 왠지 용기가 났어요. 쓴 지 얼마 안 된 곡이었고, 작사도 반 이상 완성돼 있었는데 첫 가사부터 ‘비가 내리는 반대편으로’라고 시작하길래 ‘나를 위해 쓴 건가?’ 싶었죠(웃음). 동해의 찬란한 햇살이 잘 담긴 뮤직비디오도 마음에 들어요. 
‘이제까지 폴킴의 음악이 마냥 풋풋하기만 했다면 이젠 조금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 적 있어요. 이번 앨범도 그 연장선인가요 
어느덧 8년 차니까요. 좀 더 프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프로페셔널하다’고 느끼는 때는 
화보 촬영 전날 밥 안 먹을 때(웃음)? 여전히 작업할 때는 마냥 재미있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못해도 되고, 실수해도 되고, 오히려 프로가 아닌 것처럼 임해야 좋은 음악이 나오는 것 같거든요.
서울 올림픽공원을 시작으로 11월 6일부터 전국 투어 콘서트를 시작하죠. 2년 만의 전국 투어라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9개 도시에서 약 20회 공연이 예정돼 있는데 회차가 많아 걱정돼요. 너무 오랜만이라 부담도 있는데…. 제가 잘 헤쳐 나갈 수 있는지 저도 지켜 보려고요.
무대 위에서 언제나 능수능란해 보이는 ‘프로 공연러’인 당신도 무대에 서면 떨리나요 
그럼요. 긴장 많이 하는 편이에요. 너무 떨려서 유튜브에서 호흡법이나 심장 박동수 낮추는 법을 찾아 본 적도 있어요. 효과는 없더라고요(웃음). 처음 관객을 보며 노래했을 땐 정말 많이 떨었는데 그래도 이제는 얼굴도 바라보며 공연하는 데 많이 익숙해지긴 했어요. 힘든 시기에 서로 담아둔 얘기도 하고 공감도 하면서 즐기고 오고 싶어요.
지난 7월에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대표곡 ‘비’의 2021년 버전을 공개하기도 했죠. 많은 팬들이 기뻐했는데 
‘비’는 결과를 떠나 개인적으로 뜻 깊은 곡이에요. 제 음악 인생의 시작점에 그 노래가 있었으니까요. 2016년에 그 곡을 발표하고 2년이 지나 처음으로 페스티벌 무대에 서게 됐을 때 무대 위에서 이렇게 생각했던 게 아직도 기억나요. ‘정말 잘 버텼다. 계속 음악하길 정말 잘했다’. 
비 오는 날, 일하던 카페에서 썼던 그 노래를 다시 부르며 느낀 변화도 있을까요 
당시에 그 노래를 불렀을 땐 최대한 감정을 억누른 채 담담하게 부르려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덤덤하게 부를 수 있었죠. ‘비’를 이별로 생각한다면 그땐 이별의 슬픔을 억누르려 했던 거고, 이젠 미련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로 그 때를 웃으며 추억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가사를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부를 때마다 뭔가 와 닿는 게 있어야 한다는 주의예요. 예전에는 가사를 쓸 때 ‘듣는 사람이 과연 내 얘기에 공감할 수 있을까?’를 더 많이 고민했어요. 하지만 결국 저마다 경험이 다르니 같은 노래를 들어도 떠올리는 장면은 제각각이더라고요. 이젠 가사로부터 내가 떠올릴 수 있는 장면이 있는지를 제일 먼저 생각해요.
 
 
유니크한 실루엣의 수트 세트업은 Pushbutton. 보디수트와 슈즈는 모두 Prada. 리본 디테일의 블라우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유니크한 실루엣의 수트 세트업은 Pushbutton. 보디수트와 슈즈는 모두 Prada. 리본 디테일의 블라우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파스텔 톤의 재킷은 Jacquemus by Yoox. 스트라이프 셔츠는 From Arles. 브라운 컬러의 터틀넥 니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파스텔 톤의 재킷은 Jacquemus by Yoox. 스트라이프 셔츠는 From Arles. 브라운 컬러의 터틀넥 니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못한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마음이 흔들렸어요. 이번 앨범 만들면서 제일 좋았던 건 과정을 즐겼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저 즐겁게 활동하고 싶은 마음뿐이고요.
 
포멀한 디자인의 수트 세트업은 Auralee by Beaker. 유니크한 니트 짜임의 베스트는 Satur. 프린트 스니커즈는 Maison Margiela. 리본 디테일의 블라우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포멀한 디자인의 수트 세트업은 Auralee by Beaker. 유니크한 니트 짜임의 베스트는 Satur. 프린트 스니커즈는 Maison Margiela. 리본 디테일의 블라우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루 더블 수트는 kimseoryong. 옐로 셔츠는 Fendi. 블랙 슈즈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블루 더블 수트는 kimseoryong. 옐로 셔츠는 Fendi. 블랙 슈즈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월요일부터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을 담은 ‘휴가’란 곡이나 팬데믹 시대의 안타까움을 노래한 ‘집돌이’란 곡처럼 소소한 일상에서 나온 곡도 많아요 
일상에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으로 만든 곡이에요. 재미있다고 느낀 포인트를 평소에 잘 적어뒀다가 나중에 노래로 만들죠. 제가 별건 없지만 인생을 재미있게 살려고 꽤 노력하는 편이거든요. 남들은 집에서 혼자 뭘 그렇게 하냐는데 전 정말 바빠요. 좋아하는 가수 뮤직비디오도 챙겨 봐야지, 혼술도 즐겨야지, 할 게 너무 많답니다. 
의외로 SNS도 굉장히 활발히 해요. 1년 차 ‘틱톡커’이기도 한데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한 걸 다른 사람과 자꾸 공유하고 싶어요. 그런데 틱톡은 좀 어렵더라고요. 춤도 춰보고, 연기도 해봤는데 제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걸 남도 꼭 재미있어 하는 건 아니더군요(웃음). 세대 차이도 느끼고요. 그래서 더 욕심이 생겨요. 틱톡 세대의 감성을 이해하고 싶어요. 
그러다 다큐멘터리 〈백년만의 귀향, 집으로〉나 〈놀면 뭐하니?〉처럼 의외의 곳에서 불쑥 등장하기도 해요. 음악 외의 일에 있어서는 어떤 기준에 의해 움직이나요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을 찾아가는 프로젝트였던 〈백년만의 귀향, 집으로〉 같은 경우는 취지부터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했지만 그걸 통해 제가 얻을 수 있는 게 굉장히 클 거라고 생각했어요. 전 개인주의적인 사람이거든요. 어떤 선택을 내릴 때 그로 인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먼저 생각해요. 평소에 할 수 없는 경험이나 배움이 있을 것 같으면 ‘오케이’하죠. 그런데 늘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걸 얻어와요. 〈비긴어게인 3〉도 마찬가지였고요.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소중한 인연도 많아요.  
사람에 대한 애착이 깊은 사람 같아 보여요 
아마 유학생활을 오래 한 영향일 거예요. 어릴 때부터 이별할 일이 많았기 때문인지 사람에 대한 애착이 깊은 사람으로 자랐죠. 다행히 지금은 주변에 좋은 사람도 많고, 안정적인 관계에 둘러싸여 있으니 틈틈이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면서 살고 있어요.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기 위해 어떤 사람이 되려 하는지 
솔직하려고 해요. 그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제일 빠른 길이더라고요. 그런 과정이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지만 내가 솔직해야 솔직한 피드백이 오고, 그러면서 관계가 점점 단단해진다고 믿어요. 
가온 차트에서 ‘모든 날, 모든 순간’이 ‘2010년대 음원 차트’에서 8위를 기록하며 2010년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어요. 그만큼 잘 달려왔다는 증거겠죠. 2020년대는 어떤 길을 걷고 싶나요  
2020년대를 또다시 대표해야죠(웃음). 과거도 중요하지만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더 중요하니까요.  
10년 뒤의 나에게 딱 하나의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만족해?’ 성과를 떠나서 정말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어요. 저한테는 그게 제일 중요해요. 나중에 과거를 돌아보며 확신을 갖고 이렇게 답하고 싶거든요. “재밌었어, 진짜 재밌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