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어떤 나라에서는 비트코인이 생명줄이다_돈쓸신잡 #9

비트코인이 전 세계를 들썩거리게 한 이유.

BY김초혜202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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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은 왜 비트코인을 증오하나  

비트코인에 관한 담론은 너무 거대하고 복잡해서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볼 지점이 있다. 강력한 두 나라가 비트코인을 증오한다는 사실이다. 이 두 나라는 당연히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 금융당국은 틈만 나면 비트코인을 때린다. 비트코인 거래를 규제하겠다며 엄포도 놓는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은 아예 비트코인 채굴 자체를 불법으로 낙인찍었고 엄격한 단속에 나섰다.
 
미국, 중국뿐만 아니라 선진국 정부 대부분이 비트코인을 싫어한다. 왜 그럴까. 국가가 보유한 가장 큰 권력이 바로 화폐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사실상 달러를 찍어내며 전 세계를 지배하는 나라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냐, 내리느냐에 따라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린다.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폐렴에 걸리는 구조다. 중국 역시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펼치며,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중이다. 그런데 갑자기 비트코인이라는 녀석이 끼어든 것이다.  
 

통제받지 않는 자산 비트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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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의 특징을 단어 하나로 표현하면 ‘탈중앙화’다. 쉬운 예를 들어보겠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돈은 국가에서 발행한다. 이 돈을 지방에 있는 부모님에게 송금하려면 은행 전산망을 거쳐야 한다. 즉, 우리가 사용하는 지폐는 국가와 금융기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다르다. A라는 사람과 B라는 사람이 비트코인을 거래할 때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중재자가 없다. 국경도, 환율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론적으로만 따지면 우리는 지금 당장 아프리카에 어딘가에 있는 사람에게도 비트코인을 보낼 수 있다.
당연히 화폐를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을 쥔 선진국 입장에서 비트코인은 골칫거리다. 비트코인은 자신들이 제어하기 어려운 유령과 같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과 중국이 비트코인의 숨통을 아예 끊는 게 가능했다면 이미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그러지 못했다. 비트코인을 없애는 건 사실상 포기했다는 뜻이다.
 
안타까운 건, 우리나라에서 비트코인을 다루는 방식은 한쪽으로만 치우쳐 있다. 대다수 사람은 오직 이 자산의 가격에만 관심을 둔다. 투자 혹은 투기의 대상으로만 비트코인을 대한다. 비트코인에 관한 기사들을 봐도 가격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비트코인이라는 새로운 현상에 왜 전 세계가 들썩거리는지에 대해서 한 번쯤 심사숙고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탈레반 그리고 비트코인

우울한 가정을 해보자. 당신의 조국이 갑자기 망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실제로 전 세계 어떤 지역에서는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이야기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완전히 점령하기 전에 이 나라 국민은 은행으로 달려갔다. 탈레반이 국가를 점령하면 은행에 맡겨둔 돈을 찾기 어려울 거라는 공포감 때문이었다. 실제로 고객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은행이 속출했다. 그나마 운 좋게 돈을 인출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이 돈은 어디까지나 아프가니스탄 화폐다. 이 돈을 들고 다른 나라로 탈출해봐야, 그 지폐로 외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실제로 탈레반이 점령한 이후 아프가니스탄 화폐의 가치는 폭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국 경제 전문매체 CNBC에서 아프가니스탄과 비트코인에 관한 꽤 심도 있는 기획 기사를 썼다. 이 기사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비트코인이 구원자로 떠오르고 있다. 국가가 발행하는 통화의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으니, 새로운 자산인 비트코인에 눈을 돌리는 아프가니스탄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면서 CNBC는 가족을 아프가니스탄 바깥으로 탈출시키기 위해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청년의 사례 등을 소개하며 이 아수라장 속에서 암호화폐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자세하게 보도했다. 즉, 아프가니스탄처럼 아비규환에 빠진 나라에서는 추적 불가능하고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통하는 비트코인이 동아줄 역할을 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탄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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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탄생한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도 주목해봐야 한다. 아프가니스탄처럼 금융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어디에 자신의 자산을 저장해둬야 할까. 은행도 믿을 수가 없고, 국가도 믿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이런 나라는 아프가니스탄이 아니더라도 전 세계에 수두룩하다.
 
우리나라처럼 금융 인프라가 튼튼한 곳에서는 비트코인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나라가 한국처럼 선진적인 금융 시스템을 갖춘 건 아니다. 예컨대, 최근 비트코인을 국가 법정화폐로 채택한 엘살바도르를 보자. 이 나라는 국민의 70%가 은행 계좌조차 없을 정도로 인프라가 취약한 곳이다. 국민 10명 중 7명이 금융시스템에 접근조차 못 할 정도로 가난한 상태에 놓여있다는 뜻이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채택한 이유는 취약 계층에게 금융 서비스 장벽을 확 낮추기 위해서다.
 
세상은 단 한 번도 완벽하게 이상적이었던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유토피아가 될 확률은 희박하다. 비트코인이라는 현상은 바로 이런 지점에서 생각을 해봐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비트코인을 모은다. 그들에게 비트코인은 단순한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과 가족을 살리는 동아줄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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