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샌들의 계절, 여름이다. 꽁꽁 감춰둔 발의 맨살을 드러낼 다양한 여름 신발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올여름 유독 존재감이 강력한 슈즈는 바로 ‘쓰레빠’를 꼭 닮은 디자인의 슬리퍼들이다. 처음엔 ‘이걸 어떻게 신어?’라고 코웃음 치다가도 자꾸만 마음이 가는 마성의 신발! 비록 수십만원에 달하는 놀라운(!) 가격에 망설임이 앞서지만, 럭셔리 브랜드들이 올여름 앞다투어 선보인 서머 슬리퍼를 눈 여겨 보자.
지난 시즌 호텔 슬리퍼가 떠오르는 독특한 슈즈로 ‘히트다 히트’를 기록한 발렌시아가. 한여름에 털이 북슬북슬한 털 슬리퍼를 신을 수 없는 노릇이니, 이 계절에 제격인 러버 소재의 컬러 슬리퍼를 선보였다. 작은 키가 콤플렉스인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청키한 굽의 고무 슬리퍼와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슬리퍼. 발렌시아가의 멋들어진 로고까지, 안 사고는 못 배긴다.
슬리퍼도 지미 추가 만들면 어딘가 좀 다르다. 특유의 호화로운 파티 분위기와 장식적인 디테일을 더해 지미 추의 감성이 고스란히 투영된 ‘좀 다른’ 슬리퍼가 탄생했다는 말이다. ‘쓰레빠’ 전면에 진주를 주렁주렁 장식할 생각은 정말이지 지미 추만 할 수 있는 새로운 발상이다. 이제 더 이상 파티에서 높은 힐을 신고 고통에 시달리지 않아도 될 듯. 몸에 차르르 감기는 슬립 드레스를 입고 이 슬리퍼를 신는다면 얼마나 예쁠지, 상상만으로 행복해진다.
모든 브랜드가 그렇지만, 구찌는 정말이지 브랜드 로고에 진심이다.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하우스의 수장이 된 후 촌스럽다고 여겨졌던 로고가 제대로 신분 상승에 성공하며 옷, 가방, 신발 위에 아낌없이 그려졌으니까. 프리폴 시즌의 고무 슬라이드에 장식된 GG 로고 역시 온몸으로 ‘나 구찌예요’를 외치고 있다. 게다가 한 땀 한 땀 섬세하게 로고를 뚫어 완성했다고. 판매가 48만원 이유가 여기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