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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운 '수현'

지금 영화 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여배우, 마블 영웅들의 전쟁터로 향하기 직전 <엘르>와 조우한 그녀가 SF 웨스턴영화의 헤로인으로 변신했다.

프로필 by ELLE 2014.05.16

 

에스닉 프린트의 시폰 드레스 자락에 슬릿이 들어가 센슈얼한 느낌을 더한 엠파이어 라인 드레스는 Emilio Pucci, 볼드한 뱅글은 Calvin Klein jewelry 골드 뱅글은 Odette New York by Beaker. 양손에 착용한 링은 모두 Vintage Hollywood. 브라운 스웨이드 소재의 웨스턴 부츠와 모자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엠파이어 라인에 시퀸 장식을 더해 화려한 시폰 드레스는 Emilio Pucci. 브라운 스웨이드의 웨스턴 모자와 십자가 펜던트 네크리스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시폰 소재의 소맷단에 스와로브스키 스파이크 장식으로 화려함을 더하고, 허리 라인에는 번개 무늬 시스루 디테일이 가미된 미니 원피스는 Philipp Plein. 체인 드롭 디테일의 이어링은 Vintage Hollywood.

 

 

 

 

 

 

 

소매 끝의 프린지 디테일이 서부영화 속의 주인공 같은 느낌을 주는 스웨이드와 블랙 레더 믹스 재킷은 Junya Watanabe. 레드 컬러 스웨이드 크롭트 톱과 옆 라인에 레이스업 디테일이 있는 팬츠는 Vanessabruno. 블랙 가죽 벨트는 Saint Laurent. 로즈골드 컬러의 꼬임이 있는 뱅글은 Balenciaga. 골드 뱅글은 Odette New York by Beaker.

 

 

 

 

 

 

 화이트 컬러의 슬릿 디테일 롱 드레스는 DKNY. 블랙 페이던트 앵클부츠와 레더 벨트는 모두 Saint Laurent.

 

 

 

 

 

 

블랙 컬러 메시 톱과 블랙 톱, 와이드 벨트는 모두 Emilio pucci. 금빛 레이스 장식과 플라워 패턴의 스커트는 Dolce & Gabbana. 로즈골드 컬러의 꼬임 모양의 뱅글은 Balenciaga. 브라운 컬러의 스웨이드 웨스턴 모자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터드 디테일의 바이커 레더 재킷과 화이트 컬러의 프린지 디테일 셔츠, 캐멀 컬러 프린지 디테일의 스웨이드 롱스커트는 모두 Junya Watanabe. 골드 트리밍 장식의 스트랩힐은 Jimmy Choo. 골드 펜던트 네크리스는 Chloe′.

 

 

지구가 작아지는 걸까, 아니면 대한민국이 커지는 걸까. 세계영화계에서 점차 ‘핫’해지는 한국의 위상에 대한 뉴스는 이제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서울 도심에서 진행된 마블 히어로들의 전쟁,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트론>(이하 <어벤져스2>) 촬영 소식에 쿨한 척하기란 쉽지 않다.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엘르>와 친분을 유지해 온 한국 배우 ‘수현’이 영화 속에서 비중 있는 조연으로 캐스팅됐다는 것. 영웅들의 전쟁터로 향하기 며칠 전, 스튜디오에서 <엘르>의 시나리오를 받아든 그녀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웨스턴영화 속의 강인하고 섹시한 헤로인 같았다. 인생의 극적인 전환점이 되기에 충분해 보이는 이 기회를 그녀는 어떻게 움켜쥐었을까? 그러나 영화와 관련된 이슈들은 아직 ‘극비’인지라 모든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해소할 순 없는 상황. “저도 입이 근질근질해요.” 겸손하면서도 자신만의 페이스를 가진 이의 여유가 느껴지는 미소, 일단 ‘수현’이란 존재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첫 번째 힌트 혹은 예고편으로 충분했다.

 

<어벤져스2> 캐스팅 소식이 공개된 이후 뜨거운 관심에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화 사랑이 얼마나 큰지 실감했다. 덕분에 우리 할머니가 비로소 내가 뭐 하는 사람인 줄 알게 됐다(웃음). 사실 지난해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기회가 없던 것은 아니었는데, 하고 싶다는 확신이 드는 작품을 만날 때까지 기다리자고 내가 고집을 부렸다. 그에 대한 엄청난 보상을 받게 된 것 같다.

 

캐스팅이 확정됐을 때 가장 먼저 알린 이는 남동생! 내가 이 영화의 오디션을 본 걸 알고는 남동생이 더 기대하고 숨막혀 했다(웃음).

 

오디션에서 어떤 점이 강력하게 어필됐을까 일단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캐스팅 후 관계자로부터 그런 얘기를 전해듣긴 했다. 맨 처음 작품에 대한 정보 없이 오디션을 봤을 때나, 나중에 이 작품이 뭔지 알았을 때 내가 ‘같은 모습’이었던 게 보기 좋았다고.

 

느닷없는 행운처럼 보이지만 실은 ‘보이지 않은’ 준비가 있었던 듯하다 2006년 막 데뷔했을 때 <러시 아워> 캐스팅과 관련해 성룡 씨의 전화를 받은 적 있다. 그가 내게 바로 직접! 당시는 오디션을 어떻게 하는지도 몰라서 기회가 지나갔지만, 언젠가 해외에서 활동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다. 재작년부터는 좀 더 본격적으로 기회가 닿는 대로 오디션 비디오를 찍어 보내거나 미국에 가서 미팅을 가졌다. 그래도 할리우드 진출은 ‘과한’ 꿈처럼 느껴졌는데 예상보다 빨리 큰 기회를 얻게 됐다.

 

평소 좋아했던 히어로 물은 어릴 때 미국에서 마블 사의 만화책을 보고 자랐는데 특히 <엑스맨>의 울버린을 좋아했다. 가장 좋아했던 미드는 사라 미셸 겔러가 출연한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 사진을 출력해서 책상에 붙이고 대사를 외울 만큼 푹 빠졌었다. 그런데 바로 그 미드를 연출한 사람이 <어벤져스2>의 조스 웨던 감독! 여자 캐릭터를 멋있게 그려내는 감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인연을 맺게 되어 신기했다.

 

‘교포’ ‘엄친딸’이라는 단어들이 따라 다닌다 교포 아니다. 완전한 한국 사람이다. 미국에는 다섯 살 때 가서 딱 6년 살았다. 다만 언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나이다 보니, 영어를 원활히 구사하게 됐다. 엄친딸도 아니다. 이화여대 국제학부에 진학한 건 항상 내가 사는 곳보다 더 넓은 곳을 바라보며 사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선입견과 스펙을 뺀 ‘수현’은 어떤 사람인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방법으로 길들여지긴 했지만 속은 정반대다. 꽤 감성적이다. 학교 다닐 때도 공부만 열심히 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시끄럽진 않았지만 나만의 세계가 있었다고 할까? 늘 영자 신문이나 <타임>지를 옆에 끼고 뱀파이어 드라마에 대한 생각에 빠져 있는. 책상에 앉아 내 생각을 글로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표현에 대한 욕구도 있었던 것 같고.

 

연예계에 들어서게 된 건 막연히 방송 분야에 관심이 있었고 언론인이나 국제변호사 등 내 목소리를 쓰는 직업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교내 영자 신문사에서 활동하는 등 진로를 찾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했다. 어머니의 권유로 ‘경험 삼아’ 슈퍼모델대회에 나갔다가 연예계 쪽의 제안을 받게 됐다.

 

작품 속에서 주로 ‘당당하고 지적인 미녀’를 연기해 왔다 슈퍼모델 출신, 의도치 않게 생긴 ‘교포’ 이미지로 역할에서 제한받는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각기 다른 인물이었기에 애정을 갖고 배워간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도망자 플랜B>는 맨 처음 시놉시스에 이름도, 성별도 없이 시작해서 차츰 만들어갔던 역할이라 의미가 깊고, <브레인>의 경우는 워낙 연기 잘하는 배우들과 함께해서 많은 자극을 받은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 <스탠바이>에서 털털한 예능국 PD로 분했던 모습이 신선했다 당시 좀 더 이슈가 될 만한 드라마를 할 수도 있었지만, 새로운 걸 시도한다는 마음으로 선택했던 작품이다. 초반에는 시트콤 연기가 힘들어서 많이 울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진짜 ‘김PD’가 되어 즐겁게 촬영했다.

 

남자들의 시선을 받는 데 익숙할 것 같은데 전혀 아니다. 어린 시절의 풋사랑 말고는 이야깃거리가 없다. 여자들한테는 친절하고 장난도 잘 치는데, 남자 앞에서는 많이 무뚝뚝하다. 흔히 말하는 ‘나쁜 남자’ 기질도 있는 것 같고(웃음). 밀당을 잘한다는 게 아니라 일할 때는 오직 일에만 집중한다. 휴대폰 체크도 잘 안 한다. 특히 몸이 바쁘거나 생각이 깊어지면 혼자만의 평화를 찾는 편이다.

 

삶에 있어서 자신만의 페이스가 있는 사람 같다 남의 페이스를 의식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나를 독려하는 데 관심 갖지, 다른 이과 비교하거나 남의 것을 빼앗아 무언가를 얻으려고 하진 않는다. 오디션도 마찬가지다. 반드시 그 역할을 따내겠다고 욕심내기보다 최선을 다해 좋은 인상을 남기면 나중에 기회가 오겠거니 한다. 그래서 떨리지 않고 항상 마음이 편하다.

 

그렇다면 수현의 열정을 충동하는 것은 계속해서 배우고 발전하고 싶은 마음. 재물이나 성공이 아니라 ‘배움’을 목표로 삼는다면, 어떤 경우에도 실패하지 않으니까. 나이가 많이 들어도 집에서 뜨개질만 하고 있진 않을 것 같다.

 

인생의 히어로는 누구인가 우리 아버지. 편법이나 요행 없이 정말 성실하게 노력하며 살아오신 분이다. 때로는 당신을 희생하면서도 책임감 있게 가족을 아우르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아버지가 인정하고 자랑스러워 할 만한 딸이 돼야겠다고 늘 생각했다.

 

내면의 강력한 슈퍼 파워가 발휘될 때는 정의롭지 못한 일이 일어날 때. 보통은 다소 허술한 편이지만 뭔가 정말 불합리하고 ‘선하지 않다’고 판단될 때는 참고 넘어가지 않는 편이다. 특히 여자나 아이들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 그렇다. 내가 가장 약했던 시절, 가까운 이들이 “왜 이래, 넌 여전사야”라는 말을 많이 해줬다. 그들이 발견했던 내 안의 강인한 면을 끌어 내주려고 했던 것 같다.

 

흠모하는 배우들은 대부분 여배우들이다. 특히 케이트 블란쳇. 매 작품마다 새로운 선택을 하는, ‘개척하는 배우’라는 점과 유명세를 의식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태도가 맘에 든다. 지난 오스카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도 얼마나 멋지든지! 기네스 팰트로도 무척 좋아한다. 솔직히 <어벤져스>에 나왔던 배우 중에서 그녀를 제일 먼저 만나고 싶다. 이번 시리즈에 출연할지는 모르겠지만.

 

며칠 후 <어벤져스2> 촬영을 위해 출국한다. 솔직한 심정은 남들이 짐작하듯 마냥 ‘흥분 모드’인 건 아니다.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끝까지 잘해내야 또 다른 기회들이 이어지는 거니까. 그리고 <엘르>에만 살짝 귀띔하는데, 올해 새롭게 제작되는 미드에도 캐스팅이 확정됐다! 솔직히 데뷔하고 나서 3년간 방황의 시간이 있었다. 어쩌다 운 좋게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긴 했는데, 과연 내가 계속 해낼 수 있는 직업일지 많이 고민했다. 그런 힘겨운 시간을 통해 마음을 다잡아 돌아왔고, 적응기를 거쳐 이제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한국을 너머 세계 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그려본다면 조스 웨던 감독이 말했다. 자신이 본 한국은 정말 아름다웠고, 그런 아름다운 한국을 영화 속에 담고 싶다고. 앞으로 만날 이들의 눈에 내가 ‘수현’이기에 앞서 ‘한국 사람’으로 보일 거라는 걸 잘 안다. 나도 그들에게 ‘아름답다’는 인상을 남겨주고 싶다. 단지 외적인 아름다움을 말하는 게 아니라 배우로서나 인간으로서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Credit

  • editor 최순영
  • 김아름 stylist 정윤기 & 신지혜 photo 목정욱 DESIGN 하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