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희, 아직도 그녀가 무섭나요?

운전과 마찬가지로 인생도 초보 딱지를 떼기까지 수많은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얄밉지만 ‘타고난 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과정 없이 단숨에 고속 성장을 하기도 한다. 황선희는 자신이 가진 ‘타고난 많은 것들’을 바탕으로, 지금 빠르게 점핑을 하고 있다.

프로필 by ELLE 2011.04.06


드라마 데뷔작 <싸인>에서 주인공을 죽이는 살인마로 열연하며 강렬한 잔상을 남긴 그녀의 눈빛과 표정은 남다르다. 또한 섬세한 디테일이 가득한 몸짓과 말투에는 신인답지 않은 여유가 묻어난다. 요란하기만한 기존의 살인자들과 확연히 다른 캐릭터를 보여준 그녀는 배역 몰입에도 꽤나 능숙하다. 선량함의 표본인 보조개 가득한 웃음이 메마른 눈빛과 만나 섬뜩함으로 변하는 순간, 그녀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 마땅하다고 믿는 악녀 '강서연'으로 변신한다. 처음부터 너무 ‘자연스럽게 잘’했기 때문이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후회 없이 사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는 그녀의 눈빛에서 조급함이나 두려움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 촬영을 하는데 어색해 하더라. 시청자 입장에서 무서운 건 당연하고, 스스로는 어떤 느낌이 드나?(웃음)
사랑스럽게 바라봐달라고 요구하셨는데 좀 뻘쭘하더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데 다들 무섭다고 하시니까.(웃음)

포즈를 취하면서 강서연처럼 귀 뒤로 머리를 넘기더라. 캐릭터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건가.
긴 생머리를 한쪽으로 넘기는 디테일은 원래 극중 캐릭터를 위해 만들어진 거다. 그런데 그게 습관이 되어 버려서 오늘 촬영하는데도 무의식적으로 계속 하게 된 것 같다.

주인공을 죽이는 캐릭터로 임팩트 있는 신고식을 치뤘다. <싸인>을 찍을 때 어땠나?
분량이 이렇게 많아질지도 몰랐고, 이렇게 크게 주목을 받을 지 전혀 생각도 못했다. 드라마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이렇게 주목을 받게 된 것 같다. 중반 이후에 다시 출연하는 건 알았는데, 20회 마지막에 나올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었다. 그것도 강서연이 윤지훈을 죽인다니! 그 사실을 알고 소름 돋았었다.

브라운관에서는 보기 힘든 여자 살인마 역할이다. 본보기로 삼은 작품이나 참고한 캐릭터 같은 건 없었나.
일부러 공포 영화를 보거나 그러진 않았다. 그냥 시나리오에 있는 강서연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려고 노력을 했다.

처음부터 장르물에, 강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차기작에 부담을 느낄 법 하다.
지금까지의 난 강서연이라는 캐릭터와는 정반대의 성격과 이미지로 살았는데, 이번 작품을 만나면서 새로운 내 모습을 재발견했다. 나를 무섭게 봐주는 것도 기뻤다. 다음에 다른 캐릭터를 맡게 되면 어떻게 봐주실까 기대가 된다.




전광렬이나 박신양 같은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과 연기를 했다. 처음이라 선배들 기에 눌릴 법도 한데, 당당하고 밀리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강서연 자체가 기가 눌리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모든 사람들을 다 자기 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극 속에서는 꿀릴 게 없는 캐릭터였다. 캐릭터의 도움이 컸던 것 같다. (웃음) 그리고 선배님들도 너무 편안하게 해주시고, 집중하고 극에 빠질 수 있게끔 많이 도와 주셨다.

연기를 할 때 감독님이 특별히 요구한 부분이 있나?
품격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말씀을 하셨다. 끝까지 불안한 기색 없이 당당한 모습을 보이라고. 감독님 뿐만 아니라 작가님도 강조하신 부분이었다.

촬영하면서 신경을 많이 쓰거나 기억에 남는 장면.
19회 마지막 신. 윤지훈 선생님을 죽이는 장면이었는데, 촬영이 지연되면서 집중력이 조금 떨어진 상태였다. 윤지훈 선생님을 죽이고 난 다음에 모든 것들을 표정으로 충분히 표현하고 나가야 하는데, 그때 NG가 많이 났다.

어릴 때부터 연기자를 꿈꿔왔나.
어렸을 때는 굉장히 내성적이어서 나서는 걸 안좋아했다. 연극반을 보면서 하고 싶다 라는 생각만 했지, 실천하지 못하는 아이였다. 그러다 어떤 계기가 생겨 연기를 접하게 됐는데, 그 때 만났던 선생님이 나를 잡아주셨다. 그 때부터 연기라는 걸 배우기 시작했고, 대학교를 연극영화과로 가면서 목표가 되고 꿈이 된 케이스다.

그렇게 하고 싶었던 연기를 하게 되었는데 어떤가.
너무 행복하다. 거기다 <싸인>이 첫 작품이어서 너무 영광이다. 비록 나쁜 역할이긴 하지만 나를 알릴 수 있었던 첫 역할이었기 때문에 애정도 가고 불쌍하기도 하다. 절대 잊지 못할 작품이고, 시작부터 좋은 추억을 가진 셈이다.

앞으로 많은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배우들을 만나겠지만, 꼭 한 번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나문희 선생님을 좋아한다. 꼭 엄마와 딸으로라도 출연해 보고 싶다. 상대 배우를 빛나게 해주고 배려해주시는 분이라고 들었던 손현주 선배님과도 한 번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



*자세한 내용은 프리미어 본지 4월호를 참조하세요!

Credit

  • WORDS 박은희
  • PHOTO 박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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