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물, 특히나 특정 등급 다이아몬드 수요가 몇 년째 줄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단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줄었고 하더라도 예전만큼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예물을 하지 않으며 팬데믹 자체도 큰 타격이 됐기 때문이다. 반면 뜻밖의
파인주얼리 수요가 생겼는데 바로
자기 자신에게 예물, 기념일 선물을 주는 사람들이다. 싱글 지인이 “티파니 이 반지가 좋을까? 아니면 까르띠에가 나을까?”라고 물으며 보낸 모델들을 보니 분명 과거엔 결혼이 연상되었을 디자인이고 브랜드도 카테고리를 그쪽으로 설정해 둔 것이었지만 자연스럽게 더 잘 어울리는 쪽을 골라 주었다. 많은 사람이 대학 졸업, 서른 살, 박사 학위 취득 등 의미 있는 순간에 스스로 예물 같은 주얼리를 선물하고 있다. 언제가 될지도, 안 할지도 모르는 결혼을 기다리느니 일찍 장만해 오래도록 쓰면 더 가치 있지 않을까? 또한 유명 보석 브랜드, 모델들은 지속해서 가격을 올리고 있어서 언젠가 살 거라면 빨리 사는 게 더 저렴하기도 하다. 이미 결혼을 했으면 또 어떤가? 하나하나 완성돼 가는 자신만의 컬렉션을 바라볼 때마다 흐뭇할 텐데….
「 웨딩 밴드(wedding band)? 인게이지먼트 링(engagement ring)?
」 서양식 결혼식과 함께 반지를 주며 프러포즈하는 풍습이 들어왔고 결혼하지 않은 커플도 ‘커플 링’이라며 같은 디자인 반지를 나눠 끼기도 한다.
인게이지먼트 링, 즉 약혼반지는 과거엔 약혼식에서 쓰였지만, 약혼식이 사라진 현재는 프러포즈 때 주는 반지와 거의 같은 의미다.
다이아몬드 회사의 초강력 마케팅 때문에 다이아몬드여야만 하는 것처럼 되어 버렸지만, 원래는 다른 보석이어도 상관없다.
웨딩 밴드는 커플 링 개념으로, 결혼식에서 서로 교환 후 기혼자란 의미로 계속 끼고 다닌다. 여자는 인게이지먼트 링과 웨딩밴드를 겹쳐 끼기도 한다. 전통적 보석 브랜드엔 이런 예물 카테고리가 따로 있는데, 원하는 건 가져야 하는 요즘 세대에게 그 구분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웨딩 밴드는 심플한 디자인이 대부분이라 늘 끼는 기본 반지로 좋고, 보석이 두드러지는 인게이지먼트 링은 자신에 대한 맹세로, 또는 칵테일 반지처럼 끼면 그만인 것이다. 서양엔 왼쪽 넷째 손가락 반지의 의미가 아직도 굳건한 나라가 많지만 그런 곳에서 사교활동을 할 때만 다른 손가락으로 살짝 옮겨주면 된다.
「 파인주얼리 입문자의 고민, 옐로 골드? 화이트 골드?
」 옐로 골드, 화이트 골드, 로즈 골드는 다 금이 기본이고 합금한 금속만 다른 것이다. ‘18K’처럼 금 함량이 표기되며 금시세에 따라 재판매할 수 있다. 백금은 플래티넘(Pt)이란 전혀 다른 금속이다. 금보다 훨씬 단단해서 흠집이 거의 안 나고 쨍한 광택이 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재가공이 어려워 금보다 조금 인기가 덜하고 환금성도 떨어진다. 하지만 영원을 기원하는 하이주얼리의 바탕 귀금속으론 백금이 주를 이룬다. 퍼스널 컬러에 따르면 쿨 톤인 사람은 화이트 골드나 백금이, 웜 톤인 사람은 옐로 골드가 어울린다. 로즈 골드는 그 중간으로, 옐로 골드가 안 어울리는데 화이트 골드는 또 싫은 사람이 선택하면 좋다.
그런데 잠깐,
파인주얼리와 하이주얼리는 같은 것일까? 현재 보석 전문가들도 대부분 같은 의미로 쓰고 그런다 해도 큰 문제는 없지만 사실은 미묘하게 다른 것이다. 1702년 조성 후, 보석 브랜드라면 반드시 입성해야만 ‘명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불문율이 있는 파리 방돔 광장(Place Vendôme)에는 반
클리프 아펠, 까르띠에, 쇼메, 쇼파드, 부첼라티, 티파니, 그라프, 피아제, 부쉐론 등의 부티크가 줄줄이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이들 보석상의 공통점은 희귀하고 값비싼, 판매 후에도 경매로 거래되는 하이주얼리들을 취급한다는 것. 역사에 이름을 남긴 왕족과 명사들이 주 고객이다. 즉, 귀금속과 귀보석 소재 주얼리는 파인주얼리에 들어가지만, 그 모두가 하이주얼리인 것은 아니다.
「 로고가 들어간 디자인은 패션성 위주로 신중하게 구입할 것
」 원래 보석 브랜드가 아닌, 패션 브랜드에서 나오는 파인 주얼리 또는 코스튬 주얼리에는 로고가 들어간 디자인이 많다. 멀리서도 그 브랜드 주얼리를 했다는 걸 과시할 수 있고 트렌디한 감각을 반영할 수 있는 게 매력이다. 그래선지 힙합이나 K팝 뮤지션들이 로고가 들어간 파인 주얼리를 선호하고 그에 맞춰 신제품을 내놓는 브랜드들도 많다. 하지만 지금 대세라는 그 브랜드가 수십 년이 흘러도 과연 건재할까? 패션 브랜드는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 캠페인 광고 모델이 바뀌는 것만으로도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진다. 로
고가 크게 강조된 주얼리는 당장은 핫해 보일 수 있지만 단 몇 년 만에 구식처럼 보일 위험성도 있다. ‘로고가 단지 브랜드를 드러내는 것 외에 디자인 면에서 조화롭게 기능하고 있는가?’, ‘과거 최소 십여 년은 명성이 수그러든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고전적인 브랜드인가?’를 따져 봐야 한다.
「 20대는 레이어링 가능한 것부터 시작할 것
」 20대에 파인주얼리를 사려고 하면 아직 자기 취향이나 어울리는 귀금속, 보석이 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나중에 다른 걸 겹쳐 해도 어울리는 디자인이 안전하다. 즉,
다이아몬드나 유색 보석 펜던트 하나가 달린 심플한 목걸이, 작은 파베 다이아몬드가 조르륵 박혔거나 단일 소재인 반지, 참을 추가할 수 있는 체인 팔찌처럼 말이다. 30대, 40대가 돼서도 기본 주얼리로 하고 그 위에 다른 걸 더하면 된다. 정 안 어울린단 생각이 들면 바로 처분할 수 있도록 환금성이 좋은 브랜드, 모델이면 더 좋다.
그런데 20대를 겨냥한 목걸이는 초커에 가깝게 짧고 체인도 가는 것이 많다. 이런 스타일이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건 아니다. 얼굴이 크고 목이 짧을수록 목걸이 펜던트와 체인은 크고 길어져야 한다. 얼굴이 조막만 한 서양인 모델이 했더니 아주 커다래 보인 보석이, 본인이 하면 깨알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 슬픈 경험담이기도 하다.
반지 역시 손가락 길이와 굵기, 손 모양과 어울려야 훨씬 아름답게 빛난다. 핵심은 ‘약점을 보완하되 적당히’다. 손가락이 가늘고 길다면 반지가 두꺼워서 길이를 상당히 상쇄해 주는 디자인이 좋다. 짧거나 작은 손엔 그에 비례해서 반지 두께와 알도 작은 게 좋은데 알은 동그랗거나 납작한 것보다 세로로 긴 오벌 컷, 마르퀴즈 컷 등이 좋다. 그래서 주얼리는 웬만하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착용해 보고 사는 게 좋다.
「 진주는 일면 다이아몬드보다 사치스러운 보석이다
」 진주는 그 우아하고 기품 있는 분위기 때문인지 과거엔 미국 영부인 고 바바라 부시 여사처럼 노년이 하는 보석이란 인식이 강했다. 나 역시 과거 진주 초커를 하고 모임에 갔다가 “넌 무슨 젊은 애가 할머니처럼 진주 목걸이니?” 하는 힐난을 당한 적 있다. 하지만 시대를 앞선 가브리엘 샤넬이 보여줬듯,
진주는 얼마든 캐주얼할 수도, 젊을 수도 있는 보석이다. 청바지나 티셔츠에도 무리 없이 어울리고 다른 소재와 만나면 어떤 디자인으로도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샤넬, 부시 여사 모두 인조 진주를 즐겨 착용했지만 말이다.
남양 진주, 아코야 진주, 담수 진주 등으로 가격대와 크기, 형태가 천차만별이지만 이젠 품질만을 기준으로 두지 않고 각 진주알 고유의 매력을 살린 디자인이 많다. 하지만 진주는 일면 다이아몬드보다도 사치스러운데, 보석 중 유일하게 살아있는 조개가 키워낸 물질이라 오래 쓸수록 광택이 사라지고 흠집이 생기기 쉬워 환금성이 나쁘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 번들이면 영원히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옷차림에도 스타일링하겠단 각오를 하는 게 좋다.
커다란 남양 진주 초커보다도 오히려 직경 10mm가 안 되는 오페라 길이 담수 진주 목걸이가 둘둘 말아 변형해 가며 여러 옷차림에 할 수 있고, 디자인이 캐주얼한 반지가 다이아몬드를 두른 클래식한 파티용 반지보다 훨씬 친근한 평생 친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단 한 알짜리 귀걸이나 목걸이를 선택한다면 온통 시선이 진주에 쏠리니 품질에 집중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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