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고가 돋보이는 리나일론 소재의 톱과 화이트 셔츠는 모두 Prada.

그레이 스프링 코트와 셔츠, 슬림한 팬츠, 레이스업 슈즈, 레더 크로스백은 모두 Prada.

벌키한 니트 카디건과 셔츠, 그레이 컬러 팬츠, 더비 슈즈, 타이는 모두 Prada.

리나일론 수트와 화이트 셔츠, 스니커즈, 타이는 모두 Prada.

오버사이즈 리나일론 코트와 블랙 팬츠, 셔츠는 모두 Prada.

그레이 컬러 스프링 코트와 셔츠, 로고 장식의 레더 크로스백은 모두 Prada.
“와, 나다!” 빌딩 꼭대기 층에 자리한 스튜디오에서는 마침 건너편의 전광판이 보였다. 대로 한복판에 우뚝 선 전광판에서 흘러나오는 〈스위트홈〉 예고편을 보며, 오늘의 주인공은 반가운 듯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마치 현수와 자신 사이에 어떤 틈새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2017년 데뷔한 순간부터 ‘만찢남’ ‘유망주’ 같은 단어를 놓친 적 없는 송강의 커리어를 그린다면 아마도 그 그래프는 하락을 모르는 우량주와 비슷할 것이다. 공개와 동시에 70개 이상의 국가에서 ‘오늘의 톱 10’을 기록한 넷플릭스 시리즈의 이례적인 인기 속에서 화제의 중심에 선 그는 이 순간을 평소와 다름없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미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조용히 스튜디오 한복판으로 걸어 나와 촬영장에 있는 모두와 눈을 마주치며 인사하려고 노력하던, 맞은편에 앉은 26세의 배우를 기꺼이 바라보았다.
〈엘르〉와 두 달 연속 만났네요. 지난달에는 〈스위트홈〉 크루들과 함께였죠 네, 그때는 네 명이 함께했는데 한 달 만에 저 혼자 만나게 됐네요. 앗, 잠시만요. 옷에 실밥이…. 죄송해요. 제가 이런 걸 보면 못 참아요.
누구나 자기만의 소소한 강박이 있죠(웃음). 또 못 참는 게 있나요 음… 뭘 하든 수 단위가 딱 떨어져야 해요. 운동할 때도 8개나 9개는 안 돼요. 10개, 15개, 20개 이런 식이죠.
커버 스타 인터뷰는 처음이지만 사실 데뷔와 동시에 많은 매체의 사랑을 받았죠. 어떤 걸 가장 많이 묻던가요 성격은 어떤지, 촬영이 없을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등등 개인에 대해 많이 물어본 것 같아요. 그때그때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제외하고요.
SNS를 많이 하지 않아서일까요. 인스타그램 업로드를 기다리는 팬도 많던데 성격 탓인지 일상을 공유하는 게 왠지 낯간지럽게 느껴져서요. 대부분의 시간을 촬영장에서 보내다 보니 행여 제가 올린 사진이 스포일러가 될까 봐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스위트홈〉 촬영장에서도 ‘나중에 올려야지’ 하면서 찍어둔 사진이 많아요. 그래도 몇 안 되는 게시글에 달아주신 댓글을 보면서 큰 힘을 얻고 있어요.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이 기회에 드립니다(웃음).
유튜브에서 송강의 어떤 영상을 봐도 맨 위에는 ‘〈스위트홈〉 보고 왔다’는 댓글이 꼭 달려 있더라고요. 주인공은 첫 ‘정주행’을 어떻게 했을지 음악까지 입힌 완성된 상태에서 보고 싶어 가편집본도 일부러 보지 않았어요. 최상의 컨디션으로 ‘영접’하고자 목욕재계도 하고, 감상하면서 먹을 과일이랑 먹거리도 준비해 뒀죠. 한자리에서 쭉 봤는데 너무 좋았어요. 특히 현수가 처음으로 날개가 돋아나며 완전히 괴물로 각성하는 장면은 몇 번 봤는지 몰라요. 오늘도 촬영 끝나고 집에 가서 또 볼지도요(웃음).
12월 18일 시리즈가 공개된 이후 2주가 넘도록 넷플릭스 한국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 1위를 놓치지 않았어요. 남다른 반응을 본인도 느끼는지 정말 많이 느낍니다. 〈좋아하면 울리는〉도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이렇게 개인적인 연락까지 많이 받은 건 처음이에요. 지금 촬영 중인 드라마 〈나빌레라〉 촬영장에서도 재미있게 봤다는 이야기를 곧잘 듣고, 마스크랑 모자를 썼는데도 저를 알아보는 분도 체감할 정도로 늘었고요. 다 좋은 이야기뿐이라 얼떨떨할 정도예요.
어떤 ‘얼떨떨함’인가요 이게 진짜 내가 촬영한 작품이 맞나? 그 〈스위트홈〉 이야기인가? 이렇게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도 되나? 등등. 그저 모든 상황이 신기해요.
연기 면에서도 계속 성장하는 모습이 보여요. 자신감도 많이 생겼을지 〈스위트홈〉을 기점으로 작품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것 같긴 해요. 확실히 감정 폭이라든가, 다각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도 늘어났고요. 어떻게 보면 욕심만 커진 걸지도요.
생각이 많아진 것은 시야가 넓어졌기 때문일까요 ‘이게 이런 감정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즉각적인 생각에 가까워요. 오히려 시야가 넓지 못해 여전히 감독님들께 자꾸 여쭤보는 건 아닐까 싶네요.
현수는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것을 경험한 캐릭터잖아요. 현수가 세상과 소통할 의지가 없다는 사실은 가족의 장례식장에서 ‘꼴랑 삼천 남겨놓고 다 죽으면 어떡하냐’고 하는 것이나, 양말을 짝짝이로 신는 것에서 느껴지고요. 현수의 여러 감정과 상황 중 가장 따라가기 힘든 게 있었다면 학생 시절에 겪는 일부터 그린홈 아파트에서 생기는 사건까지 모든 상황이 극적이라 힘들었던 건 사실이에요. 난이도가 높은 캐릭터인 만큼 매일같이 현수에 대해 생각했어요. 지금 이 식당에서 현수라면 어떤 메뉴를 주문할까, 현수는 어떻게 걸을까….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몰입되더라고요. 무미건조해져야 하는 장면이 오히려 어려웠어요. 괴물화 이후 현수로 돌아와 예전 기억을 잃었을 때라든가.
그런 현수가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세상 밖으로 나오죠. 나보다 약한 사람을 돌본다는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나요 따돌림을 당하기 전, 현수는 사교성도 좋고 리더십 있는 아이였잖아요. 아이들이 아버지를 잃는 장면을 목격했고, 두 남매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원래의 현수가 가진 희생정신이 드러난 건 아닐까, 그렇게 받아들였어요. 저 또한 그런 상황이라면 뭐든 하지 않았을까요.
극중의 긴박한 상황 때문에 현수의 고유 성격을 보는 게 쉽지는 않아요. ‘은둔형 외톨이’로 일축되는 것 외에 배우로서 핵심적으로 파악한 면이 있는지 처음에 캐릭터 설정에 집중했다면 차츰 원래 갖고 있는 정의감, 책임감이 떠올랐어요. 괴물화가 진행된 후에도 그린홈 아파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도 계속 희생을 감내하잖아요. 저라면 이용당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법도 한데.
〈스위트홈〉은 정말 다양한 연령대와 성격의 여성 캐릭터를 담은 작품이기도 해요 실제로도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함께 오랜 기간 촬영하면서 이시영 선배님을 비롯해 고민시, 박규영, 고윤정 배우 등 많은 분이 캐릭터 표현을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기뻤습니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캐릭터는 아무래도 김현 선배님께서 연기하신 슈퍼 아주머니, 안선영 같아요. 실제로 현수가 엄마처럼 의지하던 대상이기도 하고, 정말 현수와는 또 다른 결로 가혹한 현실에 처했잖아요. 그래서 함께 연기할 때도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지금도 떠올리니 먹먹하네요.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을 통해 많이 배우고 성장한다는 게 느껴져요. 스스로 어떤 동료가 되고 싶은가요 폐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모두에게 현장이 ‘일터’가 아닌 즐거운 장소가 되면 좋겠고, 일만 하고 헤어지는 사이가 되기에 아쉬워서 장난도 곧잘 치지만 촬영이 시작되면 열심히 집중하죠. 원래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촬영장에만 가면 차 안이나 대기실에 혼자 있는 게 싫어서 계속 밖에 나가 선배들이 연기하는 모습이나 상황을 지켜봐요. 다행히 지금까지 항상 분위기가 좋은 현장에 있어서 더 촬영장을 좋아하게 됐나 봐요.

삼각 로고 장식의 화이트 셔츠와 슬림한 팬츠, 타이는 모두 Prada.

스리 버튼의 슬림한 수트와 화이트 셔츠, 더비 슈즈는 모두 Prada.

슬림한 라펠의 미디 코트와 지퍼 장식의 팬츠, 화이트 셔츠, 더비 슈즈는 모두 Prada.

벨크로 디테일의 레더 재킷과 집업 재킷은 모두 Prada.
〈나빌레라〉에서는 나문희, 박인환 선생님과 함께합니다 어쩔 수 없이 긴장되긴 했어요. 이미 다 외운 대본인데도 혹시 대사를 틀릴까 봐 자기 직전까지 보고 또 보고, 리허설을 반복하는 악몽을 꾸기도 해요. 어린 사람이나 연장자에게 먼저 다가가는 살가운 성격이 아니라서 말재주가 없는데도 어떤 말이든 먼저 하려고 노력해요. 박인환 선생님과 같이 차에 앉아 있을 때 창밖으로 강아지가 지나가면 “선생님, 강아지 키우세요?”라고 괜히 여쭤보고요(웃음).
커리어의 성장 지점에 TV나 스크린이 아닌 넷플릭스가 있었다는 점, 웹툰 원작의 작품과 인연이 많이 닿았다는 점, 10~20대의 선호도가 높다는 건 송강을 이 새로운 흐름의 중심에 있는 얼굴처럼 보이게 해요. 이런 분석이나 시선을 의식하는지 의식해요, 정말 많이. “넌 그런 거 신경 안 쓰지 않아?”라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 요즘은 이미 촬영을 마친 장면도 ‘이걸 내가 잘했던가? 잘 나왔나?’ 의심도 하고 스트레스도 받고요. 정답은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어요. 연기는 물론이고, 나 자체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10분도 헛되게 보내고 싶지 않아요. 이런 걸 신경 쓰지 않고 연기하는 것에만 행복감을 느끼고 싶지만 그 또한 쉽지 않죠.
이런 고민은 누구와 나누나요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걱정을 덜어주는 형들이 있어요. 하지만 제가 하는 이런 고민들이 누군가에겐 복에 겨운 소리일 수도 있어서 요즘은 혼자 극복하려고 해요. 마냥 걸으면서 생각하고, 일기를 쓰거나 책을 읽는 방식으로요.
건국대 영화예술과 시절에는 잘생겼지만 매력 없다는 말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면서요. 지금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땠을까요 그때도 사실 하루 정도 괴로워하다가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잊어버리긴 했는데(웃음)…. 지금이라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할 거예요. 정신적으로 훨씬 단단해졌거든요. 오디션 보러 다니면서 수많은 감독님에게 이런저런 평가를 듣다 보니 말 하나하나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 상대방이 별 의미 없이 한 말에 상처받을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어요.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1을 정주행하고 나니 왜 그렇게 선오 역에 대한 애정이 큰지 알 것 같았어요. 시즌2도 촬영은 다 마쳤다고요 상대방과 어떻게 연기를 주고받으면 되는지, 현장이 얼마나 즐거운지 알려준 작품이에요. 그 전에는 제게 연기란 재미있다기보다 해야만 할 것 같은, 하고 싶은 일이었거든요. 사실 〈좋아하면 울리는〉도 여전히 틈만 나면 봐요. 〈스위트홈〉과 함께(웃음).
화면 속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게 어렵지 않은가 봐요. 계속 보면서 새롭게 느껴지는 장면이 있다면 맨 처음 볼 때는 어색하고 부끄러웠지만 저는 모든 장면이 볼 때마다 새롭고 재미있어요. 제가 한 연기인데도 ‘와, 내가 저걸 저렇게 했구나’ ‘저 장면에서는 웃었구나’ 하고 과거의 제가 좀 귀엽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다른 분들의 연기를 보면서 많이 배우지만 제 연기를 보고 아쉬운 점을 보완해 가는 방식이 제게는 잘 맞더라고요.
선오에게 부러운 점이 많은가요, 아니면 안쓰러운 점이 먼저 보이나요 사회적 지위가 높은 부모님과 재력, 뛰어난 외모로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결국 내면은 텅 비어 있거든요. 그래서 친구인 해영에게도 어리광을 부리고 조조의 사랑을 갈구하고요. 안쓰럽다는 마음이 커요. 시즌2를 보시면 또 느끼실 거예요.
요즘의 송강이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은 다행히 큰 기복 없이 감정적으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는 편이라 지금이 좋아요.
감정의 파장이 컸던 적도 있나요 일고여덟 개의 작품의 오디션 최종 단계에서 전부 떨어진 적 있어요. 지금까지 노력해서 만들어놓은 것을 다 잃은 기분, 일할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지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또래 배우와도 비교하게 되고요. 이제는 편안하게 이야기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괴로워서 운동만 겨우 다녀와 잠만 내리 잤을 정도였어요. 지금이라면 그때의 저에게 ‘시간이 약’이라고 말해 주고 싶은데 그때는 그 어떤 말도 귀에 안 들어왔겠죠.
사람들이 앞으로 더 많이 알아줬으면 하는 당신의 면모가 있다면 예전에는 이런 것도 알아주면 좋겠다 하는 게 많았어요. 지금은 그런 면에 대한 이야기를 감사하게도 넘칠 정도로 들은 것 같아요. 어깨 넓다는 것도 알아봐주시고(웃음). 이런 칭찬들이 제게는 자극이 되어서 운동이나 관리를 더 열심히 하게 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해맑은 면이 저의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송강이 가장 행복과 편안함을 느낄 장소, ‘스위트 홈(Sweet Home)’은 과연 어떤 풍경일까요 사람들 없이 자연에 둘러싸인 곳. 그런 장소에서 책도 읽고 이 생각 저 생각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요.

로고 장식의 리나일론 재킷과 화이트 셔츠, 타이는 모두 Prada.

화이트 컬러 스웨트셔츠와 조거 팬츠, 레더 크로스백은 모두 Prada.

오버사이즈 리나일론 코트와 셔츠, 리나일론 팬츠, 스니커즈, 타이는 모두 Pr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