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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직접 만나지 못한 요즘, 정을 나누기에 가장 좋은 수단은 오가는 선물이다. 해마다 수많은 명절 선물 세트가 쏟아지지만 좀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특별한 건 없을까?
세상의 다수, 실용주의자들에게 마음 전하기
」누구나 다 쓸 수 있는 식품, 생필품은 역시 명절이 대목이다. 좋은 고기, 과일은 그렇다 치고 외국인들이 독특하게 생각하는 선물 중 하나가 스팸 등 통조림 선물세트인데 ‘이 많은 정크푸드를 왜?’ 하는 반응이라 “한국에서는 스팸이 반찬이며 전쟁을 겪은 세대는 특히나 통조림에 대한 추억이 있다”고 알려주면 이해한다. 이번 추석엔 모이지 않는 집이 많은 만큼 핵가족이나 1인 가족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도 좋은 선택. 하지만 비슷비슷한 품목이 오가다 보니 다음 해까지 누가 보냈는지 기억될 확률은 낮다는 게 식품, 생필품 선물의 큰 단점이다.
실용주의 중간 단계는 생필품은 아니지만 제삼자에게 다시 선물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엔 양담배나 양주가 그랬다. 받는 사람이 직접 즐기지 않더라도 가치를 널리 인정받아 현금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현물. 현재는 귀금속, 건강 기능성 식품, 와인 세트 등이 대표적. 과거 난 어떤 물건이 실제로 얼마나 좋은지를 최우선으로 따져서 선물하곤 했지만 와인계의 거물 로버트 파커도 블라인드 테스트에선 품질 감별에 실패한 마당에, 평범한 사람들에겐 가치를 대변하는 인식표가 곧 브랜드와 등급이란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비록 개인적으론 별로라고 생각하더라도 ‘좋다’고 공인된 브랜드 물건을 선물하면 의외로 실용주의자들이 쉽게 정성으로 받아들인다.
젊은 실용주의자들은 온라인 선물 기능을 마다하지 않는다. 올해 카카오톡 선물하기 시장 규모만 3조 원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되며 상대방이 ‘찜’한 선물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다. 롯데온이 고객 3천 명 대상으로 조사한 ‘추석 선물 트렌드 설문’ 결과에선 e쿠폰이 50.1%로 받고 싶은 선물 1위를 차지했다.

건강 기능성 식품 중 누구에게나 무난한 종합 비타민제, 솔가 남성용∙여성용 멀티비타민 & 미네랄 각 60정, 5만7천원.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의 대명사, 발렌타인 싱글 몰트 글렌버기 18년.
취향을 선물할 때 고려해야 할 점들
」어떤 분야에 뚜렷한 취향이 있고 부합하는 선물을 받았을 때 알아보는 사람이 생각보다 다수는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취향에 꼭 맞는 선물을 한다면 평생 좋은 기억, 특별한 벗으로 남을 수 있다. 우선 관심이 있는 건 분명한데 본인 돈으론 선뜻 못 할 것을 선물하면 감동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SNS 꽃 사진에 좋아요를 종종 누르거나 가끔 직접 찍어 올리는 사람에게 비슷한 분위기 생화 구독 서비스를 선물하면 꽃을 받는 기간 내내 준 사람을 생각하며 기뻐하게 될 것이다. 미식이나 스킨케어에 관심은 있지만 자신에게 쓸 여유는 없는 사람이라면 집이나 직장에서 멀지 않은 호텔 레스토랑 식사권이나 스파 이용권이 소중한 경험을 안길 것이다.
요즘은 특정 주제에 맞춰 서로 어울리는 여러 브랜드 상품을 모아 스타일리시하게 포장해 배송까지 해주는 ‘선물 큐레이션 서비스’도 있는데 반응은 극과 극이다. 실용주의자들의 반응은 안 좋았다. “차라리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선물 세트를 받고 싶어.”, “이것저것 모아만 놨지 필요가 없어 보여.”가 그 이유. 반면 좀 더 다양한 상품을 경험해 보려는 호기심 많은 사람이고 큐레이션 된 선물 세트의 주제가 평소 그가 관심 있는 것이라면 큰 차별점이 될 수 있다.
가족이나 연인처럼 취향뿐 아니라 신체 사이즈, 어울리는 색까지 잘 아는 사이면 질 좋고 클래식한 옷, 가방, 주얼리 등도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선물을 잘 관리할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드라이하거나 중성세제로 조심스레 빨아야 하는 스웨터를 늘 10kg 세탁기에 이것저것 다 넣고 빠는 사람에게 선물해선 오래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스위트 어텀’ 애프터눈 티 세트는 9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가을 배, 밤, 무화과 등 가을 제철 과일을 주재료로 한다. 5만원.

2인 커피잔 세트를 비롯 32종을 ‘도라지합 카드’와 함께 보자기 포장해주는 광주요 추석 선물 세트.

야외 스파와 객실 내 고메 박스를 즐길 수 있는 1인 전용,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의 셀프 ‘치휴’ 패키지, 디럭스룸 20만 원부터(세금·봉사료 별도).

클래식한 핏에 실크와 면 혼방으로 부드러운 브룩스 브라더스 실크코튼 폴로 스웨터, 26만원.
지나치게 취향 타는 물건은 두 배로 주의를 기울여야
」유리공예 나무, 족자, 드라이플라워, 탁상시계, 스탠드 조명… 그동안 처분한 장식품 중 언뜻 떠오르는 것만 해도 이 정도. 어느 순간 스며들듯 집안에 자리 잡고 조용한 불협화음을 꽤 오래 울린 끝에 식구 누구도 선물한 사람을 기억하지 못할 시점에 떠났다. 실내 장식품은 상대방 취향과 생활방식을 구체적으로 잘 모를 때 섣불리 주어선 곤란한 품목이다. 공간에 어울리지 않아도, 마음에 들지 않아도 선물이란 사실 때문에 끙끙 앓는 마음 약한 사람이 많다. 반면 감각 있고 단호한 사람들은 마음만 받고 빠른 시간 내에 조용히 처분하는 걸 종종 본다. 미니멀리즘이 유행하는 시대라 집에 새로이 뭘 들이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많다.
향 역시 사람마다 호불호가 굉장히 강한 분야다. 가족이 “너무 좋다”며 권한 향이 나에겐 구토를 유발할 만큼 역할 수도 있다. 그래도 무난한 향이란 게 존재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아포크린 땀샘이 적은 한민족은 진하고 동물적인 향으로 체취를 가릴 필요가 없어 대개 베이스노트가 강하지 않은 신선한 꽃 향, 풀 향, 과일 향을 선호한다. 향수 마니아들은 너무 밋밋해서 별로라고 하는 브랜드들이 한국에선 유독 승승장구하는 이유기도 하다. 상대의 취향을 잘 모를 때 향수를 고른다면 ‘만약 방향제라면?’을 기준으로 삼는 게 좋다. 교정 한쪽 등나무 꽃이 만발했을 때, 그 향이 싫어서 근처에도 안 갔다는 사람이 극히 드문 것처럼, 공간에서 오래도록 나도 질리지 않을 향이 향수 선물로도 무난하다.
전달 방식 역시 선물의 완성이다. 그저 “택배요!”나 우스갯소리처럼 “오다 주웠다”가 아니라, 상대방이 가장 여유 있게 기뻐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에서 정성스러운 메시지와 함께 맞닥뜨리게 하는 것, 연애 고수들의 고전적 기술이기도 하다.

퍼스널 컬러까지 아는 가족이나 연인에게 실용적 선물인 스카프. 사진 이선배

장식용품은 받을 사람의 평소 인테리어 취향을 면밀히 관찰하고 살림도 어느 정도 아는 경우 선물하는 게 좋다. 바카라의 크리스털 제품들.

찬바람 불면 누구나 필요해지는 과일 향 보디 케어 제품 세트. 벨레다 탄력 바디 세트. 4만2천9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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