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여 년 동안 을지로에서 작업을 해왔던 박경근 작가의 개인전을 보러 가는 길, 금속가공 공장에서 나는 쇳소리를 들으며 이번 개인전이 열리는 ‘상업화랑’의 간판을 찾는 일이 작가의 작품세계와 부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그동안 공개한 적 없는 드로잉, 사진, 조형물, 새로 제작 중인 영상작업 일부를 소개한다. 덜 익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는 전시 제목 ‘Medium Rare’처럼 아직 완결되고 단단해지기 전의, 작가의 창작 과정을 공개하는 셈이다.


청계천과 더불어 한국 산업화의 또 다른 상징인 포항제철과 현대조선소를 다룬 〈철의 꿈〉. 로마 아시아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베를린 국제영화제 넷팩상(최고 아시아 영화상) 등을 수상한 이 작품의 조형물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의자 작품 ‘Dream of Stainless Steel’, 착상의 순간을 보여주는 드로잉, 〈철의 꿈〉에서 파생된 사진 시리즈 ‘Cathedral’ 등을 보며 박경근 작가의 작품 세계를 자유롭게 해석해 볼 수 있다. 계단으로 이어진 전시장 위층 공간에는 키네틱 오브제와 가상의 시공간을 창출하는 영상으로 이루어진 ‘Space Time Machine’이 설치돼 있다. 오브제의 움직임은 실시간으로 촬영되어 투사되는데 오브제가 일종의 반사판 역할을 해 영상에 간섭한다. 작동 원리를 몰라도 방을 가득 채운 키네틱 오브제가 우아하게 움직이며 빛의 색 면으로 벽을 물들이는 모습은 망막에서 마음으로 번지며 감정을 일으킨다.





기간 9월 27일까지.
장소 상업화랑, 서울 중구 을지로 143, 3층
홈페이지sahngupgall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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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서울에서 가장 핫한 전시를 소개하는 ‘인싸 전시’는 매주 목요일 업데이트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