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시오타 치하루의 <Between Us>, 마음을 붉게 물들이는 전율_인싸전시 #2

개별적 개체인 동시에 사회적 자아를 갖고 있는 인간을 의자와 실로 표현한 ‘거미 여인’ 시오타 치하루의 전시.

BY양윤경2020.07.24
Shiota Chiharu, 'Between Us', 2020. Shiota Chiharu, 'Between Us', 2020. Shiota Chiharu, 'Between Us', 2020.
 
다 이으면 수백 킬로미터에 달할 새빨간 실이 바닥에서 솟아올라 하나씩 놓인 검은 의자를 옭아매고 천정을 향해 뻗어 올라간다. 인체 내부의 모세혈관 같기도 하고 붉은 거미줄처럼 보이기도 하는 작품 안에서 관람객들은 소리 없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가만가만 걷는다. 작년에 부산시립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선보였던 일본 작가 시오타 치하루의 작품 ‘Between Us’이다. 현재 가나아트센터와 가나아트 나인원에서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Shiota Chiharu, Beetween Us installation view.

Shiota Chiharu, Beetween Us installation view.

 
오사카 출신으로 교토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독일에서 이 시대 가장 유명한 퍼포먼스 아티스트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등의 제자로 수학한 작가는 2015년에 베니스비엔날레 일본관 대표 작가로 선정되며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실, 열쇠, 의자 등 친숙한 오브제를 가지고 드로잉, 회화, 설치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는 자신의 경험에서 심상을 길어 올린다. 이를테면 어린 시절 옆집의 화재로 불탄 피아노를 보며 들었던 환청이나 할머니의 묘를 보며 느낀 막연한 공포 같은 것들 말이다. 

Shiota Chiharu, 'In the hand', 2020.

Shiota Chiharu, 'In the hand', 2020.

 
그러나 죽음을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해석하는 작가는 자신의 고통을 들여다보는 것에서 나아가, 나와 우리라는 존재에 대한 성찰을 담아낸다. 앞서 묘사한, 가나아트센터의 마지막 전시장에 설치된 ‘Between Us’는 시오타 치하루를 대표하는 대규모 설치작업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작가는 점점이 놓인 의자와 실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나가는 개별적인 존재인 동시에 주변과 무수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우리의 사회적 자아를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동시에 누군가가 사용했던 의자들은 이전 주인의 감정과 의식이 깃든 오브제로 물리적인 실체는 사라져도 그들의 존재와 기억은 우리 곁에 남는다는 걸 보여준다. 
Shiota Chiharu, 'State of Being', 2020.

Shiota Chiharu, 'State of Being', 2020.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와 한남동 가나아트 나인원 두 곳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설치 작업뿐 아니라 회화, 드로잉, 조각 등 시오타 치하루의 작품 세계를 총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삶과 죽음, 인간의 실존, 관계에 대한 의미를 찾아가는 시오타 치하루의 작품은 사전 정보 없이 보아도 마음에 파문이 인다. 붉은 실 안개 속에서 끊으려야 끓을 수 없는 인연, 누군가의 죽음, 상실, 배신, 실망 등 깊은 곳에 숨겨놓았던 기억과 감정이 고개를 든다. 그리고 처절한 아름다움이 지나면 이상하게도 치유받았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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