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옥승철의 <JPEG SUPPLY>, 가장 인스타그래머블한 미술_인싸전시 #1

지금 당장 #Aokizy를 검색해 보라. ‘1일 1깡’보다 핫한 현대미술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BY권민지2020.07.16
옥승철 작가는 최근 2~3년 사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현대 미술가로 아트 컬렉터라면 누구나 소장하고 싶어 하는 일 순위 작가다. 1988년생인 옥승철은 이런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우선 1980~90년대에 방영된 일본 애니메이션 〈독수리 오 형제〉, 〈미래 영웅 아이언 리거〉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 이미지 원본을 복제하고 각 요소를 컴퓨터상에서 재조합한다. 이 JPEG 파일을 투사한 캔버스에 손으로 정밀하게 베껴 그려 회화 작품을 완성하거나 이를 토대로 조각으로 옮겨낸다.
 
옥승철 'Behead' Acrylic on canvas, 60x50cm, 2020(Detail cut) Photo by 김석준

옥승철 'Behead' Acrylic on canvas, 60x50cm, 2020(Detail cut) Photo by 김석준

옥승철 'Golden Spike', Gilded Wood, H.30cm, 2020 Photo by 김석준

옥승철 'Golden Spike', Gilded Wood, H.30cm, 2020 Photo by 김석준

옥승철 작품은 힙합에서 음악을 샘플링하거나 리믹스하는 것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그리고 ‘전유(appropriation)’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현대미술 관련한 텍스트를 읽다 보면 심심찮게 등장하는 전유란 다른 예술작품의 소재를 원본의 문맥과 다르게 자기 작품에 가져다 쓰는 것으로 인용이나 표절과는 다르다. 현대미술에서 전유는 아티스트의 유일성, 독창성이라는 신화에 도전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셰리 레빈이라는 미국 사진작가는 워커 에번스, 에드워드 웨스턴 같은 유명한 작가의 사진 작품을 다시 찍어 자신의 작품으로 제시하며 이 시대에 순수한 창작이라는 게 가능한지 공격적으로 물었다.
 
옥승철, 'Golden Spike', Gilded Wood, H.30cm, 2020(Detail cut) Photo by 김석준

옥승철, 'Golden Spike', Gilded Wood, H.30cm, 2020(Detail cut) Photo by 김석준

옥승철 'AU79_Mp4(GIF)', video, Monitor + Acrylic Frame, 83x120cm, 2020 Photo by 김석준

옥승철 'AU79_Mp4(GIF)', video, Monitor + Acrylic Frame, 83x120cm, 2020 Photo by 김석준

지금 열리고 있는 옥승철 개인전 〈JPEG SUPPLY〉에 대해 큐레이터는 ‘작가가 창작한 디지털 이미지(JPEG)를 현실 공간에 물질의 형태로 배급(SUPPLY)’한다고 소개한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발소리를 먹어버리는 푹신한 카펫, 채광이 차단된 진회색 가벽이 관람객을 맞는다. 정면에는 단발머리 소녀와 뾰족 머리 소년의 그림이 나란히 걸려 있는데 이는 나머지 작품들에 등장하는 소년, 소녀가 이들을 레퍼런스로 한다는 걸 말해준다. 바로 옆에는 옻칠과 금박을 입힌 소년의 얼굴이 입체 두상으로 제작돼 유리 쇼케이스 안에 고이 모셔져 있고, 건너편에는 투명한 모니터에서 3D 애니메이션이 상영된다. 소년의 황금빛 두상이 엿처럼 끈적하게 늘어났다가 돌아오고 팽팽하게 부풀었다가 터져버린 후에는 소녀의 두상이 똑같은 변형을 반복한다. 목상 제작 과정에서 쓰인 모델링 파일을 변형하여 만든 이 애니메이션은 별도의 내러티브 없이 루핑된다. 얼굴이 터질 때 나는 ‘팡’ 소리는 절간 같은 전시장의 고요함에 균열을 만들어내고 묘한 중독성으로 관람자를 붙들어 맨다.
 
옥승철 'Behead', Acrylic on canvas, 60x50cm(each), 2020 Photo by 김석준

옥승철 'Behead', Acrylic on canvas, 60x50cm(each), 2020 Photo by 김석준

옥승철 'Screenshot', Offset Print, 50x50cm(each), 2020 Photo by 김석준

옥승철 'Screenshot', Offset Print, 50x50cm(each), 2020 Photo by 김석준

‘밈(meme)’은 이번 전시, 작가의 의도를 풀어내는 키워드다. ‘1일 1깡’, ‘아무 노래 챌린지’ ‘사딸라’ 짤방 등 원본 컨텐츠가 다른 사용자들이 변형시킨 다양한 복사본을 낳고 널리 퍼져나가는 밈 현상은 옥승철의 작품 세계와 궤를 같이한다. 작가의 인스타그램 ID인 해쉬태그 #Aokizy를 달고 인터넷의 망망대해를 떠돌고 있는 작가의 소년·소녀는 이번 전시에서 회화, 조각, 애니메이션으로 변주되었고 2017년부터 밴드 아도이(ADOY)의 앨범 커버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디지털 이미지가 예술작품이 되기도 하고 앨범 커버, 굿즈에 이르기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 미술과 상업의 경계를 넘나들고 전유 되는 동시대성, 그것을 적극적으로 실험해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선명하게 드러난 전시다. 6월 18일부터 7월 25일까지. 갤러리 기체, 서울 서초구 방배로42길 35, 2층, 070-4237-3414 www.gallerykiche.com
 
*지금 서울에서 가장 핫한 전시를 소개하는 ‘인싸전시’는 매주 목요일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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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안동선
  • 사진 갤러리 기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