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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는 특별한 방법_프랑스 여자처럼 #7

프렌치 프레스로 내린 커피를 커다란 대접에 가득 담아, 두손으로 감싸고 호호 불어가며 마셔보자. 프랑스 여자처럼.

BY권민지2020.06.30
2013년 첫 유럽 배낭여행 때, 뜨거운 여름 볕 아래 피렌체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박카스가 당겼다. 물론 박카스를 찾을 방법은 없었다. 대신할 거라곤 비루한 주머니 사정에 적합한, 한 잔의 에스프레소(0.7유로로 1000원 정도의 가격이었다). 그전까지 겨울 카페에서는 핫초코를, 여름 카페에서는 레모네이드를 찾던 나였다. 그렇게 어른들의 향유 음료인 커피에 맛 들이게 되었고, 이제는 이른 아침 눈을 뜨자마자 빈속에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들이켠다.
 
에릭 로메르 감독 영화 〈봄 이야기〉(1990) 중 한 장면

에릭 로메르 감독 영화 〈봄 이야기〉(1990) 중 한 장면

프랑스 여자들의 커피 마시는 방법이 뭐 색다른 게 있겠냐 싶겠지만, 이번에도 그들에겐 특유의 방법이 있다. 물론 'has been’ '해즈 빈'이라고 말하는 ‘촌스러운’, ‘철 지난’ 방법일 수도 있겠으나(프랑스 친구들은 철 지난 노래가 나오거나 촌스럽다는 표현을 영어식 문구를 인용해 표현한다) 내게 그것은 색다른 경험이자 낭만, 신성한 의식처럼 느껴졌다.
 
유럽 코로나 사태에 프랑스 시골 마을에 있었고, 통행이 제한된 나날 중 어느 날, 친구 아빠의 여자친구가 특별한 아침 커피를 내어줬다. (평소에는 네스프레소를 즐겨 마셨다) 프렌치 프레스로 내린 커피를 한가득 담은 대접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말 그대로 한 대접. 봄에 자라난 냉이를 캐 된장을 풀어 끓인 냉이 된장국이 들어있어야 할 대접에 커피가 들어 있었다.
 
실제 우리가 마셨던 커피 대접

실제 우리가 마셨던 커피 대접

두 손으로 대접을 감싸고 천천히 식혀 먹었다. 끝까지 먹지 못할 정도의 양. 얼굴을 대접에 파묻고 호호 불어가며 천천히. 끝내 남겼고, 기억에도 남겼다.그날, 그 기억을 떠올리며 프랑스로 돌아가지 못하는 요즘의 아침에는 프랑스 친구가 선물해 준 마을 공방의 도자기에 커피를 담아 마신다.
 
같은 방법과 루틴으로 보내는 일상 속에서 아주 조금 다른 방법으로 커피를 마셔보자. 어떤 옷을 걸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걸음걸이와 어투처럼 커피를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자신의 애티튜드를 느껴보자. 앉은 자리, 어수선하게 파우치 속 물건들이 널브러진 테이블이 순간, 파리의 어느 카페, 다닥다닥 붙은 테라스 테이블의 낭만을 갖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니까.
 
 
* 프렌치 패션, 리빙, 음악, 미술, 책……. 지극히 프랑스적인 삶! 김모아의 '프랑스 여자처럼'은 매주 화요일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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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김모아(@lesonducouple)
  • 사진 김모아/허남훈(www.lesonducoup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