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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로트 갱스부르, 처음부터 예술적인_프랑스 여자처럼 #6

샤를로트 갱스부르는 세상에서 가장 프렌치 시크라는 말과 잘 어울리는 여자다. 그녀의 풋풋하고 매력적이며 더없이 예술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 <귀여운 반항아>.

BY권민지2020.06.23
“가장 파리지엔느 혹은 프랑스 여자 같다고 생각하는 여자가 있나요?”
그 질문에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좋아하는 프랑스 배우나 아티스트를 줄줄이 나열한다. 그러나 딱 한 명을 꼽아야 한다면 샤를로트 갱스부르(Charlotte Gainsbourg). 갱스부르(Gainsbourg)라는 성부터 몹시 프렌치적이다. 아마도 〈엘르〉 독자라면, 그리고 영화와 패션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 그녀는 프렌치 팝의 선구자이자 감독, 배우인 세르주 갱스부르와 영국 태생이지만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이고 뮤지션인 제인 버킨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 때문인지 그녀 역시 음악적 연기적 재능과 가녀린 목소리, 멋 내지 않아도 멋이 흘러넘치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손꼽힌다.
 
샤를로트 갱스부르는 1985년(우리나라 나이로 16살에!) 영화 ‘귀여운 반항아’로 권위 있는 11회 세자르 영화제 신인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말 그대로 청춘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오늘은 이 영화를 소개하려 한다. 뼛속부터 프랑스 여자인 그녀의 첫 주연작을. 영화가 시작되고 흐르는 노래, 이탈리아 출신의 칸초네 그룹, 리키 에 포베리(Ricci E Poveri)가 1981년 발매한 ‘Sara Perche Ti amo(내가 널 사랑해서 그런 거겠지)'의 첫 소절이 이 영화의 주제다.
 
"Che Confusione.
이 혼란스러운 감정은 뭐지."


이 영화는 프랑스 시골 마을에서 철물점을 하는 아빠와 사는 13세 소녀 샤를로트 카스탕(샤를로트 갱스부르)의 심리, 혼란스러운 감정을 다룬 성장 영화다. 청소년기에 사물과 사람, 세상과의 관계를 겪으며 소녀가 갖는 감정을 차분하게 그려낸다. 아마도 소녀의 나이 때 보았다면 고개를 심하게 끄덕이며 공감했을 것이고, 지금 나이에 보니 그 시절 일기장에 썼던 ‘나는 왜 사는 걸까? 우울한 그늘 아래 살고 있다. 죽음이 두렵다’ 등의 청승맞은 글이 떠올랐다. 그녀만큼이나 심각했던 생각에 복잡한 하루를 살았었더랬다. 어느 시대에서 어느 시대로 넘어가는 턱에서는 생각이 많아진다.
 
개인적으로 꼽는 영화의 명대사는 이 장면이다. 성숙하면서도 아직 아이인 그녀가 어느 날 혼자 자고 싶지 않아 아빠의 침실에 베개를 끌어안고 들어갔을 때 내뱉는 말.
 
"삶이 벅차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사는 건 벅찬 일이에요. 전 겁나요."
 
맞아. 사는 건, 벅찬 일이다. 나이가 많고 적고는 상관없이. 다소 무겁고 철학적인 주제의 이야기지만 그와 달리 영화를 발랄하고 가볍게 감상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그녀가 일약 스타덤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같다고 생각한다. 바로 끝내주는 미술과 영화 속 의상, 주제곡 그리고 그 의상들을 매끈하게 소화한 특유의 분위기와 무엇보다 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오묘하고 진지한 그녀의 연기 때문이다.
 
그녀는 수영장의 어른거리는 물에 뛰어들기 직전 두렵고 힘든 연기로 첫 등장을 하는데 그 순간부터 ‘어떻게 저 나이에 저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아이의 눈이 아니다. 14살에 세상을 다 산 듯한 눈빛과 표정, 거친 호흡. 영화를 보는 내내 클로즈업 장면마다 나도 모르게 탄복했다.
 
샤를로트의 전신을 잡은 풀샷에서는 그와는 조금 다른 감탄이 쏟아졌다. 소녀의 몸으로 어른의 생각을 하고, 어른의 옷을 입는 그녀.
하얀 셔츠에 짧은 청치마, 하얀 옥스퍼드 형 스니커즈. 어깨에 둘러멘 가방. 잡히는 대로 묶은 머리.
 
화이트와 블루 스트라이프 티에 하이웨이스트 연청바지. 땀에 젖어 이마에 붙은 잔머리.
 
화이트와 레드 스트라이프 원피스 수영복.
 
꽃무늬 원피스에 같은 꽃무늬 원단으로 만든 곱창 밴드, 허리에 두른 하얀색 벨트에 플랫 슈즈.
 
거기에 화장기 없는 말간 얼굴까지.
 
보고 있자면 그야말로 패완분, 패션의 완성은 분위기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야기, 미술, 패션(그리고 샤를로트와 루루와 같이 등장하는 장면의 케미도!) 모두 더없이 매력적인 영화 〈귀여운 반항아〉. 한여름을 배경으로 한 프랑스 영화로 여행을 떠날 수 없는 마음까지 달래보자. 나에게 찐으로 ‘단 한 명의 프랑스 여자’인 샤를로트 갱스부르의 또 다른 팬들이 늘어나길 바라는 팬심을 가득 담아 추천해본다.
 
* 프렌치 패션, 리빙, 음악, 미술, 책……. 지극히 프랑스적인 삶! 김모아의 '프랑스 여자처럼'은 매주 화요일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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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김모아(@lesonducouple)
  • 사진 <귀여운 반항아>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