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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쿤스트의 위로

냉소보다 위로가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 코드 쿤스트가 네 번째 정규 앨범 에 촘촘히 펼쳐놓은 이야기들은 그런 것이다.

BYELLE2020.05.06
 
터쿠아즈 컬러 수트는 Givenchy. 티셔츠는 COS. 오디오 잭 플러그 모티프의 네크리스와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클립 이어링은 모두 Boucheron.

터쿠아즈 컬러 수트는 Givenchy. 티셔츠는 COS. 오디오 잭 플러그 모티프의 네크리스와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클립 이어링은 모두 Boucheron.

코트는 Prada. 팬츠는 Dior Men. 티셔츠와 이어링, 부츠는 모두 아티스트 소장품.

코트는 Prada. 팬츠는 Dior Men. 티셔츠와 이어링, 부츠는 모두 아티스트 소장품.

스튜디오로 들어서는 코드 쿤스트의 몸은 한층 가벼워 보였다. 최근 5kg 정도 빠졌다고, 촬영을 위해 어젯밤에도 배고픔을 참았다고 했다. 끝내주는 곡을 만드는 프로듀서, 소속사 AOMG의 쿨함과 리짓군즈의 일원다운 비주류적 감각을 장착한 89년생 조성우를 파악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의 표현대로 ‘발매 5일 만에 이전 앨범이 3년 동안 세운 기록을 갈아치운’ 네 번째 정규 앨범 〈People〉을 통해 그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는 명백하다. 감사와 행복. 이 근원적이며 보편적 감정을 전하기 위해 스무 명이 훌쩍 넘는 아티스트가 목소리를 보탰다. 촬영 전날에 네 편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할 정도로 발매 이후 바쁜 시간을 보내는 이유를 묻자 다음의 답이 돌아왔다. “예전 앨범은 개인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에 앨범을 냈다는 것 자체의 만족이 더 컸어요. 그런데 이번 앨범은 제가 받은 행복과 감동을 돌려주고 싶어서 만든 거거든요. 그걸 던져주고 가만히 있으면 그 마음이 전달되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지금 코드 쿤스트는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준비가 100% 돼 있다.
 
2017년 발매한 3집의 타이틀은 〈Muggle’s Mansion〉, 4집은 〈People〉이다. ‘머글’과 ‘피플’은 당신에게 어떻게 다른가 〈Muggle’s Mansion〉까지는 약간 화가 난 상태였다. 〈해리포터〉에서 마법사가 아닌 일반인을 ‘머글’이라고 하는 것처럼 우리 사회도 암묵적인 신분 계급이 있지 않나. 그런 문제의식에서 ‘머글’이라는 표현을 썼다면 이번엔 내가 느끼는 행복감을 주변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감정이 컸다. 조금 더 포괄적인 의미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달까. 그래서 앨범도 전체적으로  좀 밝다. 
 
그런 의미에서 오랜 팬의 입장에서는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는 앨범이다 맞다(웃음). 예전에 어둡고 강렬한 음악이 나왔던 것은 당시 내가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런 내 모습을 좋아해줬다고 해서 그때의 감정을 상상해 만들고 싶지는 않더라. 그리고 나는 내 음악 커리어를 하나의 앨범 단위로 생각하지 않는다. 70세까지 음악을 한다면 그간 몇 개의 앨범이 쌓여 이정표 혹은 기점처럼 보일 수 있다. 그렇기에 더욱 지금, 이런 앨범을 만들어야 했다. 
 
더블 타이틀곡인 ‘꽃(flower)(feat. 박재범, 우원재, 기리보이)’가 스포티파이에서 100만 스트리밍을 기록했을 때 SNS에 ‘앞으로도 솔직한 음악을 하겠다’고 썼다 꽃 더미에 누운 내 모습을 담은 앨범 아트 워크가 많은 부분을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앨범들이 좋았다고 스스로 자부하지만 대중의 플레이리스트에 침투하기에는 힘든 면이 분명 있었다. 실제로 2018년 〈쇼미더머니777〉에 출연했을 때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앨범 자체에 반응한다고 느끼는 것은 이번이 처음 같다. 또 이러다가 예전처럼 어둡고 화가 많은 때로 돌아갈 수 도 있는 거고. 
 
‘꽃(flower)’는 꽃을 매개로 인생의 여러 장면과 감정을 연결시키는 곡이다. 사실 앨범 아트 워크를 보고 평온한 죽음을 연상했다 자학적으로 죽음을 생각하거나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사람에게 ‘죽음이 나쁜 게 아니야’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죽음이 반드시 부정적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리고 위로와 사랑의 의미로 누군가에게 꽃을 주고, 그 대상이 죽은 이가 되기도 하는 것이 보편적 문화 아닌가. ‘위로’가 지금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과 가장 가까운 것 같다. 
 
누군가를 위해 직접 꽃을 산 적은 꽃보다 화분을 곧잘 선물하는 편이다. 집들이 선물로 휴지 같은 건 한 번도 산 적 없고 꼭 화분을 산다.
 
〈롤링 스톤즈〉 웹사이트에 올라온 기사를 봤을 때 기분이 어땠나 내 음악 궤적을 상세하게 다루며 극찬한 걸 보고 감동받았다. 나를 지지해 준 팬들이 좋아해온 모습을 저버린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있었는데 이 기사 덕분에 앨범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확신하게 됐다. 
 
이번 앨범에도 수많은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초창기부터 함께한 넉살, 씨잼을 비롯해 이하이, 콜드, 카더가든 등 연이어 작업한 아티스트들도 눈에 띄는데 ‘이 아티스트의 새로운 면을 내가 꺼내 보이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는 작업은 없다. 다만 특정 아티스트의 작업물을 듣다가 새로운 게 보이면 그걸 염두에 둔다. 멜로디나 랩 스타일 때문에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작업물이 세밀하게 살펴보면 실은 슬픔과 고통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이 사람이 이런 것도 생각하는구나’ 하는 것을 기억해 둔다. 워낙 다양한 아티스트가 참여하다 보니 넉살이 다른 작업물을 듣고 나서 ‘나 다시 해야 되는 거 아냐?’라고 한 적은 있었다(웃음). 
 
16개의 트랙 중에 앨범 전체 분위기를 대표하는 건 아무래도 ‘People(Feat. 팔로알토, 더콰이엇)’ 아닐까 싶다. 두 레이블의 수장들이 주는 무게감도 있고 이 앨범을 만드는 동안 가장 고마운 사람을 생각하니 두 사람이 떠오르더라. 〈쇼미더머니777〉과 〈고등래퍼3〉를 통해 얻은 게 정말 많다. 프로그램 자체의 위력도 있지만 기분 좋게 이걸 얻을 수 있었던 이유를 돌아보면 두 사람이 함께했다는 게 컸다. 이건 내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앨범이고,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다룰 거다, 함께해서 고맙다는 마음에 대해 자유롭게 풀어달라고 요청했고 가사를 받았는데 너무 좋았다. 받자마자 ‘됐다’고 생각했다. 
 
전역 이후에 음악을 시작했다. 10대 때는 어떤 사람이었나 꿈이 없었다. 오늘 놀고 나서 내일은 뭐하고 놀면 재미있을까 생각했다. 〈고등래퍼3〉에서 10대들을 가까이 지켜보면서 이 친구들이 대견했던 이유다. 나는 어릴 때 열심히 안 했으니까 지금 더 열심히 해야 한다(웃음). 
 
‘초심’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생각하나? 첫 싱글을 낸 2013년을 돌아보면 어떤지 음악이 좋고 재미있으니까 내야지! 그게 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히 좋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음원을 하나 내더라도 득과 실, 사람들의 반응, 완성도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자기만족으로 끝나던 때, 그때의 자유로움을 초심이라고 부를 수는 있겠다. 
 
앨범과 앨범 사이에 제임슨(JMSN), 니아(Niia) 같은 해외 아티스트와의 작업물도 공개됐는데 2017년 3집을 내고 살짝 무력감에 빠져 있었다. 2년 넘는 시간 동안 진짜 힘들게 만들었고 호평을 받았지만 음악 자체에 좀 질렸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음악을 사랑하고 무조건 음악을 해야 하는 사람이므로 원동력을 찾아야 했다. 인지도  0의 프로듀서 심정으로 돌아가 해외 아티스트들에게 곡을 보냈고, 그 결과물이 차례로 나온 것이다. 
 
진정한 초심 찾기다(웃음). 천재 프로듀서라는 수식어에 대한 소감은 내게 ‘천재’는 열심히 하는 사람을 말한다. 에디슨, 아인슈타인, 메시, 호날두 다 천재지만 진짜 말도 안 되는 노력 끝에 성과를 얻어낸 사람들이기도 하니까. ‘천재’라는 말을 들으면 그냥 내가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긴 하나 보다 싶다. 
 
사람들이 ‘좋은 비트’나 프로듀싱에 대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 회의감을 느낄 때는 없는지 해외와 비교하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점점 많은 사람들이 프로듀서의 존재를 알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아직은 즐겁다. 여전히 곡 쓰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크지만 그보다 프로듀서는 앨범을 기획해서 흐름을 만들고, 종합 예술적인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이다. 
 
너무 늦은 질문 같지만  7년 가까이 몸담고 있는 크루 ‘리짓군즈’를 직접 소개해 준다면 13명의 크루이자 단체, 회사다. 개그 코드가 맞는 사람끼리 웃고 떠들다가 음악도 만들게 된 것으로 보면 된다. 리더도 없다. ‘딩고 프리스타일’과 〈리짓군즈의 마지막 SHOW당!〉을 촬영하고 있는데 자화자찬 같지만 요즘 내가 가장 재미있게 보는 영상이다(웃음). 사실 온종일 악기와 컴퓨터 앞에서 혼자 말 한 마디 안 하고 있다가 밖에 나가서 사람들과 떠들면 방송을 떠나 신날 수밖에 없긴 하다. 
 
인간답다는 건 어떤 것일까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웃기면 웃고, 슬플 때는 슬퍼하는 것. 각양각색의 감정을 갖고 표현하는 것은 살아 있다면 누구라도 할 수 있으니까. 다들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살 수 있길 바란다.  
 
패딩 베스트와 스트라이프 셔츠, 팬츠는 모두 Salvatore Ferragamo. 깃털 모티프의 클립 이어링은 Boucheron. 왼손에 낀 볼드한 링, 체인 링크드 브레이슬릿, 오른손에 낀 못 모티프 링과 십자 모양이 새 겨진 링은 모두 Chrome Hearts.

패딩 베스트와 스트라이프 셔츠, 팬츠는 모두 Salvatore Ferragamo. 깃털 모티프의 클립 이어링은 Boucheron. 왼손에 낀 볼드한 링, 체인 링크드 브레이슬릿, 오른손에 낀 못 모티프 링과 십자 모양이 새 겨진 링은 모두 Chrome He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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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사진 김선혜
  • 피처 에디터 이마루
  • 패션 에디터 이재희
  • 디자인 온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