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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 기프트 박스와 디올 유산이 전시돼 있는 내부, 디올의 명언과 역사를 담은 가상의 책, 전시장 외부 .
존 갈리아노는 말했다. “미켈란젤로가 신의 손을 창조했다면 디올은 금의 손을 가졌던 것이 틀림없다. 그의 재단은 우리가 옷을 입는 방식 자체를 바꿔 놓았다.”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14일까지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외부에 있는 대형 박스에선 무슈 디올의 금빛 손길이 전해지는 의상들을 비롯해 존 갈리아노의 오트 쿠튀르 드레스 등 디올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헤리티지 전시가 진행됐다. 전시장 중앙에 쌓여 있는 디올 기프트 박스와 그 사이로 보이는 영상은 파리 몽테뉴 가에서 날아온 커다란 선물과 같았다. 입구 옆에 자리하고 있는 가상의 책에는 무슈 디올과 존 갈리아노가 남긴 명언과 역사적 순간들이 담겨 있었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순간, 전설은 눈앞에 펼쳐졌다. 가혹했던 전쟁이 끝난 1940년대. 크리스챤 디올은 지친 여성들에게 잃어버린 정체성을 찾아주고 싶어 했다. 그는 근심 없이 밝게 빛나는 마음과 아름다운 세상을 꿈꿨고 여성들이 누구보다 자신을 위해 살기를 바랐다. 잘록한 허리, 높은 상반신 그리고 코르셋과 레이스의 유혹적인 우아함을 내세우며 드디어 1947년 2월 12일 그의 첫 컬렉션을 발표했다. 당시 선보였던 ‘뉴 룩(New Look)’은 전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의상이었다. 허리를 강조한 밝은 그레이 실크 재킷과 이번 시즌 ‘레이디라이크’ 열풍의 원조일 법한 블랙 울 플레어 스커트는 ‘자연스러움과 진실만으로도 혁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그의 패션 철학을 전하고 있었다. 1948년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의 ‘코코트(Cocotte)’와 1956년 F/W 오트 쿠튀르의 매혹적인 실크, 새틴 소재 레드 미니드레스도 함께 전시됐다. 디올의 전설을 이어가고 있는 갈리아노의 오트 쿠튀르 드레스 다섯 벌도 함께 볼 수 있었다. “오트 쿠튀르는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입을 수도 있는 예술품”이라고 한 그의 쿠튀리에 정신을 엿볼수 있는 것들이었다. 2005년 S/S 시즌에 선보인 깃털 꽃이 핀 듯한 자수 장식 코트는 갈리아노의 ‘작품’임을 자처하고 있었다. 어빙 펜에게 영감을 받아 선보인 블랙 울 크레이프 수트는 그 의상을 입고 런웨이를 요염하게 걸어나와 포즈를 취하던 슈퍼 모델 지젤 번천을 단번에 떠올리게 했다. 디올이 좋아해 마지않던 골드 장식이 더해진 레드 코트도 디올의 전통과 진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셀 수 없이 많은 밤을 지새우며 하나하나 완성했을 2008/2009년 F/W 자수 드레스도 함께 자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