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뉴닉, 21세기 뉴스

아직도 뉴닉을 모른다고? 이토록 명민한 시선으로 세상의 소식을 전하는 뉴스레터를 모르고 살기엔 놓치는 것이 너무 많다.

BYELLE2020.03.02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엘르〉가 초대한 7명의 여성. 자기다운 방식으로 세상을 탐구하고, 멋진 창조물을 만들며, '나'를 완성해 가는, 멈추지 않는 여자들의 꿈과 도전에 관한 이야기. 세 번째, 뉴닉의 비전. 
 
빈다은이 입은 스트라이프 팬츠 수트는 Ports 1961. 김소연이 입은 크림 컬러 트렌치코트는 Recto. 팬츠는 Zara.

빈다은이 입은 스트라이프 팬츠 수트는 Ports 1961. 김소연이 입은 크림 컬러 트렌치코트는 Recto. 팬츠는 Zara.

아침 6시, 고슴도치 한 마리가 재잘재잘 말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이슈가 무엇인지, 지금 우리가 함께 이야기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서울대학교 동문이자 창업 동아리 ‘인액터스’에서 처음 만난 김소연(27)·빈다은(26) 대표가 2018년 12월 론칭한 뉴스레터 서비스 ‘뉴닉’은 매주 월·수·금요일 아침마다 이슈를 선별하고 정리해 누군가의 메일함에 조심스럽게 밀어넣는다. 이 서비스에 반색한 사람들은 지금까지 약 13만 명. 구독자의 90%는 바쁘지만 중요한 뉴스는 놓치기 싫은 2030 밀레니얼 세대다.  
 
6억 원의 투자금 유치와 10만 구독자 돌파, 1주년 기념 돌잔치까지. 2019년은 뉴닉에 잊을 수 없는 해다 김소연(이하 킴) 너무 감사한 일이다. 우리의 영향력을 피부로 느낄 때 무섭기도 하면서 동시에 기쁜데, 특히 100명의 구독자들과 직접 만난 돌잔치가 그랬다. 우리가 이렇게나 사랑받고 있다고? 믿기지 않았다. 빈다은(이하 빈) 창업 당시 팀원들에게 ‘구독자 10만 달성’을 목표로 이야기했다. 말없이 고개만 숙이더라(웃음). 하지만 결국 목표를 달성했다. 잘하고 있구나 싶었고, 그런 성과들이 더 큰 목표를 세울 수 있는 믿음과 자신감을 준다. 
정식으로 창업하기 전 베타 서비스로 꾸준히 사업 가능성을 테스트한 걸로 알고 있다. 뉴닉의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해준 결정적 지표가 있었나 사실 많은 사람이 ‘되게 구리다’고 말하며 떠났다(웃음). 하지만 소수의 사람이 우리를 너무 좋아해주는 걸 보고 그런 사람들이 10만 명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서비스를 오픈하게 된 거다. 
구독자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구독자의 성별이나 나이를 조사할 수 없게 돼 있다. 신청서 문항으로 설정해 둔 직업조차 필수값은 아니다. 텀블벅을 진행하거나 행사와 같은 대면의 기회가 있을 때 일부 확인하는 정도다. 그럴 때 만난 구독자들을 보면 신기하게 성향이 다들 비슷하더라. 기본적으로 조용하고, 섬세하지만 할 말은 다 하는? 지극히 뉴닉스럽다. 
뉴닉의 뉴스레터는 ‘그건 뭔데?’ ‘그래도 되는 거야?’ ‘그게 왜 문제인 건데?’ 같은 대화체로 구성돼 있다. 이런 화법을 택한 이유는 어떤 이슈를 우리가 이해한 관점으로 풀어내기까지 팀원끼리 서로 질문을 많이 던진다. 그런 문화가 자연스럽게 반영된 것 같다. 우리가 믿는 바와는 상관없이 사람들이 끝까지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매끄러운 스토리텔링을 만들고자 한다. 다양한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도록 보여준 다음, 스스로 판단하도록 도와주는 게 뉴닉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서다. 
뉴스레터는 매번 세 가지 핵심 주제로 큐레이션된다. 이슈를 선정할 때의 원칙이나 철학이 있는지 단편적이고 자극적인 이슈는 최대한 배제하려 한다. 누가 강아지한테 물려 죽었다든지, 축구 경기에서 얼마나 멋진 골을 넣었다든지 같은 것 말이다. 우리가 다루는 이슈는 작동하는 원리가 사회구조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기성 미디어에 비해 인권과 동물권, 환경에 대한 이슈를 자주 채택한다. 성전환 학생 여대 입학 논란, 그리스 난민 문제, 기후 위기 같은 뉴스가 그렇게 선택된 것들이다.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는 이슈를 다룰 때의 노하우가 있다면 아젠다가 이것인데 어떤 입장에선 이런 식의 주장을 하고 있고, 다른 쪽에선 이런 식의 주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준다. 예를 들면 성전환 학생 여대 입학 논란의 경우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지, 여대 측 입장은 무엇인지, 논란의 당사자는 어떤 심경을 밝혔는지 모두 보여주는 식이다. 페미니즘 이슈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어떤 이슈를 두고 우리가 얼마나 소모적으로 다투는지를 보라. 다음 번에 비슷한 이슈가 발생했을 때 똑같은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어디까지 합의됐는지를 먼저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그 이상으로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을 테니까. 
 
뉴스가 진실이나 공정성만 강조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가치 있는 뉴스가 되려면 어떻게 스토리텔링해야 하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인권과 젠더 감수성이 높은 미디어로 잘 알려져 있다. 기성 미디어는 쉽게 이룰 수 없었던 일이다 ‘그’ ‘그녀’ 같은 지칭 문제부터 혹시 기존의 편견을 무의식적으로 재생산하고 있는 표현들은 없는지 세심하게 체크하고 있다. 우리가 쓰는 언어가 누구의 언어인지 보려는 것이다. 위안부 생존 여성 관련 이슈가 있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언론에서 당사자를 ‘할머니’라고 지칭하는 것을 봤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인권운동가’라 부른다. 그런 것들이 치밀한 검열의 결과다. 뉴닉의 마스코트 ‘고슴이’에게 옷 한 벌 입힐 때도 마찬가지다. 성별을 전형적으로 나타내는 디자인은 최대한 경계한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건 언제나 섹슈얼리티가 아닌, 아이덴티티다. 
특별히 주목하고 있는 여성 이슈가 있다면 영국에서 젠더 고정관념을 강화시키는 광고를 국가 차원에서 규제한 사건. 가타부타를 떠나 어디까지가 성에 대한 고정관념인지, 광고가 현실을 어느 정도 반영해야 하는지 같은 논의로 확장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부럽기도 했다. 당장 우리 사회에서 육아 부담을 누가, 얼마나 지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한다. 일하는 여성이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에 시달려야 하는 건 너무 가혹한 일 아닌가? 기업과 국가에서도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그런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가짜 뉴스, ‘복붙’ 뉴스가 판치는 세상에선 진정한 뉴스에 대한 갈망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가치 있는 뉴스란 뭘까 사람들이 어떤 이슈에 대해 궁금할 때 정말 그것만 읽어도 되는 기사들이 있다. 뉴스레터로서 뉴닉이 지향하는 바도 거기에 닿아 있다. 개인적으로 뉴스가 진실, 공정성 같은 저널리즘적 측면만을 강조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가치 있는 뉴스가 되려면 진정성을 바탕으로 어떻게 스토리텔링해야 하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최근 뉴닉의 파워를 느낀 일이 있다면 2월 5일 뉴스레터에 미국 아이오와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 선거 이슈를 다뤘다. 단순히 재미있다는 감상을 넘어 ‘4월 15일에 열릴 우리나라 총선도 이렇게 재미있게 설명해 주실 거죠?’ 같은 기대 섞인 피드백을 많이 받았는데, 그렇게 사람들이 우리에게 뭔가를 기대할 때마다 뉴닉의 파워를 느끼는 것 같다. 
친밀한 조직 문화도 중요하지만 기업에서는 리더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로의 리더십에서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정말 좋은 창업가는 전략이나 이성적 판단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킴은 탁월한 리더다. 지금 우리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항상 확인시켜 주거든. 직관에 의존하다 보면 자칫 서투른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럴 때 빈은 누구보다 현실적으로 이성적인 피드백을 들려준다. 더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말이다. 
스스로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남의 언어가 아닌, 나의 언어로 말하는 사람. 나만의 신념과 자기 확신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정말 어릴 때부터 가수 보아를 너무 좋아했다. 어리다고 양해를 구하는 게 아니라 순전히 자신의 실력으로 한 단계씩 성장해 가는 모습이 멋있었다. 
도전을 꿈꾸는 또래 여성에게 전하고픈 메시지 지금 20대 친구 중에 누구 하나 치열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우리가 계속해서 이런 인터뷰 기회에 응하는 건 우리처럼 창업해라, 도전하라는 걸 종용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저 우리 같은 사람도 있다고,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서다. 그걸로 누군가의 용기가 꽃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 없다.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질 것. 거창하지만 기꺼이 말하고 싶다. 내가 가진 게 뭔지, 이걸로 도전했을 때 얼마큼의 리스크가 있을지는 그 어떤 훌륭한 멘토도 알려줄 수 없다. 그러니 자신을 믿고 한번 해보면 어떨까? 우리 또래라면 충분히 그래도 되는 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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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사진 김신애
  • 에디터 류가영
  • 스타일리스트 정장조
  • 헤어&메이크업 장하준
  • 디자인 전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