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LYE

발로 뛰어 가져온 실시간 라이프스타일 리포트

지금 이 순간 바다 건너 저 도시에서도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는 빛의 속도로 변하는 중이다. 패션, 컬처, 스폿, 나이트라이프. '엘라서울' 통신원들이 발로 뛰어 가져온 실시간 라이프스타일 리포트.

프로필 by ELLE 2010.11.13

Tao Kurihara/ Tao Comme des Garcons
Rei Kawakubo/ Comme des Garcons
Mintdesigns


LONDON
FUTURE BEAUTY: 30 YEARS OF JAPANESE FASHION

일본 패션이 세계 패션계에 미친 영향이 지대하다는 사실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특히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서구의 주류 국가들이 자신들이 속한 곳 이외의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되는 1980년도 이후에는 더욱 그렇다. 일본 패션은 패션의 기본 개념을 재정의하고 완벽함과 입체로 대변되는 서구의 ‘미’ 개념에 도전하면서 ‘비움과 평면의 미’를 소개하고 패션을 아트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지금 런던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는 일본 패션이 서구에 미친 영향을 요약해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유럽 첫 전시라 그 의미가 남다르다. 바비칸 아트 갤러리와 일본 쿄토 커스튬 인스티튜트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전시의 의의를 이야기하면서 바비칸의 케이트 부시 관장은 이세이 미야케, 레이 카와쿠보, 요지 야마모토 등의 일본 디자이너들이 서구 쿠튀르의 타이트한 실루엣을 풍성하고 흐르는 실루엣으로 바꾸어놓았으며 일본의 영향으로 전후에 유행하고 있던 과장되고 화려한 테크닉은 사라지고 차분한 모노톤과 해체주의가 장식의 영역으로 들어왔다고 말한다. 바비칸 센터 1층의 전시 공간은 30년 간의 일본 패션의 흐름을 설명하는 4개 섹션으로 나뉜다. ‘In Praise of Shadows’은 단색에 대한 일본 패션의 경외심과 그림자의 미묘한 뉘앙스를, ‘Flatness’는 이세이 미야케나 레이 카와쿠보의 기하학적인, 혹은 평면과 볼륨을 적절히 사용한 의상을 보여준다. 또한 ‘Tradition and Innovation’ 섹션에서는 전통 의상과 현대의 혁신적인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를 테면 종이 의상이나 테크노 쿠튀르. 그리고 ‘Cool Japan’은 스트리트 패션, 대중 문화와 하이 패션의 상호 공생관계를 짚어가는 섹션이다. 2층에서는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모든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모노톤의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바비칸 아트 갤러리. WORDS 김혜은(런던 통신원)

DATE 10월 5일~2011년 2월 6일
TEL
44-845-120-7550
www.barbican.org.uk




AMSTERDAM
THE KITCHEN

셰프가 요리한 음식을 맛보며 도대체 이런 맛은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궁금해 했다면 레스토랑과 쿠킹 클래스가 접목된 신개념 스팟을 소개한다. 암스테르담에서도 가장 핫하다는 9번가에 자리한 ‘더 키친’의 컨셉트는 ‘쿠킹 앤 다이닝’. 특급 호텔 출신 셰프의 지도를 받으며 스스로 요리해 즉석에서 즐기는 것. 함께 배울 친구들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1인 예약은 물론, 짧은 점심 시간을 위한 샌드위치나 햄버거 메뉴도, 요리한 뒤 바로 테이크아웃하는 것도 가능하니 시간에 쫓기는 여행자들까지도 거뜬히 커버한다. 브런치와 런치, 애프터눈과 디너 타임 중 원하는 시간에 미리 예약하면 된다. 특히 디너는 프랑스, 이탈리아, 인도 셰프가 마련한 다국적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디저트까지 나오는 정찬 코스가 부담스러운가. 쿠킹 클래스는 요리에 대한 셰프의 열정을 나누는 시간이기에 스트레스 받을 필요 없다는 셰프들의 말이 용기를 북돋운다. 아늑하고 모던한 공간은 파트너십을 맺은 핀란드 브랜드 이딸라의 식기들로 채워져 있다. 또한 토요일에는 언제라도 커피와 케이크를 즐길 수 있는 카페로 변신한다. 나른한 주말 오후의 여유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인 곳. WORDS 지은주(암스테르담 통신원)

ADD Prinsenstraat 10 1015 DC Amsterdam
OPEN 오전 12시~오후 11시
TEL 31-20-427-0000
www.thekitchen.nl




BERLIN
INTERSOUP

베를린 프렌츠라우어베르크는 옛 동독의 건조하고 차가운 흔적과 젊은 아티스트들의 열정이 만난 독특하고 묘한 곳이다. 거리를 걷다 보면 보물찾기하듯 구석구석에 숨겨진 가게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라이브 카페 ‘인터숩(intersoup)’도 마찬가지다. 서울에 ‘세시봉’이 있었다면 70~80년대 베를린에는 이곳이 있었던 셈. 낡은 벽지와 오래된 소품들이 눈에 띄는데, 모던한 인테리어라고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고 모든 게 언밸런스하다. 지나치게 트렌디한 것들에 익숙한 우리 눈에는 자칫 촌스러워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게 베를린 카페의 멋이자 베를리너들의 일상이다. 지하 공연장은 작지만 늘 뮤지션들의 열기가 가득하다. 의외로 유명 뮤지션들의 공연도 종종 있는데, 운좋게 한국에서도 앨범을 발매한 적 있는 오스트리아 뮤지션 버나드 에더(Bernhard Eder)의 공연을 본 적도 있다. 그의 솔로 앨범에 수록된 곡 대부분이 베를린에서 머물며 영감을 받아 쓴 것들이라고. 공연 뒤에는 뮤지션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건 물론, 직접 연주를 해도 좋다. 공연은 거의 매일 밤 무료. 음악을 안주 삼아 마시는 칵테일의 맛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추천 칵테일은 화이트 러시안과 핑크 모히토, 음식은 12시까지만 제공된다. WORDS 박미옥(베를린 통신원)

ADD Schliemannstr. 31 E, 10437 Berlin
OPEN 오후 6시~오전 3시 (금~일요일은 오후 6시~오전 5시)
TEL 49-30-6095-0316
www.intersoup.de




NEW YORK & SEOUL
박상미의 두 도시 이야기

드레스 코드가 있는 풍경

예전 한국에 살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엔 여기저기서 파티가 많다. 얼마 전에는 모회사에서 하는 신제품 런칭 파티에 초대되어 간 일이 있는데 파티장에 들어서며 깜짝 놀랐다. 한 공간에 그리 많은 아저씨들이 무더기로 서 있는 걸 본 건 처음이었다. 일할 때 입는 회색 양복 차림의 그 아저씨 부대는 게다가, 어정쩡한 폼으로 입구 쪽을 향하고 있었다. 파티가 진행되면서 옷을 좀 다르게 입은 남자들도 몇 눈에 띄고 멋을 낸 여자들도 오면서 분위기가 나아졌지만 그 첫 ‘장면’은 부조리극의 그것처럼 인상적이었다.
드레스 코드에 관한 기억이라면 90년대 초 처음 캐나다에 갔을 때 본 그곳 대학생들의 모습도 꽤 강렬하다. 난 대학 시절 주로 미니스커트에 하이힐을 신고 다녔는데 천편일률적으로 캐주얼한 차림에 나름 충격을 받은 것이다. 거의 후줄근한 수준인 교포 대학생들 속에서 나만 재킷과 블라우스 차림에 하이힐까지 신어 엄청 쑥스러웠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서양은 우리에 비해 상당히 분명한 드레스 코드를 갖고 있다. 학교에 갈 때는 맨 얼굴에 청바지 차림이고 놀러 갈 일이 있으면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간다. 대학생들이야 놀 때도 캐주얼하게 입지만 일반적으로 파티에는 분명한 드레스 코드가 있는 편이다. 예를 들어 ‘블랙타이’는 최고로 갖추어입는 차림으로 남자들은 턱시도를 여자들은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칵테일’이라고 하면 남자들은 맵시 나는 어두운 색 정장에 여자들은 (주로 무릎까지 오는) 짧은 길이의 우아한 드레스를 입는다. (우리가 흔히 '리틀 블랙드레스'라 부르는 검정 드레스가 칵테일 파티에서 가장 애용되는 차림이다.) ‘페스티브’라고 하면 좀 더 자유롭게 축제 분위기를 내면 된다. 할로윈에는 맘껏 되고 싶은 ‘것’이 될 수 있는데, 특정한 드레스 코드를 주는 할로윈 파티도 있다. 몇 년 전 마크 제이콥스에서 주최한 할로윈 파티에 갔을 때의 드레스 코드는 ‘베니스 풍’이었다.
드레스 코드가 세분화되고 확실하다는 건 어찌 보면 편리를 위한 일이다. 옷차림만 봐도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대충 알 수 있어 헷갈림이 적어지는 것. 이를 테면 직종마다 드레스 코드가 달라서 월스트리트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보수적인 정장을 하는 편이지만 전문직 종사자들은 양복은 안 입어도 넥타이와 구두는 착용하는 ‘프로페셔널룩’이나 넥타이와 구두가 빠지고 셔츠에 청바지 외의 바지를 입는 ‘세미 프로페셔널룩’을 입는다. 파티의 경우도 드레스 코드는 뭘 입을까 하는 고민의 폭을 좁혀준다. 옷차림의 종류가 제한되면 그 정해진 옷차림의 패션이 발전하는 측면도 있다. 이브닝 드레스만 입는 파티가 있기에 이브닝 드레스의 패션은 다양해질 수 밖에 없다.
한편, 드레스 코드가 아직 불분명한 서울의 거리는 헷갈리면서도 재미있다. 대낮에 파티복 차림의 여성들이 ‘이브닝 슈즈’를 신고 거리를 활보하고 정작 결혼식이나 파티에서는 직장에서 입는 정장 차림이 눈에 띈다. 얼마 전에 외국인 회사에 다니는 친구가 자기 회사 파티의 드레스 코드를 말해준 적이 있었는데 우하하 웃고 말았다. 파티를 조직하는 사람이 나처럼 회사원 아저씨 부대에 덴 사람이었는지 회사원 복장만 뺀 모든 드레스 코드를 실어놨던 것이다. 세상에, 턱시도와 힙합이 섞여 있는 드레스 코드는 처음 봤다. 나중에 친구가 파티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어떤 여성은 심지어 꿀벌 차림이었다. 결국 할로윈 복장까지 섞였던 것. 얼마 전 클럽에 갔을 때도 비슷했다. 서울에서 클럽은 처음이었고 내가 드레스 코드를 알 리 없었다. 뉴욕에서 하던 대로 섹시한 캐주얼룩으로 갔는데, 그런 컨셉트가 무색할 정도로 드레스 코드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티셔츠에 반바지에 장화를 신은 여자부터 중절모에 몸빼 바지 차림의 남자까지... 차림이 너무 다르다보니 서로 경쟁은 안 되었지만 혼란스러우면서 재미있는 풍경인 건 틀림없었다.

(PROFILE)
박상미
는 1996년부터 뉴욕에서 살면서 미술을 공부했고 글도 쓰기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뉴요커>와 <취향>이 있고, 옮긴 책으로<앤디 워홀 손 안에 넣기>, <우연한 걸작>, <빈방의 빛>, <그저 좋은 사람>, <어젯밤>, <사토리얼리스트> 등이 있다. 현재 ‘가로수길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패션 프로젝트를 위해 서울에 체류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본지 11월호를 참조하세요!

Credit

  • 에디터 강경민
  • 포토 윤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