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랜드의 여정은 지금도 진행 중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내가 이상한 건지 누가 이상한 건지 모든 게 내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라"라고 외치던 소년. | 홀랜드,뮤지션,k-pop,LGBTQ,커밍아웃

  이마와 콧대, 눈 밑, 광대뼈, 눈꺼풀 등 광택감을 표현하고 싶은 부위에 Chanel 바움 에쌍씨엘 글로우 스틱을 발라준다. 블랙 컬러 젤 라이너를 립 브러시에 묻혀 입술 전체에 과감하게 바르면 완성. 슬리브리스 톱은 Kimseoryong Homme. 체인 네크리스는 Portrait Report.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이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다 영국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Dazed & Confused> 매거진의 커버를 꿰찼다는 K팝 가수 소식을 알게 됐다. 커버 주인공은 ‘홀랜드’라는 이름을 가진 낯선 청년. 대한민국 최초 ‘커밍아웃’ 뮤지션, 게이임을 숨긴 채 데뷔하고 싶지 않아 연습생 신분을 버린 뒤 모든 제작을 혼자 도맡아해 온 자립형 아이돌. 그렇게 첫선을 보인 곡 ‘네버랜드’가 유튜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수많은 해외 팬의 ‘입덕’을 부르게 된 것이 홀랜드의 첫 터닝 포인트였다. 팬들을 대상으로 펀딩을 받아 성소수자(LGBTQ)에 대한 소신을 과감히 반영한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발표했고, 그가 쓴 가사와 직접 출연한 뮤직비디오는 늘, 부정적으로든 긍정적으로든 화제의 중심에 있어왔다. 빌보드는 ‘신인 뮤지션이자 성소수자들을 위해 행동하는 저항적 인권운동가’라고 조명했고 혁오밴드, 예지, 페기 구와 함께 2018 ‘데이즈드 100’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홀랜드. ‘어젯밤 인터뷰 질문을 읽으며 무슨 답을 할까 고민하다 잠들었다’며 그가 슬쩍 보여준 스마트폰 메모장엔 검은색 텍스트가 빼곡했다. 이토록 하고 싶은 말이 많은 홀랜드와 드디어 마주 앉았다.     연보랏빛 크림 섀도를 눈꺼풀에 바른 다음 그 위에 립글로스를 덧발라 광택감을 극대화한다. 베이지 컬러의 블러셔를 앞쪽 볼부터 광대뼈까지 널찍이 바르고 투명 립글로스를 입술에 도톰히 발라준다. 후프 이어링은 Rocking Ag. 눈꺼풀과 언더라인에 Make Up For Ever 아티스트 컬러 섀도우, M-853 네온 핑크를 바른다. 형광 핑크빛의 블러셔인 MAC 엑스트라 디멘션 블러쉬, 로지 치크스로 볼에 색을 입힌 뒤, 입술에도 같은 컬러를 톡톡 묻혀준다. 안에 입은 셔츠는 Charm’s. 겉에 입은 셔츠는 Pushbutton. 네크리스는 Quarqor. 링과 이어링은 모두 Portrait Report. 연습생 신분으로서 ‘소속사를 나가 독립적으로 활동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엄청난 결심이었을 텐데 솔직히 엄청 무서웠어요. 친구들, 부모님 모두 잃을 각오하고 저지른 일이었으니까. 당시 인생의 방향에 대해 정말 많이 고민하던 시기였어요. 만약 내가 아이돌이 되더라도 팬에게 ‘거짓된 나’를 보여준다는 것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았고, 있는 그대로 내 모습을 사랑해 주는 게 아니라고 계속 느낄 것 같았어요. 내가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내 음악이 팬에게 어떤 역할을 했으면 좋겠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결론은 하나뿐이었어요. 그 결심 덕분에 해외 유수 매체가 홀랜드를 주목하게 됐죠 네, 데뷔한 지 벌써 1년 반이 됐고 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바쁘게 지냈어요. 감사하게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이렇게 <엘르>에서도 불러주고요, 하하! 국내에서도 조금씩 저를 알아봐주는 것 같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하지만 공중파나 좀 더 보편적인 대중이 보는 매체에서는 여전히 저를 다루는 것에 많이 조심스러워하죠. 분명 제가 불편하고, TV에 나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도 있으리라 생각해요. 저도, 사회도 더 성장하기를 기다려야죠. 여전히 성소수자 이슈가 터부시되는 한국시장에 아쉬움을 느끼진 않는지 맞아요, 한국에선 예민하고 민감한 주제죠. 제가 국내에서 더 유명해지게 되면 저를 홀랜드 그 자체로 봐주는 게 아니라 LGBTQ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잖아요. 예를 들어 제가 어떤 실수를 하게 되면 저를 욕하는 게 아니라 LGBTQ 전체에 대한 반감을 갖게 되는. 그래서 그들이 상처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매사 조심스럽고, 부담감도 있어요. 때문에 제가 외국에서 더 인정받은 후에 한국으로 역수입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거고요. 지금은 조급해 하지 않고 ‘언젠가 홀랜드라는 뮤지션의 진가를 알아줄 때가 오겠지’ 하고 열심히 활동하는 것만 생각하려고요. 알바해서 번 돈을 모아 첫 번째 곡 ‘네버랜드’를 발표했죠. 기억에 남는 팬들의 반응이 있다면 데뷔하고 며칠 뒤 제 생일이었어요. 한국 팬들이 직접 롤링 페이퍼를 써서 책을 만들어줬는데 거기에 적혀 있던 팬들의 메시지를 아직도 기억해요. 제가 학창시절에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계시더라고요. 팬들이 제 음악에 공감하고, 롤링 페이퍼에 적힌 메시지에 제가 또 공감하고, 그렇게 서로 교감하고 위로가 돼주는 느낌. ‘음악을 통한 소통’이 실현되는 걸 느낀 순간이었어요. 에즈라 밀러도 한 인터뷰에서 홀랜드의 팬이라고 말했다죠 너무 영광스러워요. 아무래도 한국이 미국이나 유럽보다 보수적이잖아요. 외국 팬들도 분명 그 문화적 차이를 알고 있을 텐데 ‘보수적인 아시아 국가에서 젊은 아티스트 친구가 인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구나’라는 점을 예쁘게 봐주는 것 같아요. 사진을 전공했다고 들었는데, 홀랜드에게 사진이란 세상을 더 넓게, 더 많이 볼 수 있는 시각을 갖게 해준 것. 특히 셀프 포트레이트를 찍으면서 자신에 대해 좀 더 알아가고, 좀 더 많이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요. 그렇다면 음악이란 홀랜드, 고태섭이라는 사람이 좀 더 성장할 수 있게 해준 것. 동시에 제 일이죠. 저를 더 알아갈 수 있는 일. 솔직히 사진보다 음악을 더 사랑해요.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요. 해외시장을 보면 많은 아티스트가 LGBTQ를 지지하고 자신의 신념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한국에는 저 같은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저에게 응원과 용기를 불어넣어준 것처럼 저도 제 팬들, 특히 한국 팬들에게 힘을 주는 아티스트가 되는 게 꿈인데, 저 잘하고 있나요? 너무나! 지난여름에 발표한 ‘I’m not afraid’와 ‘I’m so afraid’라는 곡이 인상 깊어요. 트윈 싱글이라는 형태도 참신하고 정말 아무것도 아니던 어린아이가 스타가 됐는데 고맙다, 사랑한다고 말해 주는 팬들에게 제 얘기를 좀 더 들려주고 싶었어요. 저한테 이런 고민을 많이 털어놓아요. ‘나도 당당해지고 싶다. 부모님한테 말하고 싶다. 내 주위에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외롭다….’ 저도 똑같이 느끼던 것들이에요. 솔직히 털어놓고 나니 많은 팬이 생겼고, 그들이 지지해 주기에 두렵지 않다는 마음이 첫 번째 곡의 영감이 되었죠. 하지만 두려움이 왜 없겠어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부모님 얼굴을 어떻게 보나, 친구들에겐 뭐라고 설명하나. 하지만 두려움과 두렵지 않음, 이 두 감정은 정말 한 끗 차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제 생각을 뮤직비디오에도 담을 수 있도록 주변에서 많이 도와줘서 그 의도가 잘 드러나지 않았나 싶어요.   눈 밑에 형광 핑크 섀도를 툭툭 묻히듯 바른 다음, 전문가용 컬러 팔레트인 Make Up For Ever 컬러 케이스에 든 그린과 블루 크림을 납작한 아크릴 브러시에 묻혀 눈가를 따라 기하학적인 라인을 그려준다. 페이크 퍼 베스트는 Neil Barrett. 블랙 가죽 장갑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검지에 착용한 골드 링은 Zara. 전문가용 컬러 팔레트인 Make Up For Ever 컬러 케이스에 든 옐로 크림을 손바닥에 전체적으로 바른 다음 한쪽 얼굴에 지그시 눌러 표현했다. 터틀넥 니트 톱은 Juicy Couture. 미니 앨범이 나오기까지 SNS가 굉장한 역할을 했죠. 홀랜드에게 소통이 갖는 의미는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 약자로 산다는 게 얼마나 외롭고 힘든지 저는 알아요. 그런데 그래서는 안 되잖아요. 사회가 그렇게 만들어서는 더더욱 안 되고. 동시에 누군가 내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도 알아요. 제가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건 단순히 가수와 팬의 관계에서 나누는 얘기라기보다 함께 인생을 살아가는 데 서로 응원하고 힘이 돼주는 개념에 가까운 것 같아요. 저에게서 팬들이 힘을 얻었다면, 그 팬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어린 친구들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오늘 화보에 홀랜드의 당찬 목소리와 무지개색 코드를 녹이고 싶었어요. 그중에서 홀랜드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컬러는 제가 오늘 입고 온 옷 색깔처럼 블루! 제가 하늘에 애착이 있는 것 같아요. 제 노래에도 별, 푸른 하늘, 같이 날자, 이런 가사가 많거든요. 의도하지 않았는데 저도 모르게 그런 게 적혀 있더라고요. 제 음악을 들었을 때 하늘을 나는 자유로움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하늘, 블루 같은 것에 마음이 끌리나 봐요.  다음 노래에 대한 힌트를 살짝 준다면 11월을 목표로 작업 중이에요. 얼마 전 가사 작업을 거의 끝냈고, 뮤직비디오 시놉시스까지 마무리했어요. 힌트를 드린다면…. 세상에는 정말 많은 음악이 나오는데 몇십, 몇백 년이 흘러도 공감이 가는 스토리가 있잖아요. 어떤 세대가 듣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제가 쓴 가사를 지인들에게 보여줬는데 “태섭아, 네가 배운 것도 아니고, 딱히 그렇게 쓰라고 한 것도 아닌데 흑인들이 억압받던 시기의 음악이랑 지금 네가 하는 음악이랑 그 메시지가 너무 흡사해”라고 하더라고요. 이게 힌트가 될까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전 세계적으로 ‘젠더리스’라는 키워드가 화제죠. 젠더리스 사회에서 ‘아름다움’이란 뭘까요 저는 기준이 없는 게 아름다움이라고 믿어요. 기준이 없어야, 그래서 모두가 달라야 각자의 아름다움이 실현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멋있네요. 마지막으로 오늘 <엘르> 촬영을 위해 준비한 게 있는데 못해서 아쉬운 게 있다면 아뇨, 저 오늘 하고 싶은 거, 하고 싶은 말 다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