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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 포지티브는 자신의 몸을 열렬히 사랑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혹은 자신의 몸에 대해 긍정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일련의 행동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60년대 미국에서 성행했던 비만활동주의(Fat Activism)와 90년대의 거식증 반대운동에 기반을 둔 보디 포지티브 운동은 신체 사이즈 받아들이기, 다시 말해 자기 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과 몸무게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지 않는 가치관을 뜻한다. 뚱뚱하면 매력적이지 않고, 뚱뚱하면 게으를 거라는 편견 말이다. 어쩌면 보디 포지티브는 긍정이나 부정, 어느 한편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인 시선으로 몸을 바라보는 마음 즉 ‘보디 뉴트럴리티(Body Neutrality; 자기 몸 중립주의)’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자기 몸을 사랑할 필요도, 혐오할 이유도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말이다. 보디 포지티브? 보디 뉴트럴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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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비만공포증(Fat Phobic)이 성행했다. 마르지 않은 몸매를 경멸하고 몸무게를 줄이도록 강요하는! 연예인의 셀룰라이트는 조롱이라도 하듯 빨간 동그라미로 강조된 채 잡지 지면을 장식했고 칼 라거펠트는 “마른 모델을 욕하는 여성들은 텔레비전 앞에 널브러져 감자칩이나 씹어대는 뚱뚱한 여자들뿐”이라는 등의 비만 혐오 발언을 일삼았다. 그리고 2020년을 향하고 있는 지금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마른 몸이 아닌 건강한 몸(#strongnotskinny)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운동을 함으로써 우리 몸을 열렬히 사랑하라는 식의 SNS 캠페인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살 빼’라는 이야기 아닌가! 이뿐인가? 마름의 특권(Thin Privilege)은 지금 이순간에도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뚱뚱한 사람들은 사회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심지어 연애에 있어서도 소외되곤 하니까. 그러니 보디 포지티브 운동 시대에도 여전히 마름을 동경하는 당신은 미치거나 뒤처진 게 결코 아니다. 여전히 마른 몸매가 좋다 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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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당장 크로스핏이나 저지방 고단백 식이요법을 중단하라는 건 아니다. 대신 당신의 몸이 그런 노력에 얼마만큼 반응하고 있는지 귀 기울이길 바란다. 혹시 몸을 혹사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몸이 정말 기뻐하고 있는지, 지금 휴식이 필요한 시기는 아닌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또 일상에서 무심히 받아들였던 비만공포증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본인을 염려해서 하는 이야기라는 명목 아래 뚱뚱한 몸에 대한 모욕과 비난을 즐긴다거나, 몸무게 감량에 대해서만 찬양하는 언행도 말이다. 시작이 반이라면, 문제를 인식하는 것 자체가 시작이니까! 보디 뉴트럴리티에 동참하고 싶다면
」개인적으로는 여전한 비만공포증을 없애기 위해 몇 가지 생활습관을 수정하기로 했다. 먼저 아침 6시 조깅 시간을 이보다 덜 부담스러운 7시 30분으로 바꿨다. 또 매일 두 잔씩 습관적으로 마시던 차 대신 파운드 케이크를 마음껏 먹기로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 몸을 ‘억지로’ 사랑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거다. 아직 노력하는 과정 중에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내 몸을 경멸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게 성공한다면 언젠가는 나도 내 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른 신체 부위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으로 인식하게 되겠지. 이것이 진정한 자기 몸 중립주의를 향한 내 최종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