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 브랜드, 어디까지 믿고 써야 할까 || 엘르코리아 (ELLE KOREA)
BEAUTY

인플루언서 브랜드, 어디까지 믿고 써야 할까

제 2의 임블리 사태는 언제 또 일어날지 모른다.

ELLE BY ELLE 2019.07.30
어딜 가나 임블리 얘기다. ‘그토록 승승장구하던 브랜드가 왜 이 지경이 됐을까’라는 화제가 휩쓸고 지나간 뒤, 뷰티 업계 종사자 사이에서 떠오른 화두는 ‘브랜드가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을, 그걸 구매하는 소비자를 대체 어떤 시각으로 봤길래’다. 혹시라도 ‘언니의 마음으로 만든 우리 화장품, 백화점 브랜드에 견줄 퀄리티를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맞춘 우리 화장품을 구매하고, 구매할 사람들’ 정도로 보고 있다면, 당돌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하나만 보고 둘은 보지 못했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원론적인 얘기를 하자면 피부는 ‘신체기관’이다. 겉으로 드러나 있을 뿐 위나 십이지장, 소장, 대장 같은 기관인 것. 각종 자극에 직접적 영향을 받으면서 내부를 보호하는 만큼 어쩌면 더욱 세심한 케어를 받아야 마땅하다. 겉으로 보여진다는 이유로 피부는 ‘아름다워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십상이지만 사실은 ‘건강해야 하는’ 기관인 것. 이 세상 그 누구도, 위가 예쁘게 생겼는지, 십이지장의 표면이 매끈한지, 소장의 융모가 투명한 톤인지 ‘미적’ 기준을 들이대지는 않지 않나! SNS를 기반으로 소규모로 시작한 국내 브랜드들(이하 ‘컬트(Cult) 브랜드’)이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데엔 분명 대기업 뷰티 브랜드의 잘못도 있다. 각종 홍보 마케팅 전략과 연예인 섭외에 쓰이는 비용, 해외 현지 가격과 국내 가격 간의 차이, ‘1: 다수’이기에 생겨날 수밖에 없는 소비자의 박탈감 등. 

 
신생 컬트 브랜드들은 이 틈을 노렸다. 디지털 채널을 활용해 화장품 잘 알려주는 예쁜 언니처럼 민낯까지 까발리는 디테일한 사용 후기는 물론, 백화점 브랜드와 비슷한 퀄리티에 거품을 쫙 뺀 가격까지. 질 좋은 제품을 더욱 저렴하게 누리는 건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이고, 에디터 역시 선입견을 갖고 있다가 막상 써보니 만족했던 컬트 뷰티 브랜드들도 꽤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묻고 싶다. ‘피부를 신체기관의 하나로 보고 제품을 신중히 개발하고 관리했는지, 혹시 SNS에서 또는 남의 눈에 좀 더 예뻐 보이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사용 후 즉각적인 변화에만 신경 쓰지는 않았는지, 인플루언서 입김에만 의존하지 않았는지’를. 수십 년간 축적해 온 피부 과학 기술, 전문 랩(Lab) 등 기존 브랜드들이 가장 큰 자산으로 여기는 것이야 국내에선 화장품 제조업체가 맡아 해주고 있으니 논외로 치자. 그렇다면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전문적인 물류 보관 시스템은? 클레임이 접수됐을 때 재빨리 대응책을 마련하고 재발 방지를 막기 위한 위기 관리 시스템은?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이 흘러도 동일한 브랜드 가치를 공유하기 위한 스토리 메이킹은? SNS에 보여지는 타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맹신하는 소비자들도 꼬집지 않을 수 없다. 누구나 피부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기에 인플루언서의 영향을 받지 않을래야 받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팔로어 수와 그 사람의 신뢰도가 비례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내 몸, 내 피부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화장품인데 그들의 의견을 ‘참고’할 수는 있어도 무조건 ‘맹신’한다는 건 주체적인 소비자의 자세라 할 수 없지 않을까. ‘믿고 구입했더니, 이렇게 뒤통수를 친다’고 원망할 수는 있으나 책임이 100% 브랜드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MBC의 한 프로그램에 나온 건국대 경영학과 범상규 교수의 말처럼 “인플루언서는 유명인이지 전문가는 아님”을 분명히 하고 싶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내 눈높이에 딱 맞는 정보를 제공할 수는 있어도 피부 과학, 해부학, 의학 지식까지 갖춘 전문가는 아님을 말이다. 또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의 말처럼 “SNS 시장에서는 확산이 빠르기 때문에 매출도 확 늘어날 수 있는 반면 소비자 불만 역시 확산이 빠르다. 진정성과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건 순식간”임을 브랜드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처럼 피부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드물다. 그 정도로 열의가 있기에 친밀하게 다가오는 SNS 정보에 매몰됐으리라. 그런 관심과 열의를 그대로 유지한 채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화장품을, 피부를, 뷰티 브랜드를 바라보길 바란다. 피부는 결코 ‘경험치’로만 판단할 수 없는 엄연한 신체기관이며, 피부에 직접 도포하는 화장품은 과학적, 합리적, 정량적, 의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엄격한 품질관리 절차를 거쳐 제조, 유통돼야 하는 ‘생활 밀착형, 보급형 의약품’이나 다름없다. SNS 플랫폼에서 먹히는 감성 마케팅도, 통통 튀는 패키지 디자인이나 스토리텔링도, 결국 이렇게 탄탄한 철학이 근간에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제2의 임블리 사태는 언제 또 일어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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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정윤지
    사진 gettyimageskorea
    디자인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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