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르'가 만난 2019년 여름 밤에 정해인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봄밤이 지나고 농도 깊은 여름밤의 공기 속에서 만난 정해인과의 짧고도 긴 인터뷰. | 정해인,엘르,화보,인터뷰,봄밤

  매트한 질감과 가벼운 무게가 특징인 옥토 피니씨모 오토매틱 샌드 블라스트 워치와 로즈골드에 화이트 세라믹을 더한 비제로원 디자인 레전드 링은 모두 Bvlgari. 리넨 슬리브리스 톱과 팬츠는 모두 Jaybaek Couture. 레이스업 슈즈는 Ermenegildo Zegna. 악어가죽 스트랩과 매트한 로즈골즈 다이얼이 조화로운 옥토 피니씨모 스켈레톤 샌드블라스트 워치는 Bvlgari. 유려한 실루엣의 아이보리 셔츠와 화이트 팬츠는 모두 Reiss. 심플한 가죽 슈즈는 Paraboot by Unipair. 로즈골드 펜던트의 비제로원 네크리스, 로즈골드와 화이트골드 소재의 비제로원 링, 오픈 워크 스타일의 비제로원 브레이슬렛은 모두 Bvlgari. 피크드 라펠 재킷과 팬츠는 모두 Jaybaek Couture. 누군가에게 2019년의 봄은 정해인의 얼굴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서성이고 상심하고 희망하는 ‘유지호’를 바라보면서 많은 이들이 함께 들뜬 봄밤을 보냈다. 익숙한 일상의 풍경, 다채로운 감정의 결을 이렇게 생생하게 표현하는 남자배우가 몇이나 될까. 지난해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통해 차근차근 쌓아온 저력을 인정받은 그는 <봄밤>에서 깊고 섬세해진 연기로 우리를 취하게 했다. 다가오는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정해인식 감성 멜로의 결정판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오늘 <엘르>가 준비한 촬영은 한층 농도 깊은 여름밤이 무대다. 금세 본인에게 주어진 새로운 캐릭터에 녹아든 정해인은 드라마에서 본 적 없는 관능적인 표정과 눈빛으로 신을 이끌었다. “인생 영화 중 하나가 <어바웃 타임>이에요. 단순히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의 작은 조각이 모여 우리 삶을 변화시킨다는 얘기잖아요.” 작은 진심이 쌓여 이루는 큰 힘을 믿는 정해인은 쉽사리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많은 이들을 설레게 한 <봄밤>이 끝나갑니다. 그제 종방연에서는 어떤 얘기가 오갔나요 아직 방송이 남아서 실감은 나지 않아요. 늘 가던 촬영장을 안 가니까 조금 허전한 기분이에요. 종방연 분위기는 좋았어요. 처음엔 차분한 곳에서 얘기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았고 2차는 고깃집에서 다같이 웃고 떠들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가 느끼는 아쉬운 감정을 다른 배우나 스태프들도 똑같이 느끼는 듯해서 위안이 되더라고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이어 안판석 감독과 두 번째 작업이에요. ‘안판석의 새로운 페르소나’라고도 불리는데 부끄럽고 과분한 얘기에요. 같은 감독님, 같은 작가님과 이렇게 1년이 안 돼서 다시 작품을 하는 게 이례적인 일이잖아요. 두려움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대본을 보고 금방 잊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현장은 정말 최고의 근무 환경이었어요. 촬영 회차도 적었고, 잠잘 것 다 자면서 찍었어요. 촬영장에 가면 감독님이 제일 먼저 챙기는 게 화장실이에요. 세트장에는 항상 티 테이블이 마련돼 있고요. 오로지 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상의 조건을 만들어주니까 배우로서는 감사하죠.   그래서 다들 그리 좋은 연기를 펼쳤군요. ‘유지호’를 연기하는 건 어땠나요 유지호는 사실 제가 연기한 캐릭터 중에서 가장 어려웠어요. 감정에 솔직하기보다 참고 표현을 자제하는 인물이어서, 연기할 때 중점적으로 생각한 게 ‘반’이었어요. 반으로 함축시켜 보자. 슬퍼도 기뻐도 화가 나도, 반으로 줄여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행복한 신을 어떻게 웃지 않고 표현할 수 있을지, 슬픈 신은 어떻게 울지 않고 표현할 수 있을지,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어요. 사람이 화를 낼 때 보편적으로 나오는 어떤 행동이나 움직임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최대한 절제해서 눈빛으로만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그 덕분일까요, 동네 어딘가에 진짜 ‘우리약국’이 있고, 유지호란 사람이 있을 것 같았어요 약국이라는 장소에서 도움을 좀 받기도 했어요. 어쨌든 나는 계속 안에 있고, 들어오는 사람을 맞이해야 하는 입장이니 능동적인 상황은 아니잖아요. 그게 뭔가 유지호란 인물을 표현하는 장치이자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싶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극 초반 약국에서 정인(한지민)에게 고백하는 신. 호감을 느끼는 여성에게 먼저 내 아킬레스건을 밝힌다는 게 쉽지는 않잖아요. 매 신이 그랬던 거 같아요. 서로 다가가기도, 다가오게 하기도 애매한 상황 속의 미묘한 감정이 재미있으면서도 어려웠어요.   ‘술 취한 연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비결이라면 술을 안 마시고 술 취한 연기를 하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술의 도움을 좀 받았어요. 너무 많이 마시면 오히려 연기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조절하는 게 중요했죠. 결론은 제가 연기를 못해서 술을 먹고 한 거예요(웃음).   워낙 현실적인 연기다 보니, 드라마 속 유지호와 정해인이 겹쳐 보여요. 진중하고 강단 있는 모습, 실제로 많이 닮았나요 지호한테 제 모습이 많이 있어요. 절반이라고 할까요? 50%면 굉장히 많은 거예요.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작가님이 저를 많이 생각하면서 쓰셨다고 해요.   <봄밤>의 사랑 이야기에서 개인적으로 공감했던 부분이라면 사랑한다는 건 서로 인정해 주고 존중받는 관계가 돼야 한다는 거? 상대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는 점이요. 물론 가장 많이 느낀 건 내 연기가 아직 부족하구나 하는 거지만(웃음).   화이트골드 소재와 볼드한 디자인이 어우러진 비제로원 링과 브레이슬렛은 모두 Bvlgari. 호화로운 패턴의 실크 셔츠는 Alexander McQueen by Mue. 오픈 워크 스타일의 비제로원 브레이슬렛은 Bvlgari. 화이트 피크드 라펠 재킷과 팬츠는 모두 Jaybaek Couture. 로즈골드와 스틸 소재의 콤비 케이스에 러버 스트랩을 더한 옥토 오리지날 크로노그래프 워치는 Bvlgari. 스티치 디테일이 돋보이는 네이비 재킷과 팬츠는 모두 Sandro Homme. 로즈골드에 블랙 세라믹을 장식한 비제로원 디자인 레전드 링은 Bvlgari. 톱은 Jaybaek Couture. 또 한 편의 사랑 이야기가 기다려요.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는 어떤 기대감을 갖고 있나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끝내고 많은 제안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선택한 작품이에요. 최선을 다해서 찍었고, 촬영하면서 정말 행복했기 때문에 저도 궁금하고 빨리 보고 싶어요. 후시 녹음을 하면서 잠깐씩 봤는데,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더라고요. 정지우 감독님과는 첫 작업인데, 또 불러주시면 달려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현장에서 모든 사람을 ‘님’이라고 부르세요. 처음에는 ‘해인님’이란 소리가 어색했는데 이젠 익숙해졌어요. 과거를 배경으로 한 레트로 감성 멜로라고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향수를 느끼는 특정한 시절이 있나요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2000년대 초반, 중·고등학생 때 들었던 노래들이 향수를 일으키죠. 버즈, 야다 노래도 많이 들었고 더 올라가면 이문세, 김광석 선배님들의 음악도 좋아해요. 이번 영화에도 ‘어, 이런 노래가 있었나?’ 하는 음악들이 많을 거예요. 3050 관객은 공감하고, 1020 세대는 영화를 보고  나서 음악을 검색해 보는 일이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만남에 대한 이야기일 것 같은데, 평소 어떤 사람들과 주파수가 잘 맞는 편인가요 저는 좀 클래식한 타입이 맞는 거 같아요. 진솔한 사람들을 좋아해요. 주변을 보면 재미 없는 친구들이 많아요(웃음). 진지하고 진중한 사람들이죠. 그러다 한 번씩 왁자지껄해지고. 항상 ‘텐션’이 높은 사람과는 잘 안 맞더라고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유열의 음악앨범>까지, ‘정해인 감성 3부작’이라 해도 될까요? 청춘의 모습, 사랑의 설렘 등을 표현한 이들 작품을 통과한 느낌은 정말 우연이에요. 이런 흐름을 계획했던 건 아니에요. 아직 공개는 안 됐지만 올해 먼저 영화 <시동>을 찍었고, <봄밤>은 예상치 않게 들어온 작품이었어요. 세 작품 모두 매 순간 도전이었죠.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런 캐릭터는 자칫 잘못하면 시청자나 관객이 오해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에 그게 너무 어려웠어요. 영화 <시동>에서는 완전히 다른 인물로 나와요. 그래서 <봄밤>과 동시에 촬영하면서 힘들었어요. 유지호의 삶, <시동>에서의 삶, 정해인의 삶 3개가 왔다갔다하니까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관리가 쉽지 않았어요. 대본에 집중하는 것, 오직 그 방법밖에 없었어요.   좋은 연출가, 좋은 배우들과 연이어 작업하고 있어요. 함께해 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나요 감히 누군가를 꼽을 주제는 못 되고, 불러주시면 달려가야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이제훈 형이랑 연기해 보고 싶어요. 예전에 영화 <파수꾼>을 보고 나서, 꼭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제훈이 형이랑 친분이 좀 생겼는데, 저랑 코드가 비슷해요. 촬영장에 커피차도 보내주고 직접 응원와  주기도 해서 너무 고마웠어요.   스물여섯에 데뷔해 서른둘에 오기까지, 빠른 속도는 아니었어요. 후회하거나 조급한 생각이 든 적은 없나요 단 한 번도 없어요. 조급함이 들었으면 아마 다른 일을 찾았을 거예요. 차근차근 한 단계씩 올라온 것 같아요. <봄밤>에서 친구 역으로 나온 (임)현수랑도 이런 얘기를 나눴어요. 현수도 군대 다녀온 뒤 저랑 비슷한 나이에 연기를 시작했거든요. 늦게 시작해서 초조한 마음이 들지 않았냐고 하길래 저는 없다고 했어요. 촬영하면서 정이 많이 간 친구예요. 열정이 많고 욕심도 있어서 잘될 것 같아요.   지난해를 기점으로 커다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어요. 혹시 그것이 부담스럽거나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나요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죠. 그에 따른 부담은 없어요. 뭘 못하거나 불편한 건 제가 감수할 부분이고, 거기에 대해 불만이 생기면 직업을 바꿔야죠. 많은 분들이 지켜보고 사랑해 주는 데 감사해요. 다만 연기를 통해 저를 좋아해 주는 거니까, 제 연기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감은 느끼고 있어요. 매 신마다 진심을 다해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봄밤>이 끝나고 잠시 짬이 나면 하고 싶은 일은 여행을 가고 싶어요.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고 싶고, 휴양지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고 싶기도 해요. 사실 지난해에 드라마 들어간 이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어요. 계속 달려왔더니 살짝 과부하가 왔는지 여기저기 삐거덕거리기 시작하더라고요.   힘들거나 머리가 어지러울 때는 어디서 위안을 얻나요 그냥 마음 맞는 사람들 만나서 얘기하고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수다 떠는 게 제일 스트레스가 풀려요.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고요. 남동생이랑 친해서 같이 얘기를 많이 해요.   이미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합니다만, 인간 정해인, 남자 정해인으로서 스스로 아쉽다고 생각하는 점은 뭔가요 연기할 때는 안 그런데, 평소에는 낯을 좀 가려서 오해를 사기도 해요. 그리고 재미가 없다는 거? 유머란 게 엄청나게 큰 힘인데, 제게 그런 면모가 부족해서 어떻게 하면 기를 수 있을까 생각해요.       신인 시절 <엘르>와 첫 인터뷰에서 ‘착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어요. 그 생각은 변함없나요 저마다 ‘착하다’는 기준이 다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착하다는 건 똑똑하고 배려가 있다는 뜻이에요. 배우는 일단 배려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해야 주고받는 연기가 살거든요. 평소 사람을 대할 때도 그 사람을 제대로 보고, 듣고, 느끼고 나서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인간 대 인간으로 상대방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도 선한 일이죠.     전과 달리 지금의 위치에서 새롭게 생긴 각오나 목표라면 그때와 지금은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죠. 제가 하는 행동과 말이 더 힘이 있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하면 더 좋게 쓸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감히 생각도 못했던 일이죠. 팬들이 기부금 모금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어떻게 행동 하는지 정말 중요하구나’를 느끼고 있어요. 개인 SNS도 조심조심 하려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