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기억을 나누세요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엘르걸'의 북 클럽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8명의 에디터들이 나누고 싶은 책 한 권씩을 골라 서로에게 권하고, 책 주인은 책 읽은 이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여러분도 함께 읽고 다시 누군가와 ‘독서의 기억’을 나누세요. ::엘르걸,엘르,엣진,elle.co.kr:: | ::엘르걸,엘르,엣진,elle.co.kr::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피처 에디터 김아름 ▶피처 에디터 김나랑“난 어릴 적부터 여성 작가들이 쓴 서간체 소설들이 좋았어요. 나 , 같은. 오랜만에 만나는 서간체 소설인 이 책은 런던에 사는 소설가 ‘줄리엣’이 건지 섬의 북클럽 회원들과 주고받은 편지로 구성되어 있어요. 위트와 유머 넘치는 문장, 가슴 따뜻해지는 우정과 로맨스가 있는 멋진 책이죠. 책을 덮은 뒤 아마 당신도 건지 섬으로 떠나고 싶을걸요? 아니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든지.” 건지 섬의 주민들은 다들 매력 넘치지 않나요? 당신이 가장 친구 하고 싶은 인물은 누구인가요? 여자라면 ‘도시’ 같은 남자를 꿈꾸죠. 마을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마음이 바다와 같은 그에게 줄리엣도 빠지잖아요. 둘의 엇갈리는 로맨스를 보고 있자니 이 생각나던걸요. 미스터 다아시처럼 세련되진 않아도 여자에게 필요한 남자는 신사보단 머슴이에요. 등장인물들이 주고받은 편지 속에 많은 작가의 이름이 언급되죠. 당신이 좋아하는 작가도 있던가요? 에밀리 브론테! 책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을 이야기하다 같은 대목에서 전율했다는 것에 서로 놀라죠. 나도 사춘기 때 그 대목에서 눈물을 쏟았답니다. 비가 몰아치는 어느 날 밤, 사랑하는 캐서린 유령이 나타난 줄 알고 미친 듯이 절규하던 히스클리프. 내가 읽고 보고 들은 로맨스 중에 가장 절절한 장면입니다. 이 책이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되기로 결정됐다는군요. 가상 캐스팅을 점쳐본다면요? 줄리엣과 도시의 은근한 러브 스토리는 워킹 타이틀이 제대로 짚을 것 같아요. 대신 그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휴 그랜트는 빼고. 도시 역에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줄리엣 역에 에이미 애덤스 어때요? 이 책의 작가(메리 앤 셰퍼)는 실제로 열정적인 문학 클럽 회원이었고, 한 권의 책을 내는 게 평생의 꿈이었다고 해요. 당신도 평생을 걸어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나요? 아직 방황하는 20대인지라 대망의 목표는 없어요. 죽는 순간 후회를 덜하고 싶을 뿐이죠. 인생 뭐 있나요. 순간을 즐겨요. 침대맡에서의 독서처럼 작은 일상들을 충실히 느끼고 싶어요. 심야식당 피처 에디터 김나랑 ▶ 패션 에디터 김희원“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여는 심야식당. 메뉴는 그날 손님이 주문하는 대로. 쫀득한 비엔나 소시지 볶음, 하루 동안 재운 카레를 후루룩 해치우는 사연 있는 손님들. 다이나믹 듀오의 노래도 있잖아요. “삶이 팍팍해 물 말아 먹는,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건 바로 어어어어어어어머니의 된장국” 입소문 타면 금방 천박해지는 맛집들 사이에서 이런 식당이 그리워요.”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메뉴(와 등장인물)는 무엇인가요? 난 하루 동안 재워서 차갑게 식힌 카레. 밤을 지새우고 다음 날 아침에야 여자를 안은 남자의 대사가 일품이죠. “카레처럼 하룻밤 재워두니 더 좋군.” 첫사랑의 입술이 명란젓을 닮았다는 ‘마릴린’의 ‘미디엄으로 구운 명란젓’. 우리 집 냉장고 한편에도 항상 명란젓이 자리하고 있죠. “명란젓은 미디엄으로 구운 게 제일이죠”라는 마릴린의 제안대로 오늘은 꼭 미디엄으로 구워 먹어볼래요. 당신 인생 최고의 성찬은 언제인가요? 나는 스무 살, 몸져누웠을 때 남자친구가 해준 마가린 잔뜩, 케첩 범벅의 토스트. 휴대용 가스레인지 앞에 쪼그려 앉아 빵을 굽던 그의 뒷모습을 사랑했어요. 유학 시절, 중요한 인터뷰가 있는 날이었어요. 밥도 거른 채 인터뷰하러 갔다가 집에 돌아왔는데, 식탁 위에 장미꽃 한 송이와 함께 차려져 있던 꽁김(남자친구 특기 요리인 꽁치김치찌개의 닉네임)! 그동안의 스트레스가 일순간에 날아가면서 그렇게 눈물이 나더군요. 소박하지만 감동적이었던,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식사였어요. 식당 하나 차릴까 봐요. 이름은 ‘저주받은 걸작’. 메뉴는 진라면 순한 맛에 디저트는 수박바의 녹색 부분. 당신이 꿈꾸는 식당은 무엇인가요? 오래전부터 한적한 바닷가에 작은 오뎅바를 차리는 게 꿈이었어요. 안타깝게도 요리에 재능 없는 관계로 메뉴는 ‘온리’ 쫄깃한 오뎅뿐이겠지만. 대신 술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하게 구비해놓을 거랍니다. 한적한 바닷가라는 위치 특성상 매출에 연연하지 않아야 하니, 미리 돈을 많이 모아야겠죠?아루키의 일기 패션 에디터 김희원 ▶ 뷰티 에디터 장수영“에디터로 살아간다는 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변하는 트렌드에 늘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죠. 하지만 아주 가끔은 모든 귀를 닫고 아날로그적 감성에 충실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대리만족을 이뤄줬다랄까? 시간에 쫓기지 않는 사람들과 강아지 코코, 따뜻한 감성의 사진들까지…. 비 오는 휴일에 읽으면 더욱 마음 훈훈해지는 책이랍니다. 가장 소박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선택하기 쉽지 않은 삶을 택한 그들의 용기에 감탄하며.”책의 저자인 아루키는 젊은 날의 안정된 직장과 도시 생활을 버리고 전혀 다른 생활에 도전했습니다.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나요? ‘독립’이 아닐까 싶네요. 매일 왕복 3시간 거리를 오가며 야근을 밥 먹듯 하던 시절, 어머니의 권유로 회사 근처에 나와 살게 됐어요. 혼자만의 여행조차 꿈꿔본 적 없는 나였는데 말이죠. 독립 6년 차이지만 지금까지도 싱글 생활에 익숙해지질 않네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서 묘사된 제주의 풍경과 아루키의 삶. 그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해주세요. 제주도의 여름 바다가 이렇게 이국적일 줄 몰랐어요. 사진으로 만난 서빈백사해수욕장, 황우지 해안, 귀덕 앞바다, 한담 앞바다의 모습이 참 평화롭고 깨끗하더군요. 물놀이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나도 미래의 낭군님과 함께 꼭 한 번 들러볼 참입니다. 샌드위치와 과일, 냉커피로 꾸린 도시락을 싸 들고 말이죠. 만일 이들의 삶에 어울릴 만한 선물을 하나 한다면 무엇이 좋을까요? 짧은 가을이 지나면 눈 깜짝할 새 겨울이 오잖아요. 제주도의 겨울이 얼마나 추운지 잘 모르지만 난방비까지 절약하는 알뜰 살림꾼 아루키를 위해 가볍고 따뜻한 유기농 코튼 이불을 선물하고 싶네요. 추위에 약한 낭군님은 물론 애완견 코코도 좋아하겠죠? 슬로 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부러운 생활상을 보여주고 있죠. 당신이 꿈꾸는 삶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이들처럼 도시를 떠나 여유를 만끽하며 건강하게 살고 싶지만, 솔직히 자신이 없어요. 다만 하루라도 빨리 아루키와 낭군님처럼 마음이 꼭 맞는 애인을 만나 오붓하게 살고 싶네요. 아직까지 나는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사는가보다, 누구와 함께 무엇을 하며 사는가가 더 중요하거든요. 허니문 뷰티 에디터 장수영 ▶패션 에디터 김영글“지금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당신은 어떻게 하나요? 대개는 용감하게 이겨내야겠지만, 가끔은 잠깐의 도피가 해결책이 되기도 합니다. 내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찾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비밀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의 판타스틱한 스토리가 ‘힐링 트래블’을 떠난 것 같은 효과를 주거든요. 괴롭고 힘들 때면 속 어린 소년·소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세요. 어둡고 축축했던 마음이 봄날의 햇살처럼 보송보송하게 바뀔 거예요.” 요시모토 바나나를 좋아하나요? 이 책은 당신이 읽은 그녀의 몇 번째 책인가요? 20대 초반, 한창 일본 소설에 열광했었고 그중에서도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을 즐겨 읽었어요. , , 등등. 그러다 언제부턴가 감흥이 덜해 일본 소설을 끊었는데, 오랜만에 그녀의 책을 읽으니 좋았어요. 그녀의 글은 담담하지만 마음을 쓰다듬어주는 강렬한 힘이 있어요. 인상 깊은 구절은 ‘무언가 치유되는 과정이란, 보고 있으면 즐겁다. 계절이 바뀌는 것과 비슷하다.’ 책 속 주인공들과 같은 10대 후반의 나이로 되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모아 인디 밴드를 결성해보고 싶어요. 신나게 노래하면서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네요. 물론 보컬은 나예요! “말을 하지 않아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오해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거 정말 든든할 것 같아.” ‘마나카’의 이 말은 내가 바라는 이상형과 일치하기도 합니다. 당신의 이상형은 어떤가요? 상처 입은 ‘히로시’를 묵묵히 기다리고 감싸 안아주는 마나카의 모습도 좋지만, 실제 연애 경험에 비춰보면 나와는 맞지 않아요. 나 자체가 그때그때 반응하는 편이라서 그런 사랑은 답답해요. 때로는 묵묵함이 무관심처럼 느껴지거든요. 내 이상형은 B급 유머를 구사할 줄 알고 자기 감정에 충실한 사람. 누군가와 연애할 때는 오히려 자주 부딪히면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좋아요. 지금 당장 사랑하는 사람과 허니문을 떠난다면 어디로 떠나겠어요?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평화롭고 따뜻한 곳도 좋겠지만, 히말라야 같은 곳에 가서 같이 등산해보고 싶어요. 힘든 순간에 서로가 더 끈끈해지는 법이니까요. 재와 빨강 패션 에디터 김영글 ▶피처 에디터 유주희 “편혜영의 을 먼저 읽고 그녀의 첫 번째 장편소설 을빨리 읽어보고 싶었어요. 물속에서 숨을 꾹 참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작가 편혜영의 필력을 느낄 수 있는 책이죠. 무엇보다 이 책은 세상 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줘요. 그것이 단절되었을 때 우리가 얼마나 하찮은 존재가 되는지를.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면, 비로소 이 책의 제목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될 거예요.” 이라는 제목과 커버 이미지를 보고 어떤 내용을 상상했나요?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 카프카 소설의 주인공, 모딜리아니의 화폭 속 얼굴들이 떠올랐어요. 다이아몬드형 얼굴, 감정을 짐작할 수 없는 표정과 눈매로 각인되어 있는 이 구체적 얼굴들의 이미지는 공교롭게도 이라는 제목과도 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죠.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헤어날 수 없는 카오스, 미로, 슬픔의 스토리’라고 할까요. 주인공처럼 낯선 곳에 완전하게 고립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처할 건가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것만 같은 기분으로’ 온 C국에서 ‘그’는 격리된 아파트에 머물다 형사들을 피해 쓰레기 더미로 투신하고, 공원을 전전하는 부랑아가 되고 말아요. 낯선 곳에서의 고립이란 건 이렇듯 우리가 일상에서 겪어내야만 하는, 자유의지가 개입될 틈 없는 숱한 에피소드에 불과하지 않을까요. 태연하게 타박타박 걸어내는 수밖에요. 주인공은 결국 쥐를 잡는 일을 하면서 탈출(?)하게 되는데, 이 결론은 해피 엔딩일까요? 작가는 책 속에서 ‘독성 강한 쥐약이 더욱 생존력 강한 쥐를 양산하고, 전염병이란 것은 사실상 인간이라는 종을 강화하는 데 일조한다’고 했죠. 섬뜩하지만 이 텍스트 안에서 인간과 쥐는 ‘종’이라는 단어로 겹쳐질 뿐이에요. 그가 과연 탈출한 걸까요? 그는 결국 돌아온 걸까요? 당신도 해피 엔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죠? 만약 편혜영이 이 책의 추천글을 부탁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벗어나고 싶었던 세계를 떠나, 끝나지도 끝맺을 수도 없는 지난한 분투 중에, 결코 돌려받고 싶지 않았던 그 세계로 다시 뛰어든 한 남자의 이야기. 냄새를 풍기는 세계를 떠나 결국 스스로 냄새를 풍기는 세계가 돼버린 그의 이야기.’ 혼자 가는 먼 집 피처 에디터 유주희 ▶패션 에디터 오주연“어릴 적부터 시를 좋아했어요. 학창 시절 매일같이 쓰던 다이어리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빽빽이 옮겨 적은 시들이 남아 있죠. 스물이 훌쩍 넘은 어느 봄, 이 시집을 선물 받고 몇 날 며칠을 손에서 놓지 못하던 기억이 납니다. 사랑 타령을 하지 않되 행간과 여백에 시어의 팽팽한 긴장감으로도 압축되지 못한 뜨거움이 묵묵히 들어찬 가볍지 않은 사랑 시집이랍니다. 이 시집을 읽고 나서 당신의 첫 시집을 떠올려준다면, 정말 고맙겠어요.” 이 시집은 시인 허수경이 그녀의 나이 29세 때 발표한 첫 시집이에요. 여기 담긴 사랑의 정서를 당신은 얼마나 공감할 수 있던가요? 시인의 언어를 100퍼센트 공감할 수 있다면 나는 더 행복할까요? 아니면 더 아플까요? 나는 이 그릇에 담긴 심상을 1퍼센트도 제대로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다만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어요. 허수경 시인의 표현 방식을 빌리자면, “머리와 마음이 어지러울 만큼 아팠는데요.” 당신의 마음에 가장 와 닿았던 시 한 편, 오래도록 눈길이 갔던 시구를 골라주세요. ‘불취불귀’ 중에서 ‘봄그늘 아래 얼굴을 묻고/ 나 울었던가/ 울기를 그만두고 다시 걸었던가/ 나 마음을 놓아 보낸 기억만 없다.’ 이 시집을 낭독한다면 누구의 목소리가 어울릴까요? 배우, 뮤지션… 누구든 좋아요. 포토그래퍼 라이언 맥긴리. 이 시집엔 유난히 햇살이, 바람이, 그늘이 많이 등장하더군요. 그리고 그런 자연을 품고 있는 배경은 대부분 ‘봄(의 이미지)’인 것 같아요. 표현 방식은 다를지라도 자연 안에서 온몸으로 청춘을 맞고 있다는 점이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과 무척 닮지 않았나요? 고고학자이기도 한 시인은 ‘시’와 ‘고고학’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동의어라고 말해요. 당신의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지점에서 시를 짓는다면, 제목은 무엇이 될까요? ‘아무 말도 아무것도.’ 가수 박정현의 노래 제목이에요. 가끔은 ‘리셋’ 버튼을 누르고 백지 상태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건 어떨까, 생각해요. 물론 그건 내가 아는 한 절대 불가능한 일이지요. 그래서 결국 요즘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람이 됐어요. 아, 이건 슬픈 일이긴 한데, 위로는 사양할게요. 너만큼 여기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 패션 에디터 오주연 ▶온라인 에디터 이화정“요즘 들어 느끼는 건 내가 매우 편협한 취향을 지녔다는 거예요. 본 것 또 보고, 읽은 것 또 읽고, 만나는 사람만 계속 만나는 식이죠. 하지만 최근에 읽은 이 책은 편협 리스트에 오를 만큼 ‘좋은’ 책이었어요. 미란다 줄라이가 그린 세상과 인물들이 읊조리는 언어는 밤낮없이 당신의 마음을 두드리고 보듬어줄 거예요. 내가 그랬듯 이 책을 펼쳐 든 당신도 읽는 내내 수없이 미소 지을 수 있길 바랍니다.” 나는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이건 내 책이야!’라고 생각했어요. 이 책에서 당신에게 가장 매혹을 주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나에겐 책을 읽기 전 독특한 버릇이 있어요. 책을 앞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후르르 넘기면서 가슴에 쿵 박힐 ‘나만의 단어’를 탐색하는 일이지요. 지하철에 앉아 책을 또르르 넘기면서 오랜만에 엄지와 검지에 힘이 바짝 들어갔어요. 커진 눈동자는 ‘사회 부적응자들을 위한 아주 사적인 속삭임’ 그리고 ‘도망쳐!’라는 두 글귀에 꽂혔고요. 혹시 도망치고 싶은 지구의 겁쟁이에게 하느님께서 주시는 지혜가 아닐까, 순간 호기심이 생겼답니다. 16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 중 친구 하고 싶은 인물이 있나요? 나는 ‘수영 팀’의 ‘마리아’를 만나보고 싶어요. 마찬가지예요. 그녀를 만나 따뜻한 소금물에 코와 입을 담그고 숨 쉬는 법부터 가르쳐달라고 하고 싶어요. 나는 수영을 못하거든요. 마리아의 꼼꼼한 지도는 나 역시 엘리자베스, 잭잭, 켈다처럼 완벽한 자세를 구현할 수 있게 만들어주겠죠? 저자인 미란다 줄라이를 직접 만나 뒷이야기를 이어 들을 수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선택하겠어요? 그녀 자신의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겠어요. 그녀가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영역의 삶도 궁금하거니와 열여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예술계에 입문한 후 겪은 고독, 아픔의 이야기도 듣고 싶거든요. 그리고 언제 자신이 지금 이곳과 어울린다고 생각하는지도 물어봐야겠어요.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 온라인 에디터 이화정 ▶피처 에디터 김아름“오춘기가 시작될 무렵, 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을 처음 만났어요. 전경린, 신경숙, 은희경 등 1990년대 내로라하는 여성 작가들의 책을 정신없이 탐독하던 시기였죠. 눈물겨운 시대의 불운아도 아니면서 이유 없는 슬픔에 몸서리치던 나약했던 스물 네 살. 주인공 ‘수련’의 고독한 일상이 나의 삶 일부분으로 받아졌답니다. 이 책의 앞표지를 닦으면서 문득 당신의 삶이 궁금해지네요. 검은 설탕이 녹아 없어지는 동안 당신의 삶엔 어떤 변화가 찾아왔는지.” 스무 살의 혼돈에 빠진 ‘수련’의 인생에 당신이 개입할 수 있다면, 그녀를 어떤 삶으로 인도하고 싶나요? 스무 살의 고독은 올곧이 혼자서 앓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내가 수련의 언니나 친구였다 한들, 그녀를 도와줄 수 있을까요? 그저 끔직하게 느릿하고 불가해한 그 시간도 결국은 흘러가게 되어 있다고 토닥여주고 싶지만…어차피 서른 살 어른의 잔소리일 뿐이겠죠. 스무 살의 날들에 당신은 어떤 고민으로 힘들어했나요? 또 어떤 꿈을 꾸며 이를 극복했나요? 거울 속의 내가 너무 못나서 고민이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가 너무 길어서 고민이었어요. 나 자신에 대한 불확실함, 세계에 대한 불확실함,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으로 내내 초조했죠. 그러다 어떤 여행을 계기로 ‘바로 지금’만 생각하며 살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랬더니 오히려 하루하루 리듬감이 생기고 그런 하루들이 모여 나의 세계와 나의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 책을 선물한다면 당신 주변의 어떤 이에게 전하겠어요? 솔직히 전경린의 소설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평소에는 과잉이라 여겼던 그녀의 언어들이 스무 살의 환영을 불러일으키는 솜씨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요. 실로 오랜만에 나의 스무 살을 뜨겁게 추억했어요. 함께 스무 살을 보냈던, 지금 서른 살의 내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요. *자세한 내용은 엘르걸 본지 10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