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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odern Days Solution 두려움이 엄습하며 마음이 급해졌다. 안 그래도 며칠 전 피부 속 나이를 측정하니 무려 세 살이나 많은 ‘32세’라는 결과가 나와 착잡하던 차였다. 잠을 제대로 못 자는 마감 기간이었던데다 이어지는 출장으로 관리에 소홀했던 탓이라고 애써 위로했는데. “솔라 스카로 인한 노화를 예방하는 첫걸음은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죠.” 크리니크 R&D연구소 톰 마몽 박사의 말이다. 그의 말에 의하면 많은 여성들이 자외선 차단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매일 바르는데도 불구하고 올바른 사용법을 몰라 오히려 피부를 노화시키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충분한 양의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고 있고, 땀이나 물에 지어진 후에도 덧바르지 않으며, 흐린 날에는 아예 사용하지 않는 등 말이다. “흐린 날에는 과연 자외선이 없을까요? 피부가 선번이 되는 것만이 자외선이 있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자외선은 구름과 옷, 유리를 쉽게 관통해 피부 세포를 파괴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또 자외선 차단제를 아무리 잘 펴발라도 분명 피부를 관통할 수 있는 햇빛이 있다는 사실도요.” 그 동안 대부분의 여성들, 특히 아시아 여성들이 그저 햇빛에 타기 싫어서, 잡티가 진해지기 싫어서 자외선 차단제를 여름 시즌에 의무감으로 발라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름 생성을 예방하기 위해’란 사실만으로 충분한 동기 부여가 될 듯. 지난 6월 LA 베벌스힐스에 있는 그의 오피스에서 만난 로널드 모이(Ronald Moy, UCLA 의대 박사이자 미국피부과학회 회장) 박사 역시 노화를 예방하는 지름길로 가장 먼저 자외선 차단을 언급하며, 미래엔 ‘먹는 자외선 차단제(Sunscreen Pill)’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공상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미국 여성의 80%의 피부 고민은 안티에이징이죠. 특히 주름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큰 편인데, 기본적으로 백인 여성들의 피부 타입은 동양 여성보다 건조하거나 주름이 생기기 쉬운 피부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최신 트렌드와 외모에 대한 관심의 정도가 제일 높은 LA 여성들은 자외선 차단제, 안티에이징 화장품과 함께 시술을 통한 치료를 병행하곤 하죠.” 그는 자연스럽게(?) 안티에이징에 관한 각종 시술법으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같은 안티에이징이라도 징후에 따라 다양한 시술법이 가능하죠. 요즘 LA에선 얼굴 피부를 리프팅하면서 볼륨을 주는 스컬트라, 탄력을 잃은 피부에 타이트닝 효과를 주는 고주파 요법인 서마지나 플르베, 그리고 피부 결 개선과 타이트닝에 탁월한 어펌 멀티플렉스 등이 인기입니다.” 흔히 시술법이 기기의 이름으로 불리는 만큼 한국에서도 인기인 익숙한 시술법들이 귀에 들어온다. “또 프락셀도 주름 개선에 탁월한데….” 어라? 프락셀은 흔히 모공과 여드름 흉터 같은 증상에 효과적인 레이저가 아니었던가? 설명을 듣자 하니, 프락셀 시술이 강도가 워낙 높은데다 피부색이 어두운 경우 착색 같은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보니 아시아 국가에서는 주름에 사용하기를 꺼려한다는 것. 하지만 ‘피부를 자극한 뒤 살을 차오르게 해서 피부를 매끈하게 만드는’ 원리는 분명 주름에도 적용된다. 특히 피부가 얇은 백인들은 무표정으로 있어도 생기는 얇고 미세한 잔주름 때문에 얼굴 전체가 탄력이 없어 보이는데 여기엔 프락셀만한 시술법이 없다는 설명. 모델로피부과 서구일 원장 역시 저서인 <보톡스 시크릿>에서 프락셀이 가진 의외의 효과들을 설파하고 있다. “20대 후반부터는 피부 탄력이 떨어지면서 눈가, 눈밑, 미간, 이마 주름처럼 표정 주름이 반복해서 잡히는 부위에 미세하게 금이 갑니다. 이런 선들은 자동차 표면에 스크래치가 난 것과 마찬가지로 피부를 한 번 벗겨내는 필링, 레이저 박피 등의 시술을 통해서만 선을 없앨 수 있죠. 하지만 문제는 7~10일 정도 딱지가 앉고 붉은 기운이 오래간다는 점이에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나온 신기술이 바로 ‘프렉셔널 레이저’입니다. 프락셀은 한 번에 전체를 박피하지 않고 띄엄띄엄 미세한 상처를 내는 원리라 일상생활이 바로 가능하거든요.” 설명에 따르면 일부러 피부에 상처를 내면, 낫는 과정에서 새로운 콜라겐 형성이 유도되기 때문에 탄력이 생기고 늘어진 피부가 수축되며 피부 표면의 잔주름과 모공이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가장 솔깃한 건 보톡스나 필러로 해결되지 않는 눈밑과 목 부위의 잔주름도 개선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맞는 레이저를 포함한 각종 시술법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누군가 “여자 나이 마흔이 넘으면 믿을 구석은 주삿바늘밖에 없다.”고 우스갯소리로 얘기했는데. 아직 서른도 채 되지 않은 지금 꼭 의학의 힘을 빌려야 하나, 한편으론 회의감도 들었지만 일단 전문의와 상담을 거친 뒤 ‘포트폴리오’를 짜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했던 대로 문제점은 참 다양하고 복잡했다. 가장 눈에 거슬리는 건 푹 꺼진 눈가. 남들보다 유난히 피부가 얇고 건조해 탄력을 잃고 주름이 잡혔는데, 주름이 잡히니 색소가 중첩돼 더욱 진해지고 다크 서클까지 유발했다. 여기엔 히알루론산 필러 주사인 하이드로리프트와 프락셀이 제격. “참 표정이 풍부하시네요.” 언뜻 칭찬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웃든, 울든, 찡그리든 표정이 얼굴에 확 드러나기 때문에 이마의 주름이 도드라진다는 얘기도 되니까. 표정을 지을 때 생기는 미간의 내 천(川)자 주름이나 깊은 가로 주름은 보톡스가 해답이라고. 더 솔깃했던 건 지금 내 나이 때부터 미리 주사를 맞아두면 주름이 깊어지지 않도록 ‘예방’도 된다는 점이다. 얕은 주름엔 프락셀 레이저를 하면 한결 매끈해지는 결과를 볼 수 있다. 한편 노화의 현상과는 관계가 없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여드름 자국이나 각종 색소 침착으로 지저분해 보이는 피부 톤 또한 내 피부의 골칫거리다(사실 아직 주름보단 이 문제가 더 절실히 와닿는다). “IPL이나 프락셀 레이저를 하면 되겠네요. 그런데 잠깐, 피부 타입을 좀 자세히 볼게요.” 김방순 원장이 스탠드를 켜고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내 피부를 살핀다. “안타깝게도 프락셀은 안 되겠네요. 안면홍조 증상이 도드라지거든요. 어디까지나 가능성이긴 하지만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부작용 증상이 생길수도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겠죠.” 꼭 레이저 치료를 받을 생각도 아니었지만 어쩐지 억울하다. 하지만 분명 자연스럽게 안티에이징 케어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리라. 바로 레이저 시술의 메카니즘을 벤치마킹한 나만의 데일리 스킨케어다.
9월. 새로운 계절이 시작됐다. 가을을 알리는 듯 불어오는 청명한 바람결에 마음은 벌써 설레이는데 글쎄, 얼굴만큼은 그게 아닌가 보다. 평생 “동안이시네요.” 말을 듣고 살아왔지만 요즘 들어 부쩍 내 나이로 알아본다는 것. 수 년째 이맘때면 늘 안티에이징 기사를 써오면서도 남일 같이 느껴졌던 각종 증상들이 이젠 절감된다는 것. 기존에 고수하던 뷰티 루틴과는 작별을 고해야 할 시기, 29.5세. 안티에이징에 관한 처방전을 스스로 써 내려가야 할 중요한 때가 도래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