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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가수 맞다. 충분히 예쁘다. 이제 음악 이야길 하겠다. 이전에 나왔던 EP 와 이번 정규 음반<새벽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둘 다 내 음악이다. EP는 좀 급하게 작업을 했었다. 그래서 약간 얼렁뚱땅한 느낌의 음반이 나왔다. 그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지만, 그래서 좀 더 풋풋한 맛이 있는 것 같다. 당시 편곡을 다른 분이 도와줬기 때문에 ‘내 것’이라는 생각이 덜 들었다. 이번 음반인 <새벽별>에 더 애착이 가긴 한다. 비유하자면 <새벽별>은 내 손으로 직접 밥을 다 차린 거고 는 재료만 준비하고 다른 분이 중간중간 요리해주신 거다. 한 편으로는 그래서 더 감사하고 아끼는 앨범이기도 하다. 열 손가락 다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 시간이 지나고 들으면 촌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게 다 나 자신의 역사다.
본인이 성장하는 것처럼 음악 자체도 성장했나? 사실 그 때 수록된 곡이든 <새벽별>의 곡들이든 다 비슷한 시기에 썼다. 가사만 보더라도 갑자기 성찰적으로 변하진 않았다. 스물 두셋에 쓴 것도 있고, 스물 여섯에 쓴 것도 있다. 스물 여섯에 쓴 걸 많이들 좋아해 주시지만, 가사에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반면 작곡적인 측면에선 한 곡 한 곡마다 멜로디라인이나 편곡 같은 부분에서 미묘하게 컨셉트가 분명해졌다고 생각한다.
처음 이름만 듣고는 오밀조밀하고 귀여운 목소리일 줄 알았다. 듣고 보니 옹알이 같지 않아 좋았다. 유독 조곤조곤한 음악 스타일인 다른 여성 뮤지션들과 비교했을 때 본인만의 색깔이 있다면? 앨범을 들으시곤 많은 분들께서 ‘웰메이드 음악’이란 말씀을 해 주신다. 그게 단점이자 장점이다. 단점으로 꼽으시는 분들은 너무 90년대 웰메이드 같다 하시고, 장점으로 여기시는 분들은 90년대 웰메이드의 계보를 잇는다고 하신다. 90년대엔 몇 계셨지만 그 이후엔 여성 싱어송라이터로서 가요적으로 잘 풀었던 게 드물었다. 사실 내가 토이, 이승환, 김동률 선배님이 만드신 음악을 듣고 자랐고, 워낙 좋아했으니 그들처럼 웰메이드 음악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지금 와서 센 록이나 아기자기한 음악을 하진 못한다.
미니홈피에서 허민 씨와 함께 찍은 사진 아래 “이들이 90년대 활동했다면 장필순을 이었을 것”이라고 누군가 써 놓은 것을 봤다. 좋아하는 선배 여성 뮤지션은 누군가? 조원선씨. 노영심씨. 사실 나는 그분들하고 음악 색깔이 같진 않다. 그렇지만 여자의 입장에서 여자 이야기를 굉장히 잘 풀어내셨던 분들이라 생각한다. 외국 뮤지션 중에선 칸노 요코를 좋아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으니 좋아하다 보면 닮게 되는 경우도 있잖나. 영향 받을 수 있겠지만 서로 가사나 목소리의 타입이 다르다. 나는 음악을 하며 요리조리 계산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냥 피아노 앞에 있다가 피아노 치다 보면 곡이 나오고, 곡이 나오면 가사를 쓰고 싶고, 그러다 보면 편곡을 한다. ‘아 옛날에 이 사람 이렇게 했으니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 하진 않았고 딱히 의식한 적도 없다. 차라리 외국 음반 들을 때는 그런 게 좀 있다. 보사노바나 재즈 등을 가요에 접목시킨다든지… 듣다가 생각나는 게 있으면 기억해 뒀다 다음에 적용해 본다.
듣다 보니, 아이디어가 ‘샘솟는’ 타입인 것 같다. 소진됐던 적은 없나? 앨범 내고 바로 며칠 뒤에 곡을 썼다고 하던데. 나는 전문작곡가가 아니다. “다음 주까지 곡 하나 써주세요.”하는 식이 아니라, 그냥 쓰다 보면 써 지는 거다. 써야’만’ 하는 거라면 힘들 것 같은데 그게 아니니까. 일상이잖아, 피아노 치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 그런 압박은 없었지만 가사 쓸 때는 조금 힘들었다. 곡은 너무 우울한데 지금 내 기분은 행복한 경우일 때, 가사를 지금 기분에 맞춰서 쓸 순 없잖아. 내가 오늘도 내일도 다음주도 행복하면 이별한 얘길 못 쓰고… 소재의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루시드폴 선배님 같은 경우는 고등어를 가지고도 그렇게 쓰시는데. 사실 세상에 할 얘기가 얼마나 많나. 나는 인문학도였기 때문에 긴 글에 익숙하다. 노래 가사는 산문보단 운문에 가까운 거라 처음엔 힘들었다. 머릿속 생각을 짧은 글로 옮기는 게 쉽진 않더라.
노래에 우울한 정서가 있어서, 우울한 성격일 줄 알았는데 굉장히 밝다. 학창시절에 학교를 많이 옮겨 다니며 혼란스러웠다고 들었다. 혼란이 음악에 도움이 되었겠지만, 만약 과거로 돌아가 그런 혼란이나 티없이 살아갈 수 있다면 음악을 버릴 수 있겠나? 그건 상상할 수 없을 것 같다. 중학교 때까진 전형적인 모범생이었는데 당시 내게 세상의 악과 선은 엄마가 기준이었다. 그 이후 굉장히 혼란스러웠던 시기가 있었다. 그 때까지 잘못됐다고 알고 있던 행동이 딱히 별 것 아닌 일이 되고, 놀라워하는 나를 보며 사람들이 비웃기도 하고. 또래집단들이 그런 게 좀 있잖아. 그런데 그런 것들이 음악에 영향을 미치는 것뿐만이 아니라 박새별 자체를 형성해온 것 같다. 힘든 시절은 세월이 지나면 자양분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