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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네 멋대로 즐기기] 드래곤 길들이기, 페르시아의 왕자...

한참이나 멀티플렉스 앞을 서성이며, 영화 선택에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엘르가 좀 나섰다. 고양이의 취향에 따라 멋대로 붕어빵으로 평점까지 매겼다. 심심할 때 슥 한번 훑어봐도 좋고 이건 뭐냐며 무시해도 좋다. 이건 어디까지나 당신을 위한 가벼운 조언이다.

프로필 by ELLE 2010.05.19

고양이 세수 : 벌크 섬에 사는 바이킹 족은 드래곤들과 싸우면서 전사로 성장해간다. 겁쟁이 히컵 역시 드래곤 훈련을 받게 되고, 전사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던 어느 날, 히컵은 드래곤 투슬리스를 잡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둘은 친구가 된다.      
고양이 기지개 : 크레시다 코웰의 2003년 동명 동화가 원작. 환골탈태는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찬사다. 디즈니에서 작별하고 나와 성공한 인물은 팀 버튼이 아니라 앞으로 크리스 샌더스로 기억될 게 분명하다. <미녀와 야수>부터 <릴로와 스티치>까지 10년을 넘게 디즈니의 일등 작가로 군림했던 크리스 샌더스는 드림웍스로 넘어와 인트루 3D로 <드래곤 길들이기>를 탄생시켰다. '포스트 <아바타>'는 바로 <드래곤 길들이기>이다.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 히컵과 투슬리스의 교감, 'E.T'의 감동을 방불케 한다.

고양이 세수 : 감히 '루저'라고 치부할 수는 없지만 어딘가 기묘한 포스를 지닌 이들이 헌책방에 모여든다.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만 연구하는 테루오, 거부를 못 하는 소심한 히사노부, 무슨 일을 해도 망치고 마는 저주받은 손 아카리. 뭐가 괜찮은지 모를 지경!
고양이 기지개 : 주인공들은 사는 게 서투르다. 찌질하다. 사고뭉치나 애물단지라는 건 순전히 그들을 위한 전문용어다. 어디에 쓰려면 견(犬)님의 그것도 없고, 투박한 고양이 손처럼 도움이 안 된다고 하더니, 딱 그 꼴이다. 세상의 일반적인 정의에 따르면 그들은 어딘가 모자라는 어른이다. 그러나 "꼭 심각하게 어른이 될 필요가 있나?"고 반문하는 취향이라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바보스러움에 세뇌된 기분이다.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 아카리가 속이 빈 어묵 치쿠와를 구워 먹는 순간, 군침이 주르륵

고양이 세수 :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 4강 신화에 열광한 건 우리만이 아니었다. 알고 보니 북한 43GP의 1분대장님이 축구 좀 보신다. 결국 간 큰 북한 병사들이 무전기로 월드컵 중계방송을 듣겠다고, 사상 따위는 다 팽개치고 "대~한민국!"을 외친다.
고양이 기지개 : 소위 월드컵 열풍을 등에 업고 한 번 떠보겠다는 트렌드 영화다. 무조건 트렌드가 나쁜 것은 아니다. 남아공 월드컵을 목표로 남북한을 하나로 단합시키는 아이디어가 졸렬한 것도 아니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코미디 축구 버전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문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천암함 사건이 일어날지 몰랐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영화가 재미없다는 점이다. 송강호의 '정'이 그립다.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 축구 이야기가 나와도 가슴이 이토록 안 뜨거워지는 건 처음이네.

고양이 세수 : 엘름가에 사는 꽃소년 꽃소녀들이 어느 날 똑같은 꿈에 시달린다. 칼 장갑을 낀 사나이가 나타나 마치 현실처럼 '생생'하게 괴롭힌다. 다들 이 남자의 정체를 모른다. 바보들? 극장에 있는 모든 관객이 알고 있는 전설의 프레디를 그들은 겪고 나서야 안다.
고양이 기지개 : 호러의 전설적인 캐릭터가 돌아왔다. 프레디와 제이슨이 미친듯이 싸우던 게 막판이라 생각했지만, 할리우드는 이런 상황에 전혀 고심하지 않았다. 갑자기 다시 시작이라고 알려왔다. 그들의 전략은 다소 뻔뻔하다. 1984년 웨스 크레이븐의 <나이트메어>가 보여주었던 시작점에서 다시 한 번 해보자는 거다. 하긴 파충류 외계인 <브이>도 돌아오는 마당에, 프레디가 안 될 이유도 없지.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 "수업 시간에 졸지 마라"고 충고하는 프레디! 썰렁한 조크만 업그레이드했다

고양이 세수 : 페르시아의 다스탄 왕자는 장난꾸러기지만 알고 보면 속 깊은 남자다. 갑자기 왕의 암살자로 몰린 그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와중에 타미나 공주가 보호하던 고대의 단검을 둘러싸고 삼촌 니잠과 티격태격 전투까지 벌인다.
고양이 기지개 : 전설적인 게임이 원작이지만, 주요 타깃 층인 20대가 이 게임을 알 리가 없다. <해리 포터>세대에게 어필하는 바캉스용 블록버스터다. 한마디로 스크린에 팝콘 던져가며, 콜라 쪽쪽 팔아가며 즐기는 영화다. "여름마다 이런 영화를 왜 보니?"라고 절규하면서도, 늘 표를 구매하는 당신의 손을 원망할 필요는 없다. 물론 어딘가에서 진탕 본 듯 하다.
<미이라>+<캐리비안의 해적>+<타임머신>?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 나쁜 남자 놀이에 맛을 들인 제이크 질렌할! 그래도 토니 스타크보다는 한 수 아래다.

고양이 세수 : 1960년대 초 대학교수 조지는 오랜 연인 짐이 죽자 모든 의미를 잃은 채 깊은 고독에 빠져든다. 걷잡을 수 없는 일상을 살아가던 조지가 자살을 선택하려는 순간, 매력적인 제자 케니가 그에게 접근한다. 케니와 하룻밤을 보내던 조니는 회환의 슬픔을 느낀다.
고양이 기지개 : 머리 아프게 톰 칼린을 운운하거나 퀴어의 계보를 논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이 영화는 시대착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1980년에 봐야 했을 영화를 20년 뒤에 본 느낌이다. 홍보사는 장르가 '센세이션 드라마'란다. 정작 아무 일도 없다는 것이 참으로 센세이션이다. 오늘날 이 정도의 아픔이 정체성을 대변할 수 없다고 느껴지는 건, 감성이 메마른 걸까? 아니면 자본주의의 삶이 더 고통스러운 탓일까?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 게이님들이야 퍼스와 구드의 피크닉을 좋아라 하시겠지만, 고양이는 줄리언 무어의 속눈썹에만 한 표!

고양이 세수 : 선임자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후, 전 영국 수상 아담 랭의 자서전을 쓰게 된 젊은 작가는 거대한 음모를 발견한다. 그 진실을 파헤치려다가 예상치 못한 위험에 빠져든다. 제대로 번역하면 '대필작가'지만 '유령작가'’라는 어감이 확실히 묘한 뉘앙스를 전해준다.
고양이 기지개 : 그 동안 로만 폴란스키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정리한다면, 어떤 호러나 스릴러보다도 등골이 오싹하다. 아우슈비츠의 경험이나 아내 샤론 테이트의 살해나 현재의 스위스 별장 감금 등등. 그가 스스로 자서전 격의 다큐멘터리를 찍으면 바로 스릴러의 정수가 되지 않을까? <유령작가>는 향수 속으로 사라져버린 <프랜틱>(1988)을 떠오르게 만들 정도로 고풍스럽고 야심으로 가득 차 있다.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 "난 유령입니다!"라고 말하는 대사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대변한다.

고양이 세수 : 보스턴 경찰서의 베테랑 형사 크레이븐은 오랜만에 자신을 찾아온 딸 엠마를 만난다. 딸과 오붓한 저녁을 즐기려던 순간, 갑자기 나타난 괴한에게 딸이 무참히 살해당한다. 상황이 이쯤 되면 화 안 나는 아빠란 있을 수가 없다. 남은 건 오로지 복수혈전이다.
고양이 기지개 :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서 가족주의의 수호신인 아버지 캐릭터들은 몸은 날리며 악당을 깨부신다. 그러나 <엣지 오브 다크니스>는 '에지 없이' 어둡기만 하다. <리쎌 웨폰>, <패트리어트>의 멜 깁슨을 떠올린다면 벌써 게임은 끝난 거다. "너희들, 다 죽었어"하며 분노를 터뜨려야 마땅하다. 그런데 나이 탓일까? 이젠 분노로 직행하지 않고 몹시 이성을 만지작거린다. 결국 뽑을 총이라면, 관객들 졸기 전에 난사해 주시죠?

궁극의 그르릉 포인트 : '마이 걸'로 부성애를 주장하지만, "메사추세츠에선 모든 게 불법"이라는 느와르 식 대사가 더 맛난다.

Credit

  • 프리미어 웹에디터 전종혁
  • COURTESY OF 레몬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