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석 셰프의 창작 요리 아버지, 어머니, 형이 모두 요리사라면 과연 요리를 하고 싶었을까? 대답은 노. 부모님의 물려주신 건장한 체구에 땀 흘리는 것을 좋아해 요리는 요리조리 피해다니고 무술로 몸을 다졌다. 체육관도 운영해 보았다. 그러다가 다시 형의 권유로 라 쿠치나 주방에 들어갔다가 인생이 바뀌었다. 피는 못 속였던 모양. 라 쿠치나에서 10년 경력을 쌓고 다시 5년 동안 스테이크 하우스인 더 그릴에서 스테이크를 담당했다. 테이스티 블루바드의 대표격인 최현석 표 스테이크의 역사는 그렇게 길다. 테이스티 블루바드에 있던 2년 반 동안 물회 카르파치오, 스시 모양의 파스타, 삼계탕 맛이 나는 스프 등 600여 창작요리를 선보였다. 어설픈 퓨전 요리가 아니라 왕성한 창작력으로 새롭게 해석한 요리를 선보이며 최고의 조선인 셰프를 꿈꾸는 사람, 최현석이다.
최현석 표 스테이크를 말하다 스테이크처럼 무식한 요리가 또 있을까. 커다란 고깃덩이를 숯불에 구워 소금 후추만 뿌려먹는 간단한 방법. 아마 선사시대에도 수십 년 전에도 방법은 동일했으리라. 하지만 스테이크 맛은 소를 키우는 방법, 정형하는 방법, 요리 부위, 숙성 정도, 굽는 방법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정답은 없다. 대신 몇 가지 룰이 있을 뿐이다.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는 방법에 대해 그는 개인 취향이지요, 라고 말한다. 바싹 익혀 먹든 날 것 그대로 먹든 맛있는 것은 개인 취향이다. 하지만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경험하지 못한 맛의 세계를 남겨둔다면 안타까운 일. 그가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역시 질 좋은 고기. 몸매 좋은 여자에게 흰 티셔츠에 청바지만 입혀도 맵시가 나듯이 일단 좋은 고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가 선호하는 고기는 호주산 곡물비육 300일 정도 되는 소고기. 4~5일 정도 숙성을 시켜 숯불 그릴에 구워낸다. 구울 때는 그릴에 기름을 발라 불이 붙지 않을 정도. 기름을 떨어뜨렸을 때 살짝 지글거리고 기름이 튀지 않을 정도로 달구어졌을 때 한 번, 살짝 익었을 때 비스듬히 틀어서 한 번, 뒤집어서 한 번, 마지막으로 다시 비스듬히 틀어서 한 번 총 네 번을 구워낸다. 과연 어느 정도가 가장 적당히 익은 것인지는 직접 손으로 눌러보아 탄력을 체크한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셰프의 '감각'이 중요하단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코팅' 과정이다. 처음 센 불에서 구워 겉면을 익힌 후 육즙을 가두는 역할을 한다. 가정에서 스테이크를 구울 경우 불 맛이 안 나는 것은 바로 이 때의 화력 차이. 불을 빨아들이는 힘이 강한 상태에서 단시간에 고기를 익히면 숯의 향도 은은하게 밴다고 한다. 스테이크로 쓰는 고기 부위는 크게 등심, 안심, 채끝, 삼각살, 플랭크, T본 등이 있다. 그가 선호하는 부위는 마블링이 뭉쳐있는 부분이 눈 모양 같다고 해서 립아이(Rib-eye)라고 불리는 등심 부위다. 안심은 너무 부드럽고 채끝은 다소 퍽퍽할 수 있는 데 립아이는 씹는 맛이 가장 좋단다. 물론 그의 생각이다. 삼각살은 둔부, 플랭크는 옆구리살이다. 등심, 안심, 채끝에 편중된 우리 입맛과 달리 외국에서는 다양한 부위를 스테이크로 활용하고 있다고. 소 허리쪽 안심과 등심을 나누는 부분에 있는 T자 모양의 뼈에 붙은 T본 부위는 한쪽은 등심 한쪽은 안심을 맛 볼 수 있는 부위이다. 고기 덩어리 무게는 250~350그램 정도. 두께는 2.5~3센티미터가 적당하다. 너무 얇아도 너무 두꺼워도 맛이 나지 않는다. 굽는 방법은 팬프라이보다는 숯불을 선호한다. 팬프라이는 표면이 바삭한 장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은은한 숯불향에 강력한 화력으로 겉은 익은 속은 살아있는 게 맘에 든다. 익히는 정도는 블루, 블랙 앤 핑크, 미디엄 레어, 미디엄, 미디엄 웰던, 웰던 등 여섯 가지로 나뉜다. 자신이 없을 때는 미디엄 레어가 무난하다. “질 좋은 스테이크 고기일수록 적게 익혀야 풍부한 육즙을 즐길 수 있습니다." 최현석 셰프의 말이다. 스테이크는 질 좋은 천일염만 뿌려서 고기 자체의 맛을 즐기는 것이 최고다. 고기를 굽는 정도에 따라 적절한 가니시를 곁들이면 스테이크가 더욱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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