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섬보이' 이재욱과 신예은이 함께한 섬에서의 하루
함께라면, 어디든! 외딴 섬에서 촬영했지만 외롭지는 않았다는 '닥터 섬보이'의 동갑내기 이재욱과 신예은. 서로에게 성큼 다가설 때 무한히 피어나는 용기와 사랑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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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섬에서 촬영했다죠? <닥터 섬보이>라는 제목에도 ‘섬’이 들어가 있네요
예은 가조도라고, 거제도에서 좀 더 깊숙이 들어가면 예쁜 섬이 하나 있어요. 편의점도 차를 타고 한참 가야 있을 정도로 고요한 곳이죠. 그래서 평소 촬영현장에서 경험해 보지 못했던 소소한 재미와 힐링을 만끽했습니다. 우리 작품과도 참 많이 닮은 곳이에요.
재욱 <닥터 섬보이>는 ‘고립형 메디컬 로맨틱 코미디’라고 소개되는데, 그런 표현과 묘하게 닮은 풍경이었어요. 분명 고립감은 있는데, 동시에 너무 아름답고 낭만적인 곳이었죠. 현지 주민 분들이 촬영을 참 많이 응원해주셨는데 그마저 ‘편동도’의 모습과 비슷했어요.
신예은이 입은 드레스는 Erdem.
이재욱이 입은 셔츠와 타이는 모두 YSL.
모두가 기피하는 ‘편동도’에 공중보건의사 도지의와 간호사 육하리가 입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죠. ‘메디컬’과 ‘로코’ 그리고 ‘고립극’이라는 다채로운 키워드를 품고 있는데, 어디에 방점을 찍었나요
재욱 아마 저의 20대 마지막 작품이 <닥터 섬보이>일 거예요. 그래서인지 ‘로코’라는 키워드가 유독 와닿았어요. 무엇보다 동갑내기 친구인 예은 배우와 찍었다는 게, 너무 의미 있고 좋아요. 또 작품에서 ‘치유’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의사만 누군가를 치료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는 삶의 구석구석에서 어떤 관계나 환경을 통해 서로 치유하고, 치유받곤 하죠. 그런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예은 저는 코미디요! 현장에서 ‘웃참’이 어려웠을 정도로 재미난 에피소드가 많아요. 병원 에피소드 또한 자주 등장하는데 그 안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과 사람들이 점차 몸과 마음을 치유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많은 걸 느꼈어요. 사람은 저마다 다르지만 결국 모두 행복하고 싶고, 평안해지고 싶어한다는 걸요.
이재욱이 입은 재킷과 이너웨어 셔츠, 팬츠는 모두 Dolce & Gabbana. 신예은이 입은 니트는 Chika Kisada by Adekuver.
이재욱이 정식으로 의사 역할을 맡은 건 처음이죠. 그것도 도시 전문의가 아니라 ‘섬보이’라는 공중보건의사를 연기하는 즐거움과 어려움이 있었다면
재욱 일단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고단하고 힘든 일이지만, 배우로서 그 세계를 배우는 과정이 흥미롭고 재밌었거든요. 의사라는 직업은 작품을 통해 대부분 ‘히어로’ 같은 존재로 그려지지만 늘 긴장 속에 있고, 불안과 책임감이 공존하는 힘든 일이잖아요. 특히 공중보건의사는 군복무의 일환으로 배치된 보직이고, 어쩌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또래 청년의 모습일 거예요. 그들에게 갑자기 “의사 선생님,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라고 손 내미는 순간이 온다면 꽤 두렵고 떨릴 겁니다. 그럼에도 담담하게 자기역할을 해내야 하는, 그 양가감정을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감독님도 “재욱아 너라면 어떨 것 같아?” “네 또래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고 자주 물어보며 그 지점을 잘 만들어 보려고 했어요.
신예은이 입은 이너웨어 톱과 스커트는 모두 Markgong. 이재욱이 입은 재킷과 쇼츠 세트업은 모두 Re Rhee. 이너웨어 톱은 Personal/Own.
도지의는 바다와 섬에 대한 오랜 트라우마는 물론, 개인적 상처도 껴안고 있는 인물이죠. 이재욱은 그럼에도 끝끝내 성장하는 캐릭터에 늘 이끌리더군요
재욱 대본을 읽자마자 <굿 윌 헌팅>의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대사가 떠올랐어요.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저마다 아픔이 있는데 지의는 자신을 침식시키는 사람이에요. 그에게 괜찮다고, 그럴 수 있다고, 자신을 보듬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물론 완전한 것도 매력이 있지만, 저는 불완전한 것에 끌려요. 빈틈이 있고, 상처가 있고, 그럼에도 자신의 방식대로 버텨 내는 사람들이요. 그래서 작품을 선택할 때 제게 중요한 건 이 이야기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이 작품을 통해 내가 인간적으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예요.
신예은이 입은 이너웨어 톱과 스커트는 모두 Markgong. 이재욱이 입은 재킷과 쇼츠 세트업은 모두 Re Rhee. 이너웨어 톱은 Personal/Own.
신예은은 ‘햇살’ 같은 육하리의 어떤 점을 사랑하나요
예은 생각보다 여리고 약한 친구지만 무언가를 결정하거나 홀로 서야 할 때는 강해져요. 뭐든 끝내 해내는 모습이 사랑스럽고,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그녀만의 방식도 닮고 싶었어요.
빈틈이 있지만 그래서 더 인간적인 인물을 연기하다 보면 실제로도 영향을 받나요
예은 그럼요. 여러 대본과 인물을 만나며 가장 크게 배운 건 결국 사람마다 사연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이었어요. 예전에는 제가 맡은 인물을 어떻게든 완벽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애썼다면, 지금은 달라졌어요. 결국 그 사람조차 내가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죠. 나라는 사람을 대입하기보다 ‘그는 그런 사람이니까’라고 인정하며, 그 삶을 살아보면서 치유받고, 인간적으로 성장하기도 해요.
톱은 Recto. 팬츠는 Nehera. 벨트는 Ouro.
드레스는 Erdem. 슈즈는 Jimmy choo.
배우들은 종종 자기 캐릭터를 100% 이해할 거라는 기대를 받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군요
재욱 그 인물이 살아온 시간과 시대, 그 세계는 절대 몸소 경험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제 일을 ‘캐릭터를 대변하는 입장’이라고 자주 표현해요. 시청자들이 공감해 준다면, 내가 어느 정도 잘 대변하고 있다고 짐작할 뿐이죠.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그 마음을 최대한 잘 표현해 주려 해요.
예은 저도 비슷해요. 집에 있는 제 캐릭터 피규어를 보면서 가끔 말을 걸어요. ‘잘 지내니?’ ‘내가 널 잘 표현했을까?’ ‘내가 너를 잘 대변했을까?’하고요(웃음).
이재욱이 입은 재킷과 이너웨어 셔츠, 팬츠는 모두 Dolce & Gabbana. 신예은이 입은 니트는 Chika Kisada by Adekuver. 스커트는 Kenzo. 슈즈는 Camper.
이 작품을 통과한 두 사람의 마음에 남아 있는 건 무엇인가요
재욱 이번 작품을 찍으며 많이 울었어요. 제 촬영날이 아니어도 괜히 현장에 놀러가서 지켜보다가 또 울고요(웃음). 그럴 때마다 느꼈죠. 아, 내가 정말 이 작품을 애정하고 있구나. 특히 아끼고 사랑하는 몇몇 장면이 있는데,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울컥하네요. 이번 작품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저라는 사람을 더 아끼고 사랑하게 됐습니다. 그러니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거예요.
예은 처음에는 우리가 그리려는 마음을 잘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어요. 막상 현장에 들어가서는 단순해졌죠. ‘나는 할 수 있다’ 이런 부담을 가지는 것보다 그 순간에 가만히 녹아 있을 때 제가 정말 하리로 존재한다는 걸 느꼈거든요. 앞으로 지나친 고민과 생각으로 스스로 무겁게 만들기보다 현장에 자연스럽게, 아주 담백하게 녹아 드는 사람이고 싶어요.
고생한 서로에게 한마디해 볼까요
재욱 너무 고마워요. 하리 그 자체로 존재해 줘서요. 저는 행운이었죠. 먼 곳에서 촬영했고, 힘든 순간도 있었을 텐데 묵묵히 해내줘서 고마워.
예은 재욱 배우는 마치 저를 다 알고 있는 사람 같았어요. 그만큼 섬세해요. 저는 더 잘해주지 못한 것 같아 후회가 남아요!
재욱 현장과 각자 엄청 싸울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 치열함 속에서, 더 치열하기 위해서요. 그러니 서로를 챙긴 방식은 의외로 단순했어요. 각자의 치열함을 지켜주는 거죠.
예은 우리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매 순간 느끼게 해줘서, 고마워.
Credit
- 에디터 전혜진
- 사진가 윤송이
- 헤어 아티스트 안홍문 / 차세인
- 메이크업 아티스트 문지원 / 이은
- 스타일리스트 황금남 / 박선희 / 박후지
- 아트 디자이너 김민정
- 디지털 디자이너 민경선
- 어시스턴트 박성희
엘르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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