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호시노 리조트와 세 개의 섬으로 미리 다녀온 여름 휴가
이시가키 섬에서 출발하는 세 개의 섬, 고하마, 이리오모테, 다케토미. 이 곳에선 오직 나를 위한 시간만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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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본섬에서도 비행기를 타고 더 내려가야 닿을 수 있는 곳, 일본의 최남서단 야예아마 제도. 그곳에는 저마다의 색깔을 지닌 섬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다. 이번 여정은 호시노 리조트의 세 가지 서로 다른 매력을 길잡이 삼아, 고하마 섬의 광활한 바다에서 시작해 이리오모테 섬의 원시 정글을 지나 다케토미 섬의 정겨운 마을 풍경으로 이어졌다. 시간은 오직 나를 위해 흘렀다. 아주 느리게.
리조나레 고하마지마는 일본 최대 규모의 산호초 해역 '세키세이쇼코'를 마주하고 있다.
이시가키 섬에서 배를 타고 25분, 여정의 첫 기착지는 고하마 섬이었다. 섬 전체가 완만한 구릉지로 이루어진 이곳은 사방이 에메랄드 빛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사탕수수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도착하면, '유쿠루(천천히 쉰다)'라는 오키나와 방언을 콘셉트로 내건 '호시노 리조트 리조나레 고하마지마'가 환대한다. 이 리조트는 그 이름처럼 도착하는 순간부터 도시의 소음을 지워냈다. 리조트에 짐을 풀고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프라이빗 비치. 눈 앞에 펼쳐진 바다는 일본 최대 규모의 산호초 해역인 '세키세이쇼코'의 일부다. 수평선까지 겹겹이 층을 이룬 파란색의 향연은 가히 압도적! 낮에는 코발트 블루와 백사장의 대비가 또렷했고, 해변에 마련된 배럴 사우나에선 바다를 바라보며 증기를 만들어 몸을 흠뻑 적시는 핀란드 사우나를 은밀하게 즐기는 동안 오직 내 귀를 적시는 건 철석이는 파도소리 뿐이었다. 이 황홀한 감각은 객실로도 이어졌다.
일본 최대의 산호초에 둘러싸여 절경을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배럴 사우나.
약 36만 평의 부지 위에 흩어진 60개의 빌라형 스위트 객실은 모두 독채 스타일이다. 이번 여정을 함께한 방은 슈페리어 스위트로, 창가에 놓인 넓은 데이베드가 포인트. 이리저리 몸을 돌리며 낮잠을 청했다, 책을 읽으며 섬의 시간을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특히 앰배서더 스위트는 프라이빗 사우나와 야외 제트 욕조를, 로열 스위트는 개인 수영장까지 함께 해, 완벽하게 개인적인 상태로 사우나, 수영, 스파를 즐길 수 있다. 욕실 또한 테라스와 연결되어 자연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세심한 설계가 돋보였다.
프라이빗 풀과 사우나, 야외 제트 욕조를 갖춰 프라이빗한 휴식을 만끽할 수 있는 로열 스위트.
여행에 미식은 빠질 수 없는 묘미. 나의 오감을 깨워준 리조트 내 메인 레스토랑 ‘오리오리’에서의 식사는 야에야마 제도의 변주를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갓 구운 빵과 섬채소를 활용한 다채로운 뷔페 형식으로 제공되는 조식, 한편 야에야마 제도의 식재료를 이탈리아 요리 기법으로 풀어낸 디너는 그 매력이 철저히 나눠졌다. 특히 라이브 키친에서 튀겨내는 아오사(파래)를 입힌 ‘구루쿤’ 튀김과 흑설탕 소프트아이스크림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식후에는 바다와 맞닿은 듯한 인피니티 비치 풀에서 오후를 보내거나, 절경 해상 비어가든의 바다 위 카운터 좌석에 앉아 맥주를 즐겨도 좋다.
고하마 섬의 밤은 낮보다 깊은 감동을 준다. 이곳은 국제 다크스카이 협회가 인정한 ‘별빛 보호구역’ 근처답게, 인공 조명이 거의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쏟아질 듯한 별들을 마주할 수 있다. ‘팅가라(은하수) 사우나’에서 몸을 데운 뒤, 해변의 선배드에 누워 바라본 밤하늘은 경이로웠다. 88개 별자리 중 84개를 볼 수 있다는 이곳에서 은하수를 이불 삼아 덮고 있는 기분은, 지친 몸과 마음을 본래의 리듬으로 되돌려놓는 시간이었다.
일본에 존재하는 7종의 맹그로브가 모두 서식하는 곳은 일본 내 이리오모테 섬이 유일하다.
고하마 섬에서의 정적인 휴식을 뒤로하고 배를 타고 향한 곳은 ‘동양의 갈라파고스’라 불리는 이리오모테 섬이었다. 섬의 90% 이상이 아열대 원시림과 맹그로브 숲으로 덮여 있고,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은 고하마 섬과는 전혀 다른 야생의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생명의 고동이 느껴지는 정글 속 자리한 ‘이리오모테 호텔 by 호시노 리조트’는 숙소의 개념을 넘어 생태계를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자처하고 있었다. 일본 최초의 에코 투어리즘 리조트를 지향하며 객실 내 일회용 생수병을 완전히 없애고, 여행자들이 개인 텀블러를 사용할 수 있도록 곳곳에 워터 스테이션을 마련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섬의 귀중한 존재인 ‘이리오모테 야마네코(살쾡이)’를 보호하기 위한 로드킬 방지 교육과 세계유산 학교 프로그램은 여행자들에게 이 섬을 대하는 경건한 태도를 가르쳐주었다.
이리오모테 호텔 by 호시노 리조트와 마주한 이다 해변에서는 형형색색의 산호초를 발견하는 해양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경건한 태도를 간직한 채 가이드와 함께 떠난 맹그로브 카약 투어에서 생명력의 원천을 확인했다.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기수역에서 뿌리를 내리고 사는 맹그로브 나무들 사이를 노 저어 가다 보면, 이름 모를 새들의 울음소리와 물고기가 튀어 오르는 소리만이 고요를 깨웠다. 이 대자연 속에서 나는 나의 존재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었다. 호흡과 오감, 모든 감각이 열렸고 느껴졌다. 나카마강과 우라우치강을 따라 펼쳐진 거대한 자연의 미로 속에서 나는 인간 역시 거대한 생태계의 아주 작은 일부임을 실감했다.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이리오모테 섬에서 일본 최초의 에코 투어리즘 리조트를 지향하는 이리오모테 호텔 by 호시노 리조트.
디너 역시 섬의 야생성을 닮았다. 저녁 뷔페에서는 꽃게 육수와 흑설탕으로 맛을 낸 가자미 수프 등 향토색 짙은 미식이 펼쳐졌고, 아침에는 흑당 시럽에 하루 종일 재워둔 프렌치토스트가 입안 가득 달콤함을 전했다. 맛도, 풍경도 신비로운 이곳의 139개의 객실은 모두 오션뷰를 자랑하고, 테라스는 파도 소리와 새소리로 가득했다. 로프트 트윈 객실은 이리오모테를 상징하는 짙은 청색 인테리어로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내고, 넉넉한 공간감 덕분에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도 안성맞춤. 객실에서의 시간도 좋지만, 이 리조트는 다채로운 액티비티 덕분에 나를 부지런하게 만들었다. 밤이 되면 다시 정글로 나가 야마네코의 흔적을 찾아보거나, 호텔 마당의 가쥬마루 나무 아래에서 정글의 밤공기를 들이마시며 이리오모테만의 거친 매력에 흠뻑 젖어 들곤 했다. 고하마 섬에서 나를 비워냈다면, 이리오모테에서는 그 빈자리를 자연으로 채워 넣는 느낌이었다.
섬의 특성을 살린 이 리조트의 레스토랑에서 저녁에는 꽃게 육수와 흑설탕을 사용한 가자미 수프, 아침에는 황설탕이나 흑당 시럽에 하루 종일 푹 재워둔 흑설탕 프렌치 토스트가 대표 메뉴다.
여정의 종착지는 다케토미 섬이었다. 이리오모테가 역동적인 자연의 섬이라면, 다케토미는 인간과 자연이 수백 년간 지켜온 문화의 섬에 가깝다. 산호 가루가 깔린 하얀 길과 붉은 기와지붕, 그 주변을 싼 돌담, 그리고 집집마다 세워진 시사(사자상)가 반겨주는 이곳은 마치 류큐 왕국 시절로 시간을 되돌린 듯했다. 시간이 멈춘 붉은 기와 마을에 스민 ‘호시노야 다케토미지마’는 리조트라기보다 섬의 새로운 네 번째 마을에 가까웠다. 섬의 전통 건축 양식을 그대로 따른 48동의 객실은 모두 남향으로 설계되어 남풍이 방 안을 시원하게 훑고 지나가게끔 되어 있었다. ‘일치협력’이라는 섬의 정신을 계승하여, 리조트 직원들은 섬의 어르신들로부터 전통 공예와 노래를 배우고 이를 다시 여행자들에게 전달한다.
산호초가 융기하여 형성된 다케토미 섬은 산이나 강이 없어 땅이 척박하며, 그 때문에 섬 사람들은 살기 위해 서로 협력하며 삶을 영위해왔다. 이들의 문화와 환경을 해치지 않도록 섬의 전통 양식을 따랐다.
호시노야 다케토미지마는 목조 단층 구조의 객실, 산호 모래가 깔린 하얀 골목 길과 류큐 석회암 돌담 등 섬의 전통을 계승한 디자인을 살렸다.
하얀 산호 길을 따라 걸으며 떨어진 부용꽃을 줍다 보면 어느새 발견하는 ‘수다’라는 뜻을 가진 이름의 ‘윤타쿠’ 라운지. 고즈넉한 라운지에서는 일본 전통 악기인 샤미센 연주 소리가 들려왔다. 라운지를 넘어 타원형의 수영장을 따라 걷다 보면 도착하는 돌담이 품은 객실. 모든 방은 전통 목조 가옥 구조를 따르며, 48개 동 중 28실은 플로어링의 서양식 객실, 20실은 다다미가 깔린 일본식 객실이다.
행운을 가져오는 바람으로 여겨지는 남풍 '파이카지'를 맞이하기 위해 모든 객실의 남쪽에는 벽 전체를 덮는 유리문이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서의 하루는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낮에는 물소차에 몸을 싣고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산신(삼현금) 연주를 감상했고, 밤이 되면 리조트 한가운데 위치한 수영장에 몸을 띄웠다. 수영장은 섬의 지형을 본떠 완만하게 깊어지도록 설계됐는데, 그 수면에 비친 붉은 노을과 밤하늘의 별자리를 보며 즐기는 수영은 이번 여정 중 가장 평화로운 순간이었다.
마을의 지리를 꿰고 있는 물소차가 아침마다 동네 산책을 안내한다. 흔들리는 물소차 위에서의 산신 연주 소리를 감상하는 건 덤이다.
다케토미 섬을 포함한 야에야마 제도에는 남국 식재료뿐 아니라 자연환경과 역사 속에서 형성된 독특한 식문화가 존재한다. ‘울음소리만 빼고 모두 먹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활용되는 돼지고기, 축하 자리에서 제공되는 염소 고기, 그리고 의식동원의 철학으로 사용되는 채소와 허브는 이 지역만의 식문화다. 호시노야 다케토미지마에서는 이러한 섬의 식재료와 문화를 프랑스 요리 기법과 새로운 발상으로 재해석한 미식을 선보인다. 다케토미 섬의 흙과 햇살이 길러낸 섬 채소와 흑소를 프랑스 요리 기법으로 풀어낸 누벨 류큐 코스는 미각의 극치를 보여줬다. 특히 사라져가는 전통 콩과 보리를 복원하기 위해 리조트 내에 마련된 밭에서 직접 수확한 재료들을 맛볼 때는, 이들이 섬의 문화를 지키기 위해 쏟는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섬 식재료를 활용한 4종류의 조식 중 섬의 9품 아침식사는 전통 중상 요리 '우산미'에서 착안했다.
다케토미 섬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조용함의 질감이었다. 작은 산호섬이라는 지형적 특성 때문인지, 이곳의 소리는 대부분 자연에서 왔다. 바람, 물,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의 목소리. 그 안에서 하루를 보내다 보면, 여행이라는 행위 자체가 점점 흐릿해졌다. 대신 살아간다는 감각만이 남을 뿐.
세 개의 섬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나를 변화시켰다. 고하마 섬에서 리듬을 늦추고, 이리오모테에서 감각을 확장하고, 다케토미 섬에서 삶의 속도를 다시 정리했다. 각 섬이 가진 고유의 리듬에 나의 주파수를 맞추는 과정을 통과하며, 호시노 리조트가 말하는 체류의 깊이는 시간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걸 깨달았다. 돌아오는 길, 다시 이시가키로 향하는 배 위에서 생각했다. 이 여행이 특별했던 이유는 풍경이 아니라 속도 때문이었다고, 그리고 그 속도를 바꾸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바꾼다는 걸.
밤이 되면 은하수가 빛나도록 모든 객실의 조도를 일정하게 낮췄다.
Credit
- 에디터 정소진
- 사진 호시노 리조트 리조나레 고하마지마 · 이리오모테 호텔 by 호시노 리조트 · 호시노야 다케토미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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