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서 아만양윤 리조트가 알려준 진정한 쉼
그냥 그대로 놓아두는 것. 아만양윤이 쉼에 관해 일러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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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마감을 밀어내고 도착한 상하이의 공기는 담담했다. 지금 가장 트렌디하고 뜨거운 도시의 중심부를 벗어나 차로 한 시간 남짓 달리는 동안, 바깥 풍경은 빠르게 지나가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느려진다. 목적지가 호텔이 아니라 시간을 다른 방식으로 다루는 장소란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까? 높은 담장과 오래된 향나무 그림자 너머로 아만양윤(Amanyangyun)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나는 이곳에서 다른 시차로 살게 되리라는 걸 직감했다.
아만양윤으로 들어서면 보이는 풍경. 장수와 재생을 상징하는 1600년된 고목에 고대 우물의 물을 길어 정성스럽게 의식을 진행한다.
너른 전용 수영장을 갖춘 아만양윤의 앤티크 빌라(Antique Villa) 타입의 객실.
‘양운(養雲)’은 ‘구름을 기른다’는 뜻이다. 마음속에 흩어진 구름을 천천히 기를 수 있는 이곳은 거대한 정원 같았다. 2002년, 양쯔강 하류 장시성 푸저우 지역이 수몰 위기에 처했을 때 사라질 뻔했던 수만 점의 존재들, 수백 년에서 1000년에 이르는 향나무 1만 그루와 명·청 시대 고택 50채가 700km를 건너 이곳으로 옮겨졌다.
벽돌 하나까지 번호를 매겨 재조립한 고택, 뿌리 방향까지 맞춰 심어 울창함을 이룬 나무들, 높은 천장 아래 낮게 놓인 침대와 안뜰로 열린 중정, 빛이 머무는 각도까지 정교하게 설계된 총 26개의 스위트와 13개의 빌라는 단순한 호텔의 미감을 넘어선다. 그러니 이곳의 럭셔리는 트렌드에 대한 과시가 아니라 사라질 뻔한 시간을 현재로 만드는 데서 출발한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나는 구름을 다스리는 자가 된다. 이곳에서 쉼은 무언가를 비워내는 행위가 아니라 흩어진 감각을 복원해 제자리에 놓아두는 과정에 가까우니까.
고요한 호수가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아르바(Arva)에서 간단한 아침 업무와 함께 조식을 마친 뒤, 봄의 쪽빛이 무르익은 산책로를 걸었다. 해소되지 않는 고민을 이고 지고 걷다가, 붉은 띠를 두른 중앙 정원의 1600년 된 고목 앞에 서면, 내 시간이 잠시 무력해진다. 오래된 나무 아래 천천히 흐르는 바람, 그림자처럼 눕는 햇빛, 고택 처마 끝에 머무는 적막까지 따라가다 보면 더는 시계를 보지 않게 된다.
17세기 ‘학자 스튜디오’를 닮은 명나라 양식의 고택 난슈팡(Nan Shufang)에서는 서예와 음악, 회화 같은 전통 공예를 배우고, 나는 목련 꽃잎을 하나씩 덧칠했다. 대여 가능한 전기자전거로 숲을 하나 건너면, 유명 작가들의 개인전이 열리는 아트 갤러리에 닿을 수도 있다.
아만양윤 내부에는 녹나무 숲에 둘러싸인 호수에서 고요를 만끽할 수 있다.
저녁에 아르바에서는 이탤리언 다이닝을 계절 식재료로 풀어내고, 라주(Lazhu)에서는 장시성 요리와 상하이 요리가 결합된 중식의 풍미가 입맛을 깨운다. 인루(Yinlu)에서는 자극적인 매운맛 대신 해산물 본연의 결을 오롯이 살린 광둥식 핫폿으로 속을 달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스파 하우스에서의 밤. 전 세계 아만 시설 가운데 단 네 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반야(Banya) 트리트먼트는 러시아 전통 사우나 리추얼에서 영감받은 웰니스 프로그램으로, 자작나무와 유칼립투스로 피부를 두드리고, 나무로 둘러싸인 프라이빗 배싱 스위트 안에서 몸은 뜨거운 열기에 천천히 익숙해진다. 드라이 사우나와 스팀을 오가며 근육 깊숙이 열이 스며들고, 이어지는 차가운 플런지 풀에 몸을 담그는 순간, 신체 감각은 더욱 또렷해진다. 그제야 몸소 받아들이게 된다. 쉼이 단순히 느슨해지는 상태가 아니라 몸의 리듬을 다시 깨우는 일이라는 걸.
아만양윤 객실 전경.
다음날에는 호텔 가이드를 따라 상하이 역사 지구 워킹 투어에 나서고, 해가 저물면 와이탄의 파노라마를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는 요트 디너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 모든 순간을 지나며 비로소 실감했다. 이곳에서의 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자연과 건축, 역사와 현재가 균형을 이루는 풍경에 나를 잠시 놓아두는 일이라는 것을. 진정한 쉼이란 한순간이라도 완전히 현재에 머무는 감각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Credit
- 에디터 전혜진
- 아트 디자이너 김민정
- 디지털 디자이너 민경선
- 오퍼레이터 앤서(&NSWER)
- 사진출처 AMANYANG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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