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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이 마이클 잭슨의 삶에서 취한 것과 버린 것

'마이클 잭슨'이라는 전설적 콘텐츠에 입문하고 싶다면 봐야 할, '팝의 황제' 첫 전기 영화.

프로필 by 라효진 2026.04.30

날고 기는 인물들이 즐비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유일하게 'King of Pop'이라는 수식을 공인 받은 아티스트. 누구나 그의 발 끝만 보고 정체를 알아맞힐 수 있는 뮤지션. 혈혈단신으로 음악 산업의 판도를 바꿔 버린 입지전적인 가수이자 프로듀서. 이런 말들이 마이클 잭슨에게는 과한 찬사가 아닙니다. 오히려 사실 적시죠. 다섯 살부터 아버지에게 등 떠밀려 시작한 음악으로 결국 '팝의 황제'가 되기까지, 그의 인생이 파란만장했다는 건 잘 알려져 있습니다. 뜻밖에도 마이클 잭슨의 전기 영화는 없었지만요.


영화 <마이클>

영화 <마이클>


이런 상황에서 처음으로 마이클 잭슨의 삶을 다룬 영화가 <마이클>입니다. 자신이 만든 작품에서조차 외계인으로 묘사됐던 그가 '사람'으로 등장하는 최초의 극 영화인 셈인데요. 시기로 보자면 1966년부터 1988년까지, 잭슨 파이브의 태동부터 마이클 잭슨의 정규 7집 'Bad'의 월드 투어 중반까지를 그립니다. 메이저 데뷔 후의 디스코그래피는 18년치가 담겼고요. 영화에 나올 트랙 리스트를 꼽기도 힘들 정도로 전설의 명곡들이 가득한 시기입니다.


'음악' 영화로서, <마이클>은 이 훌륭한 소스들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기는 데 성공했습니다. 프레디 머큐리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을 통째로 재현했던 <보헤미안 랩소디> 제작진은 <마이클>에서도 실제 무대의 현장감과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작품 속 마이클 잭슨 역을 맡은 건 두 명의 배우인데요. 전반부 아역인 줄리아노 크루 발디의 무대 변천사를 통해 마이클 잭슨이 어린 나이에 겪은 내면적 갈등이 설득력 있게 전달돼요. 유년기에 아버지 조셉 잭슨(콜먼 도밍고)으로부터 당한 학대는 그를 영원히 피터팬의 네버랜드에 머물게 했지만, 당시 시작한 음악이 마이클 잭슨이라는 슈퍼스타의 천재성을 일깨운 것도 사실입니다. 줄리아노 크루 발디는 마이클 잭슨의 현신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 대목의 성장을 탁월히 표현합니다.


영화 <마이클>

영화 <마이클>


마이클 잭슨의 청소년기와 성인이 된 후를 연기한 자파 잭슨도 <마이클>에서 친삼촌과의 놀라운 일치율을 보여줍니다. 영화가 음악적 재현에 초점을 맞춘 탓에 극 중에서 그의 연기력이 빛난다고 볼 순 없어요. 하지만 자파 잭슨이 작품 후반부 화상 사고를 입은 마이클 잭슨의 심적 위기를 조용히 그려내는 방식은 매우 뛰어납니다. 여기서 자라난 분노는 결국 마이클 잭슨의 완전한 독립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감정적 폭발보다 더 무서운 침묵을 이끌어내는 자파 잭슨의 표정 연기가 압권입니다.


영화 <마이클>

영화 <마이클>


다만 음악 '영화'로서 <마이클>은 기대 이하입니다. 첫 전기 영화지만 마이클 잭슨의 인간적 서사가 두드러지지는 않습니다. <마이클>에서 마이클 잭슨이 겪는 갈등은 극 중 완벽한 악당으로 나오는 조셉 잭슨과의 사이에서만 존재합니다. 이 이야기에서 마이클 잭슨은 가정 폭력의 희생자, 아버지라는 절대악 반대편의 절대선으로만 그려져요. 심지어는 조셉 잭슨 외 모든 등장인물이 그의 조력자이거나 학대 방관자인 터라 여느 동화 수준으로 선악 구도가 강화됩니다. 후크 선장 같은 아버지 등쌀에 자유를 갈망하는 피터팬 말고는 마이클 잭슨의 삶 속 유의미한 단면이 보이지 않습니다. 네버랜드에 사는 피터팬이라면 침팬지를 사들이든, 라마를 끌고 산책을 나가든 그러려니 할 수밖에요. 정작 그를 살아 있게 하는 음악은 창작의 고뇌 없이 뚝딱 만들어지고, 당연하다는 듯이 성공합니다. 줄리아노 크루 발디와 자파 잭슨이 기가 막히게 마이클 잭슨을 재현했지만 대부분이 단순 모사로 느껴지는 건 주인공마저 지나치게 평면적으로 압축됐기 때문일 거예요. <마이클>의 스토리에서 느껴지는 재미는 제작진이 만든 게 아닙니다. 차 떼고 포 떼도 드라마틱한 마이클 잭슨의 인생에서 창출되는 거죠.


그럼에도 <마이클>을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하는 단 하나의 이유를 꼽는다면 역시 '음악'입니다. '마이클 잭슨'이라는 전설적 콘텐츠에 입문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관람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자파 잭슨이 발에서 피를 흘리면서 연습했다는 화려한 퍼포먼스까지 감상하다 보면 127분의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지나가 있는 걸 깨닫게 될 지도요. 영화는 5월 13일 개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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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라효진
  •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