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카페 데미타스에 빼곡하게 자리 잡은 빈티지 그릇. 7 구스타프베리의 아담스 시리즈. 스티그 린드버그의 디자인. 8 아라비아 핀란드의 연꽃 무늬 데미타스. 9 이렇게 선명한 푸른색은 찾기 힘들단다. 아라비아 핀란드.
컬렉션이 불어났고, 창고가 좁아졌다. 물음표가 튀어나왔다. 아무리 끼니 때마다 밥을 퍼 담고 뽀득뽀득 광날 때까지 설거지해가며 쓰려던 건 아니라지만 그릇으로 탑을 쌓아 묵은지처럼 묵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부암동의 한 적산가옥 2층, 삐걱대는 계단 위의 다락방 같은 공간을 발견하자 그릇들을 풀어놓고 팔기로 했다. 그녀의 카페 ‘데미타스’에는 30~50년 전 지구 반대편에서 태어난 그릇들이 나름의 질서를 구축하고 있었다. 그 빼곡함과 정연함이라니. 아무도 없는 밤마다 그릇들이 바삭바삭 일어나 말을 하고 춤을 추며 시간의 틈새에 그들만의 세상을 열고 있는지도 몰랐다. 아라비아 핀란드의 푸른 선을 가늘게 두른 도미노 시리즈 포트, 그녀가 좋아하는 디자이너 스티그 린드버그의 프룬 무늬 데미타스. 살아낸 시간만큼 축적된 쓰임의 흔적들이 눈에 띈다. 발품 팔아 만난 소중한 인연들을 떠나보내기가 아쉬울 법도 했다. “ 인연이라는 게 사람이나 그릇이나 비슷해요. 인연이 되면 헬싱키의 세컨드핸드숍에서 샀던 걸 코펜하겐 플리마켓에서 다시 만날 수도 있죠. 북유럽에서 제일 좋았던 건 세컨드핸드숍과 플리마켓 문화예요. 헬싱키 플리마켓에 부모님 손잡고 온 아이들이 아기 때 쓰던 그릇을 판다든가, 손주가 돌아가신 할머니가 쓰시던 그릇들을 갖고 나왔다든가 하는. 내 손을 거친 이 그릇이 이제는 누구에게 가게 될지가 궁금하죠.” 오래된 그릇 각자가 제각기 다른 사연을 담아가는 것, 그렇게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들을 이어주기도 하는 것. 그게 빈티지 그릇이다. 그래서 그녀는 오늘도 북유럽 이야기와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겠다는 듯 입술 달싹이는 그릇들에 귀를 기울이며 먼지를 떨어낸다. 자신과의 추억을 한 겹 덧입은 그릇이 그 가치를 알아보는 이를 만나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가길 기다리면서.
* 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본지 4월호를 참고하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