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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유 블라지의 샤넬은 아직 공사 중?

마티유 블라지가 공사 현장에서 샤넬의 2026 가을 겨울 쇼를 발표했습니다.

프로필 by 강민지 2026.03.10
마티유 블라지가 발표한 샤넬의 2026 가을 겨울 컬렉션.

마티유 블라지가 발표한 샤넬의 2026 가을 겨울 컬렉션.

샤넬이 2026 가을 겨울 컬렉션을 통해 재건축을 발표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이 재건축 청사진을 그린 현장 감독 마티유 블라지는 파리 그랑 팔레에 오색 빛깔의 크레인을 세우고 공사 현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관객에게는 초대장과 함께 줄자 모양의 펜던트를 보냈다. 샤넬이 여전히 변화를 거치며 한창 작업 중인 하우스라는 메시지다.


이번 레노베이션의 키워드는 대비. 가브리엘 샤넬은 생전에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패션은 애벌레이면서 동시에 나비입니다. 우리는 기어 다니는 드레스도 필요하고, 날아오르는 드레스도 필요해요. 나비는 시장에 가지 않고, 애벌레는 무도회에 가지 않으니까요.” 마티유 블라지는 이 말을 샤넬이 가진 양가성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실용적이면서 환상적이고, 이성적이면서 유혹적이며, 낮에도 입지만 밤에도 걸치고 싶은 샤넬 컬렉션을 완성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치 그 모든 상황에서 샤넬이 필요하다고 속삭이는 듯이.


마티유 블라지가 발표한 샤넬의 2026 가을 겨울 컬렉션.

마티유 블라지가 발표한 샤넬의 2026 가을 겨울 컬렉션.

샤넬은 메리노 울과 실크를 혼방한 블랙 셋업 수트로 쇼의 포문을 열었다. 단정하고 절제된, 즉 낮의 옷이자 애벌레의 옷이다. 샤넬을 대표하는 색상인 베이지 카디건과 블랙 니트 스커트가 뒤를 이었다. 시계 바늘은 똑딱똑딱 가고 오후의 시간이 흐른다. 깃을 꼿꼿하게 추켜세운 재킷과 셔츠를 밖으로 빼 편안하게 스타일링한 트위드 수트, 큼직한 아우터가 등장했다.

마티유 블라지가 발표한 샤넬의 2026 가을 겨울 컬렉션.

마티유 블라지가 발표한 샤넬의 2026 가을 겨울 컬렉션.


마티유 블라지는 샤넬의 아이코닉한 아이템을 다시 재단하고 품을 넉넉하게 늘리는 방식으로 한층 현대적인 태도를 제안했다. 여전히 단정하되 기분은 분방하고, 생각은 한껏 여유로워지도록.


마티유 블라지가 발표한 샤넬의 2026 가을 겨울 컬렉션.

마티유 블라지가 발표한 샤넬의 2026 가을 겨울 컬렉션.

실루엣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엉덩이 가까이까지 내려간 허리선은 1920년대의 길고 호리호리한 재즈 시대 의복을 떠올리게 한다. 샤넬이 코르셋에서 여성을 해방시킨 시기다. 당시 샤넬은 숨이 턱 막히는 속옷일랑 당장에 집어 던지고 얼른 직선적인 옷을 입으라고 제안했다. 그리고 저지나 니트, 셔츠, 재킷 등 남성복 요소를 여성복에 적극 들여왔다. 마티유 블라지는 이 아이템들을 새로운 비율로 손보고 신선한 프린트를 입혀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마티유 블라지가 발표한 샤넬의 2026 가을 겨울 컬렉션.

마티유 블라지가 발표한 샤넬의 2026 가을 겨울 컬렉션.

시간은 결코 뒤로 흐르는 법이 없다. 런웨이 위에서도 시간은 빠르게 밤으로 향했다. 애벌레는 나비로 진화한다. 트위드 수트는 곤충의 등처럼 금속빛으로 반짝였다. 드레스는 꽃잎처럼 하늘하늘하게 퍼졌다. 스커트는 마치 나비가 날갯짓을 하듯 얇고 가볍게 흔들렸다. 물처럼 흐르는 듯한 실크와 레이스를 사용한 룩도 쇼의 후반부를 채웠다. 질감의 대비가 퍽 인상적이었다. 찰랑거리는 자개 스팽글, 견고하고 단단한 트위드, 여유로운 실크가 맞물려 현실적인 셋업 수트와 꿈같은 드레스를 완성했다.

마티유 블라지가 발표한 샤넬의 2026 가을 겨울 컬렉션.

마티유 블라지가 발표한 샤넬의 2026 가을 겨울 컬렉션.


샤넬은 아이코닉 블랙 드레스로 쇼를 갈무리했다. 가브리엘 샤넬을 향한 마티유 블라지의 헌사다. 시냇물처럼 매끄럽게 흘러내리는 저지 소재로 완성한 이 드레스는 앞에서 보면 그저 심플하다. 그러나 낮과 밤이 다른 풍경을 보여주듯 모델이 몸을 돌려 등을 보이자 깊게 파인 백리스 디자인과 태연자약하게 피어난 카멜리아 한 송이가 드러났다.


마티유 블라지가 발표한 샤넬의 2026 가을 겨울 컬렉션.

마티유 블라지가 발표한 샤넬의 2026 가을 겨울 컬렉션.

샤넬의 공사장은 혁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막 형태를 갖춰가는 순간의 긴장과 가능성을 품은 공기로 팽팽했다. 낮과 밤 사이, 실용과 환상 사이, 애벌레와 나비 사이를 오가며 모호하고도 유연한 중간지대를 탐험하면서. 블라지는 그 공사장에서 새로운 골격을 세워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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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사진 샤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