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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일상이 된 시대, 왜 다시 한국 전통 차를 찾을까

차나무가 자란 땅의 시간과 만드는 이의 철학, 마시는 이의 마음이 이뤄내는 예술. 미처 알지 못했던 한국 차의 세계를 두 개의 시선으로 들여다봤다.

프로필 by 이경진 2026.02.21

로해

김시습의 시집 <매월당집>을 통해 차를 정신과 영감의 원천으로 삼는 티 하우스이자 차문화연구소. 로해 김동현 대표에게 차는 자신을 비워내는 ‘망형’의 실천이다.

매월당 김시습 선생의 18대 손으로 알려져 있다. 티 하우스 이름인 ‘로해’는 조부께서 주신 호라고. 선조의 500년 전 차 생활이 기록된 시집 <매월당집>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시가 있다면

‘작설’에 관한 시를 가장 좋아한다. 매월당이 어떤 형태의 차를 어떻게 마셨는지 정확히 추측할 수 있는 시다. 찻잎의 어린 순을 그저 작은 잎이라 부르는 대신 ‘참새의 혀’에 비유해 ‘작설’이라 하는데, 이처럼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가 담긴 차 생활에 관한 시가 73수 가량 기록돼 있다. 로해의 첫 전시 주제도 작설이었다. 일제강점기 이후 ‘녹차’라는 이름에 가려졌던 ‘작설’이라는 고유 명칭을 다시 꺼내 전시를 열었다. 로해는 김시습 선생부터 조선 후기까지 이어져 온 전통 방식의 차 생활을 관람자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김시습 선생이 과거 초가에서 차를 즐기던 장면으로 자주 떠올리는 것이 있다면

매월당은 초가의 흙바닥을 파내고 그 안에 숯을 넣어 물을 끓였다. 이때 솔방울을 숯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로해에 재현하고 싶었던 장면이지만 현실적인 제약으로 접은 부분이다. 대신 우리는 김시습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았다. 김시습 선생이 머물렀던 곳을 답사하니 기단석조차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선생께서는 이미 그 시절에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의 철학을 몸소 실천하며, 본인이 떠난 자리에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던 것 같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뜻을 이어 로해도 자연의 일부를 가져와 짓고 싶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고 그대로 두었을 때, 얼마든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재료와 요소로 채워지길 바랐다.


입구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흙벽은 3년간 숙성한 흙으로 지었다고. 연구원에게서 살아 숨쉬는 벽이라 실제로 갑작스럽게 버섯이 피어났던 에피소드도 들었다

3년간 숙성한 흙으로, 인공 접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벽이다. 접착제 대신 흙 속의 풀이 자라나며 뻗은 뿌리가 흙 알갱이를 단단히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 흙을 선택하기 위해 전국 23개 지역의 토양을 채취했고, 동네 어르신들을 찾아 전통적인 흙벽 축조 방식을 여쭸다. 조사해 보니 지역마다 사용하는 흙의 종류와 숙성 방법, 천연 접착 재료가 달랐다. 로해에 적용된 방식은 경상북도 지역의 지혜다. 경북 지역에서는 주로 황마를 말아 사용했고, 울진 같은 해안가 지역에서는 다시마 풀을 섞어서 쓴다. 이런 전통 방식을 현대 공간에 맞게 적용했다.


서울 삼성동의 조용한 골목, 질박한 초가를 모티프로 한 티 하우스 겸 차문화연구소 ‘로해’가 있다.

서울 삼성동의 조용한 골목, 질박한 초가를 모티프로 한 티 하우스 겸 차문화연구소 ‘로해’가 있다.

갓 문을 연 로해는 ‘아는 사람만 가는’ 비밀스러운 공간 같았다. 지금도 일주일에 3일만 문을 열고 예약제로 운영된다. 로해의 운영 철학은

로해의 주 업무는 한국적인 가치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문화 컨설팅과 연구다. 연중 약 2회 정도 전시를 준비하며, 우리 연구 결과를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동시대 언어로 풀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처음에는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 지인들만 초대했으나 로해가 가지고 있는 자료와 연구 결과물을 공유해 달라는 요청에 힘입어 대중에게 문을 열게 됐다. 처음엔 일주일에 이틀, 하루 2시간만 열었다가, 줄 서서 기다려주는 분들 덕에 현재 주 3일 운영으로 확대했다. 가끔 메뉴의 다양성이나 가격에 대해 일반 카페의 잣대로 불편함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지만, 로해가 단순한 찻집이 아닌, 전통 현대화를 실험하는 연구소이자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을 지켜 나가려 한다.


하동에서 직접 작설차를 만들고 있다. 작설의 정체성을 복구해 어떤 의미를 찾고 싶었나

그동안 ‘작설’의 원형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매월당처럼 차나무를 키우는 것부터 차를 내리는 과정까지 몸소 실천한 분들이 즐긴 차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고민했고, 그분들이 마셨던 차가 우리가 찾는 원형이 아닐까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 가치를 이 공간에 가져오고 싶었고, 방문자가 ‘한국의 작설이란 이런 것’이라고 체감할 수 있길 바랐다.


누군가 한국의 차에 관해 물으면 답하기 어렵다. 결국 한국 차란 무엇일까? 일본이 철저히 규격화해 말차와 다도를 전 세계에 선의 미학으로 수출하고, 중국이 보이차와 6대 다류라는 시스템을 통해 차를 골동품이나 미식 영역으로 올려놓았다면 한국의 차는 그 사이에서 어떻게 머물러왔을까

일본은 말차를 중심으로 ‘우마미(감칠맛)’에 집중하고, 중국은 화려한 향과 지역적 다양성을 강조한다. 반면 우리는 어떤 길을 걸어왔는가에 대한 고민이 컸다. 조사 결과, 선조들은 찻잎을 짓이겨 떡처럼 뭉쳐 만드는 ‘병차(떡차)’ 전통을 꾸준히 이어왔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간찰(편지)’ 진본을 전시한 적 있다. 차 연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료다. 이 기록에 찻잎을 짓이겨 떡처럼 만들고, 샘물을 길어 반죽해서 아주 작고 동그랗게 뭉쳐 차를 만들었다는 가공법이 상세하게 적혀 있는데, 이는 1750년대 부안 현감이 차를 만들던 방식과 일맥상통한다. 본래 중국 당·송 시대의 방식이었으나 명나라 초대 황제 주원장이 공력 낭비를 줄이기 위해 병차 제조를 금지하면서 중국은 잎차 중심의 문화로 바뀌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고려를 거쳐 조선 후기까지도 이 떡차의 맥을 유지해 왔다. 일제강점기의 기록에도 ‘중국(당)에서 사라진 병차가 조선반도에 이어지고 있다’는 내용이 남아 있다. 로해는 청태전 등의 떡차를 현대적인 아이콘으로 가져와 훨씬 부드럽게 차 맛을 즐길 수 있도록 재현하고 있다.


떡차(병차)라는 원형, 이 투박한 형태에 담긴 한국 차의 핵심은

떡차는 끓였을 때 보리차처럼 부드럽고 편안한 맛을 낸다. 물에 넣고 팔팔 끓이면 그만이다. 편안함과 자연스러움. 이것이야말로 한국 차가 가진 최고의 강점이다.


소나무 껍질의 질감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유리 다과 접시처럼,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MD 상품 역시 개발하고 있다

단순히 옛것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든 차를 이곳에서 온전히 마셔보며 경험할 수 있도록 로해를 설계했다. 어려운 전문 용어를 나열하는 전시보다 예쁜 기물을 통해 선조들의 미학을 자연스럽게 흡수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 목표다. 차에 관해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이들은 이미 많다. 우리는 더 많은 사람이 차의 가치를 알고 실제로 소비함으로써 차 문화가 다시 일상으로 들어오기를 바란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귀한 유물을 ‘보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그것이 대중에게 너무 비싸게 느껴지거나 그저 옛날 것이라는 거리감을 주지 않나. 예부터 이어온 문화가 단지 박제되고 대중과 격리되는 현상은 아쉽다. 차를 이 시대 사람들의 생활에서 살아 숨 쉬는 문화로 만들고 싶다.


숯에 불을 피우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40분. 로해는 이 화로에 천천히 물을 끓여 차를 우린다.

숯에 불을 피우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40분. 로해는 이 화로에 천천히 물을 끓여 차를 우린다.

로해의 선물용 패키지나 포장에도 남다른 정성이 느껴진다

기록에 따르면 김시습 선생이 서거정 선생에게 차를 보낼 때, 흰 종이에 정성껏 싸서 붉은 띠를 두르고 용과 뱀 같은 글씨 몇 자를 적어 보냈다고 한다. 차를 받는 이가 그 정성에 감복해 “나도 신선이 된 것 같다”고 느낄 정도다. 우리가 차를 포장하고 제안하는 모든 과정에는 이런 정신이 담겨 있다. 손님이 차를 구매할 때 단순히 ‘맛있는 차를 샀다’는 만족을 넘어 ‘이토록 귀한 정성을 대접받았다’는 여유와 위로를 느끼면 좋겠다. 그것이 로해가 존재하는 궁극적인 이유다. 차는 결국 정신의 일이고 한국 차의 본질은 ‘망형(忘形)’이니까.


로해가 정의하는 ‘망형’이란

매월당의 생각이 그러했듯, 차는 단순히 목을 축이는 음료가 아니라 더 높은 정신 세계와 여유로 우리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다. 망형이란 ‘형태를 잊는다’는 뜻. 물의 온도나 도구의 화려함 같은 형식에 매몰되면 정작 차가 주는 진정한 위로와 본질을 놓치기 쉽다. 일본에선 센노 리큐 같은 성인이 나타나 차 문화의 격을 높였으나, 때로는 그것이 귀족의 사치 놀이로 변질되기도 했다. 로해는 이런 형식에 빠지지 않으려 한다. 아름다움은 갖추되, 차를 통해 마음을 비우고 세속 밖의 여유를 찾는 본질을 전달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인위적인 절제보다 질박하고 검소한 삶을 지향했던 한국의 차 생활이 과잉 시대를 사는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역사적으로 차 문화는 사회·경제적 풍요를 넘어 정신적 성숙이 극치에 달했을 때 비로소 꽃을 피웠다. 한국 사회는 어느 때보다 정보와 물질이 넘쳐나지만, 정신적인 면에서는 고려시대나 조선 중∙후기 학자들의 경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차가 그 간극을 메워줄 훌륭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조들이 도달한 정신적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는 역할, 그것이 로해가 차를 통해 행하고 싶은 본질이다.



하운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인테그'의 조윤경∙ 송승원 공동대표가 론칭한 한국 차 브랜드. 건축과 공간을 디자인하던 이들이 ‘차의 시간’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하운은 어떤 차를 선보이는 브랜드인가

일상적인 명상을 위한 한국 차를 소개한다. 한국 차나무의 진정성과 이로움을 생각하며 그것을 존중하는 제다 방식으로 만들어진 한국 차를 통해, 일상 회복의 시간을 갖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주는 차를 만들고 싶었다.


실제로 오랫동안 차 생활을 즐겨왔다고. 차 생활을 통해 삶이 변화된 부분은

어느 날부터 자기 전 또는 새벽에 일어나 차를 우리고 마시는 습관이 생겼다. 이른 아침, 홀로 나름의 다례 의식으로 우린 차를 마시다 보면 몸과 마음이 안정되면서 묘한 활력이 생긴다. 차를 마심으로써 시공간과 모든 감각이 깨어나 오롯이 나에게 집중되는 경험. 이것이 명상이라는 걸 깨달았다.


긴 세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고 자연 상태로 건강하게 자란 하동의 야생 차나무.

긴 세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고 자연 상태로 건강하게 자란 하동의 야생 차나무.

공간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한국 차 브랜드를 준비하게 된 사연은

공간을 설계하며 늘 사람들의 사는 방식에 호기심을 가져왔다. 그러다 현대인의 삶에서 가장 결핍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고, 그 답을 차에서 찾았다. 차에 빠져들다 보니 점점 더 좋은 차를 찾게 됐는데, 주변의 추천을 받아 보면 대부분 일본 차와 중국 차였다. 자연스럽게 한국 차에 대한 호기심과 의문이 생겨 공부하기 시작했고, 한국 차나무의 진정성 그리고 차 문화가 가진 미감과 매력에 매료됐다.


‘명경지수’와 ‘천진난만’ 등의 이름을 붙은 시리즈에 어떤 의미를 담았나

‘명경지수’는 ‘맑은 거울과 조용한 물’이라는 뜻으로 티 없이 맑고 고요한 마음을, ‘천진난만’은 ‘하늘이 부여한 대로 참됨이 빛을 발하며 넘친다’는 뜻으로 조금의 꾸밈없이 아주 순진하고 참됨을 의미한다. 어린아이처럼 때묻지 않은 순수함, 순백의 빛에서 경험하는 깨달음에 대한 가치를 말하고 싶었다. 명경지수와 천진난만은 모두 한국인들이 오랜 세월 품고 있는 심상적인 특징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각자의 일상을 위해 다시 도달해야 하는 마음의 상태라고 생각했다.


하동의 200년 된 야생 차나무에서 채엽한 찻잎을 베이스로 한다. 야생 차나무가 가진 거칠고 순수한 생명력을 베이스로 한 8가지 맛을 브랜드 언어로 바꾸는 작업을 통해 알게 된 한국 야생차의 강점은

한국의 야생 차나무는 수 백 년간 인위적인 손길 없이 자연 상태로 자라며 땅속 깊이 수직으로 뿌리를 내린다. 덕분에 토양의 순수한 성분을 자연스럽게 흡수한다고. 차나무는 사람의 손을 타는 순간부터 뿌리의 성장 방식이 달라져 깊은 토양의 유익한 성분을 흡수하지 못한다고 한다. 균질하지 않지만 매해 미묘하게 달라지는 맛, 바로 한국 야생 차만의 독보적인 힘이자 생명력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차가 차광 재배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감칠맛을 내고, 중국 차가 고산지대 특유의 화려한 향미를 뽐낸다면, 한국 차는 우려낼수록 미묘하게 풍성해지는 향기로운 맛이 특징이다. 자연 상태의 야생 차나무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떫은맛을 만드는 성분이 상대적으로 적다. 차는 원래 떫다는 선입견을 깰 만큼 투명하고 향기롭다.


생강, 우엉 등 뿌리 재료를 비롯해 원재료의 향미를 살려 찻잎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만드는 ‘병배차’를 중심으로 선보이는 이유는

한국의 제다 방식은 찻잎의 자연스러움을 존중하는 것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일본식 차광 재배와 같은 인위적인 단계는 지양한다. 유럽식의 인공적인 가향을 하지 않으면서 찻잎이 가진 고유의 향미를 잘 드러내기 위한 방법으로 병배의 방식을 거친다. 하운의 차 또한 찻잎에 향을 입히는 가향이 아닌 원재료 특유의 향미를 살려 최고의 합을 이끌어내는 레이어드, 즉 병배 방식으로 블렌딩하고 있다. ‘명경지수’ 시리즈는 한국 차의 정수인 발효차와 녹차를 기본적으로 전개하며, 조금 생소할 수 있는 백차를 한국 꽃들과 병배한 ‘경’차 그리고 외국인에게도 접근성이 용이하도록 ‘한국식 얼 그레이’를 만들고자 했던 ‘수’ 차까지. 전통 다례를 하는 이들부터 한국 차에 호기심을 품은 외국인에 이르기까지 타깃은 넓다.


최고급 시그너처 라인 ‘명(Myung)’ 차에는 엄선된 다인과 다원의 독창적인 제다법과 섬세한 손맛을 담는 것이 목표라고. 2025년에는 화엄사 구충암 주지 덕제 스님과 함께했다

처음 덕제 스님을 뵙고 오랫동안 마주앉아 차담을 할 때, 스님께서 “차를 즐기는 사람은 얼굴 빛만 봐도 알 수 있다”고 하셨다. 자연환경 속에서 인간이 주는 스트레스(잦은 채엽과 차광, 비료 등)를 전혀 받지 않은 야생 차나무는 ‘테아닌’이라는 성분을 만들어내지 않기 때문에 떫지 않다고 하셨다. 정말 스님의 차는 떫은맛이 전혀 없고 찻잎의 향기로움이 투명하게 느껴졌다. 스님을 만난 이후 매일 아침 차를 찾았고 깊이 매료됐다. 명차의 수색은 말 그대로 노을의 은은하고 따뜻한 빛깔이다. 강하지 않은 향이 무겁게 스며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은은한 첫 맛으로 시작해 우려낼수록 맛이 미묘하게 달라지는데, 손님이 방문했을 때 명차를 내어드리면 방 안에 들어설 때부터 공간 가득 풍기는 명차의 향기에 모두 감명받는다.


한국 차는 모호하거나, 일상과 거리가 멀거나, 어렵다는 편견이 있다. 하운이 제안하는 차와 차 생활은 이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평소 차에 대해 관심 없는 주변 지인들로부터 차에 대한 환상 또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지만 어렵고 거추장스러운 과정이 많아 시작하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나도 처음부터 개완이나 다관을 갖추고 앉아 우려내는 일을 반복했다. 차 맛의 변화를 오롯이 느끼는 시간을 갖게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국은 차실 문화라기보다 ‘찻자리 문화’라고 한다. 공간과 과정에 특정한 규정이 돼 있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찻잔에 티백을 넣어 차가 우러나는 시간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차 시간, 찻자리가 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떤 이는 그 시간 자체로 명상적인 경험을 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다양한 차 도구를 경험하며 나만의 다례 의식을 갖는 일상으로 다가가게 될 것이다. 한국의 차 문화는 약 2000년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해왔다. 희미해졌던 우리 차 문화를 현대적인 형태로, 많은 사람이 어렵지 않게 즐기며 일상의 의식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이어가고 싶다.


공간 디자이너로서 제안하고 싶은 현대 한국 다실의 모습이 있다면

과거의 다실이 폐쇄적이고 통제된 공간이었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공간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놓인 머무름의 장면이다. 과시하지 않고 조용히 감각을 열어 두는 곳. 차실 문화라는 딱딱한 규정보다 내가 좋아하는 찻잔에 차를 우리는 시간, 그대로 훌륭한 찻자리가 될 수 있다.


하운이라는 이름에 담긴 노을과 구름, 즉 비물질적 자연의 풍경과 브랜드 철학은 어떻게 맞닿아 있나

노을빛을 품은 구름은 손에 잡히지 않지만, 분명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차 시간과 찻자리도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넘어 그 자체의 분위기와 기분으로 감각하고 여운을 통해 하루를 좀 더 활기차게 시작하거나 마무리할 수 있게 해준다. 하운이 추구하는 차 시간은 문화와 미감의 영역에 자리한다. 그러한 태도와 정신을 이름에 담고 싶었다.


하운은 인위적인 단계를 지양하고 찻잎이 가진 고유의 향미를 드러내기 위해 다양한 재료를 찻잎과 블렌딩한 병배차를 선보인다.

하운은 인위적인 단계를 지양하고 찻잎이 가진 고유의 향미를 드러내기 위해 다양한 재료를 찻잎과 블렌딩한 병배차를 선보인다.

하운이 꿈꾸는 10년 후는

‘전통’ 혹은 ‘한국’이라는 수식어에 갇히지 않고, 우리만의 ‘한국다움’을 담은 현대적인 차 문화를 전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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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이경진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