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음악 애호가의 미니멀 하우스

일상의 모든 순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가장 우리다운' 공간.

프로필 by 권아름 2025.12.12
다락에 마련된 초등학생 딸의 침실. 위층에서 내려다보이는 나선형 계단이 공간에 경쾌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다락에 마련된 초등학생 딸의 침실. 위층에서 내려다보이는 나선형 계단이 공간에 경쾌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아이들의 방마다 개별 화장실을 구성해 프라이버시를 높였다. 고등학생 아들의 욕실은 블루 톤의 마이크로 시멘트로 마감했다.

아이들의 방마다 개별 화장실을 구성해 프라이버시를 높였다. 고등학생 아들의 욕실은 블루 톤의 마이크로 시멘트로 마감했다.



누구나 한 번쯤 꿈꿔 보는 내 집 짓기. 하지만 그 꿈을 실현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적절한 땅을 고르고, 삶의 패턴에 맞는 공간을 설계하고, 취향에 따라 작은 자재 하나까지 고민해야 하는 과정은 끝없는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다. 결국 집을 짓는다는 건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일이다. 여기 그 질문에 오랜 시간 성실히 답하며 자신들의 집을 완성한 부부가 있다. 경기도 용인의 99평 대지에 자리한 한은미 · 최준석 부부의 단독주택은 결혼 16년 차 부부가 오랜 시간 품어온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두 사람은 5년 동안 땅을 찾아다녔다. 두 아이의 학교 위치와 남편의 직장 거리, 생활 인프라까지 꼼꼼히 따지며 최적의 입지를 탐색했다. 아내 한은미는 어릴 적부터 주택에서 자라 자연과 땅에 대한 애정이 깊었고, 남편 최준석은 토목 분야에서 일하며 구조와 설계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었다. 결혼 후 자연스럽게 단독주택을 염두에 뒀던 이들에게 집 짓기는 물리적 공간이 아닌, 가족의 삶을 담는 그릇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원하는 부지를 찾은 후에도 건폐율 계산 등 복잡한 법적 절차와 행정적 제약이 뒤따랐다. 그 가운데 가장 큰 고민은 어떤 사람들과 함께 집을 지을 것인가 하는 거였다. 보통 건축과 인테리어를 한 업체에 맡기지만, 부부는 자신들의 생활 방식과 미감을 정밀하게 반영하기 위해 이를 구분해 진행했다. 여러 시공 업체와 인테리어 스튜디오를 접하며 경제적 · 심리적 어려움도 겪었지만 결국 건축은 전문 업체와 협업해 구조를 완성했고, 인테리어 스튜디오는 수많은 리서치와 비교 끝에 ‘플립’을 선택했다. 단순히 실력으로 결정한 게 아니라 끝까지 함께 갈 수 있을 사람인가를 고민한 선택이었다. 실제로 집이 지어지는 3년 동안 부부는 현장 인근에 머물며 매일 공정을 지켜봤다. 그만큼 이 집은 부부에게 소중하고 집중해야 할 대상이었던 것이다. 남편이 CAD 프로그램으로 직접 가족의 라이프스타일과 기능, 효율성에 집중한 구조를 설계했다. 음악을 전공한 아내의 방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놓였고, 계단 아래 자투리 공간엔 남편을 위한 작은 운동 공간을 마련됐다. 부부의 침실은 욕실과 드레스 룸이 일직선으로 연결돼 동선의 효율을 높였고, 거실과 다이닝 룸과 주방은 하나로 연결된 오픈 구조로 개방감을 줬다.


아이들 공용 거실에서 각자의 방으로 이어지는 계단. 벽과 천장을 동일한 소재로 마감해 지하 공간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히든 도어를 활용해 벽면과 일체감 있게 설계함으로써 시선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았다. 블랙 컬러로 마감한 게스트 욕실은 전체 공간에 강렬한 대비를 주며, 천장형 매립 수전이 간결한 조형미를 더한다. 외관 일부에는 나무 패널로 포인트를 줘 주변 정원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아일랜드 주방과 나란히 설치된 가구형 벽체 뒤로는 세컨드 주방과 세탁실을 숨겨 기능성과 미감을 만족시켰다. 이 집의 인상적인 요소 중 하나는 공간이 지닌 독특한 입체감. 경사진 대지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현관에서 몇 계단을 내려서야 비로소 본격적인 실내가 펼쳐지도록 구성했다. 주요 공간은 지하에 있는데, 높은 아치형 천장과 너른 중정 그리고 그 안에 자리한 나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혀 다른 세계로 들어서는 느낌이 드는 공간이다. 이 같은 공간 구성은 플립 박지은 팀장의 감각을 통해 완성도를 높였다. “구조적으로 구획이 명확한 공간이라 공간 흐름과 재료 연결성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것이 핵심 과제였어요.” 박지은은 벽과 가구, 문을 명확히 구분하기보다 히든 도어와 연속된 수납 구조를 활용해 경계를 흐리듯 이어주었고, 다양한 마감재의 질감과 명도를 세심하게 조율해 시선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유도했다. 벽과 천장은 유럽식 수작업 페인팅으로 마감했고, 바닥은 포셀린 타일을 수직과 수평으로 깔끔하게 정돈했다. 주방 중앙에는 천연 대리석으로 만든 아일랜드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주변은 따뜻한 무늬목으로 감싸 부드럽게 연결되도록 했다. 소재가 바뀌는 지점마다 질감과 톤의 차이를 주되, 공간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설계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미니멀한 미감이 흐르는 공간에는 부부의 치밀한 계획이 숨어 있었다. “처음부터 미니멀 라이프와 젠 스타일을 고수했어요. 설계부터 인테리어까지 모두 그 철학 안에서 일관되게 진행했죠.” 아내 한은미는 말한다. 실제로 부부는 엑셀 파일로 원하는 공간별 분위기와 소재 샘플, 그 밖의 참고 이미지 등 방대한 양의 자료를 정리해 디자인 팀에 전달했다. 디자이너 입장에서도 건축주의 구체적이고 명확한 요구가 있었기에 감도 높은 결과물을 도출하기 수월했다고. 일상을 음악과 함께하는 부부의 라이프스타일도 공간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메인 공간에는 매립 스피커를 탑재해 부부의 하루에 음악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설계했고, 트림리스 방식의 조명을 적용해 천장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메인 공간에는 매립 스피커를 탑재해 부부의 하루에 음악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설계했고, 트림리스 방식의 조명을 적용해 천장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중정을 향해 열리는 아치형 창이 천장의 구조미를 강조하고, 선형 조명이 입체감을 준다.

중정을 향해 열리는 아치형 창이 천장의 구조미를 강조하고, 선형 조명이 입체감을 준다.

주요 공간 천장에는 오디오 시스템과 연동된 매립형 스피커가 설치돼 있어 집 안 어디서든 음악이 자연스럽게 흐른다. 소리와 공간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삶의 리듬이 보다 섬세하게 완성될 수 있었다. 집 짓기 전반에 걸쳐 드러난 부부의 철저한 계획성, 디자인 팀과의 깊은 신뢰는 결국 균형 잡힌 공간을 이끌어냈다. 지하 공간이 차분하고 점잖은 분위기라면, 1층은 그에 비해 생기가 감돈다. 두 층의 벽과 천장에 같은 마감재를 사용해 연결감을 유지하되, 1층에는 컬러로 포인트를 더했다. 1층은 오직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초등학생 딸과 고등학생 아들을 위한 공용 거실과 각자의 방, 욕실, 정원이 마련돼 있다. 각 방에는 가족들의 취향을 고려해 핑크와 블루 컬러를 적절히 매치했고, 높은 층고를 활용해 직선 계단과 나선형 계단이 딸린 다락 공간을 구성해 독립성과 공간의 재미를 더했다. 누군가에게 행복은 멋진 차일 수도 있고, 자유로운 여행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부부에게 행복의 중심은 언제나 ‘집’이었다. “예전엔 여행 숙소를 찾느라 늘 신경 썼는데, 지금은 우리 집이 가장 좋은 숙소예요”라고 말하는 부부는 다이닝 테이블에 앉아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여유, 정원을 손질하며 보내는 시간, 음악 속에서 가족과 나누는 대화가 이 집에서 누리는 진정한 호사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불편함도 있다. 아파트처럼 관리가 용이한 구조는 아니기에 외부 청소나 조경 관리에 손이 많이 간다. 하지만 그런 수고마저 기꺼이 감내할 수 있을 만큼 이 집에 대한 만족도가 크다. 그리고 부부는 20년 후 또 한 번 집을 짓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분명 집을 짓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삶의 철학과 취향, 일상의 리듬을 고스란히 담아낸 집은 그 자체로 살아가는 방식을 이야기하는 풍경이 된다. 한은미 · 최준석 부부의 집은 하나의 자립적인 세계이며, 동시에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가?

Credit

  • 에디터 권아름
  • 사진가 맹민화
  • 아트 디자이너 김강아
  • 디지털 디자이너 김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