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웨이브투어스의 세 멤버가 밝힌 세 가지 정체성
잔잔한 울림 속에 낭만과 사랑, 평화를 녹여내는 웨이브투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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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파동을 보낸다는 ‘Wave to earth’. 첫 정규 앨범 <0.1 Flaws and All.>은 결함을 인정할 때 비로소 완전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메시지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다니엘 우리 곡을 분류하다 보니 굉장히 밝은 면만 담긴 곡이 있는 반면, 아주 어두운 면만 담긴 곡도 있더라고요. 완벽하게 나뉘었죠. 그 명암처럼 인간은 결함이 있지만 그걸 보완하는 좋은 점도 많다는 걸 느꼈어요. 무엇보다 그 결함을 인정하면 삶이 편해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규가 입은 퍼 베스트와 티셔츠는 모두 Lecyto. 액세서리는 Numbering. 선글라스는 Gentle Monster. 팬츠와 슈즈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다니엘이 입은 퍼 재킷은 John Varvatos. 선글라스는 Ray-Ban. 액세서리는 Numbering. 이너 웨어 톱과 팬츠, 슈즈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순종이 입은 레더 재킷은 Camphor wood. 스커트는 Lecyto. 팬츠와 액세서리, 슈즈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아이웨어는 아티스트 소장품.
과거의 밴드들이 사회적 메시지나 저항의 상징이었다면, 동시대 밴드들은 감정과 일상의 서정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웨이브투어스는 이런 흐름에서 자신들을 어떤 위치에 두고 있습니까
동규 확실한 건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니엘 저항보다 우리가 전할 수 있는 좋은 메시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반항적인 성향도 아니거든요(웃음). ‘셀프 러브’가 부족한 시대이고, 보여지는 것에 시선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내면에 집중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많이 담은 것 같아요. 조금 더 좋은 메시지, 인간이 행복할 수 있는 말을 전하는 게 더 즐겁습니다.
우리의 정체성은
다니엘 첫 번째는 ‘올 셀프 메이드(All Self-made)’. 장비가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소박한 마이크 하나와 인터페이스로 어디까지 좋은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싸워보는 게 중요하거든요. 두 번째는 우리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모르게 들리는 곡을 만들자. 카페나 공간에서 흘러나와도 자연스러운 곡을 만드는 게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성이에요. 세 번째, 우리는 해외로 나아가야 한다. 이 세 가지 목표로 웨이브투어스를 시작했어요.
다니엘이 입은 셔츠와 슈즈는 모두 Cos. 터틀넥 톱은 Paul Smith. 스커트는 Lecyto. 액세서리는 Numbering.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어느 나라 사람인지 모르게 들리는 소리는 정확히 어떤 겁니까
다니엘 너무나 한국적인 느낌을 빼 보려고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한국의 맛이 분명 있거든요. 그 소리에서 탈피해 보고 싶습니다.
세 사람이 꿈을 키우던 시기에 동경했던 아티스트는
동규 2006년 LA에서 공연했던 ‘존 메이어’ 라이브 영상을 좋아합니다. 그때 만들어진 소리는 언제 들어도 항상 다른 종류의 충격을 안겨주는 것 같아요. 늘 공부가 되고, 좋은 영향을 받습니다. 존 메이어의 영향력도 크지만, 그 옆에서 악기 하나하나를 맡고 있는 분들의 힘이 크거든요. 제게 큰 영감을 준 분들입니다.
다니엘 순종이가 합류할 때쯤 순종이 덕분에 들었던 모타운이나 R&B 장르가 충격적이었어요. 특히 ‘마빈 게이’나 ‘디 안젤로’의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순종 저는 반대로 이 친구들을 만나면서 생소한 곡을 많이 듣게 됐거든요. 개인적으로 진입 장벽이 조금 높은 것 같지만 도움이 많이 된 ‘마일드 하이 클럽’ ‘언노운 모탈 오케스트라’ 등. 되게 모호한 색채라고 해야 할까요? 웅얼거리는 느낌의 음악을 난생처음 들었는데 충격이었고, 지금도 즐겨 듣습니다.
순종이 입은 셔츠는 Cos. 팬츠와 베스트, 슈즈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동경하는 아티스트의 감각을 구현해 내려던 순간도 있었나요
다니엘 존경하는 아티스트처럼 되고 싶으니까 그랬던 순간도 분명 있죠. 그들이 녹음을 어떻게 했는지 탐구하고, 그들이라면 이 소리를 어떻게 구현했을까 상상해 보기도 하고요. 결국 우리가 밴드로서 장점과 정체성을 모아보니 이 사람처럼 되고 싶다기보다 ‘우리는 뭐가 될까’에 더 집중했던 것 같아요. 이 사람들도 이런 곡을 만들었는데, 우리는 과연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를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작곡부터 편곡, 녹음, 믹싱, 마스터링까지 직접 하는 ‘올 셀프 메이드’ 방식이 웨이브투어스 정체성의 한 축인데, 어떤 장단점이 있습니까
순종 장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는 형식이라 음악이 빨리 나와야 하는 요즘 방식에서 오는 압박감이나 부담이 단점이지만요. 음악에 대한 결정권이 있다는 사실이 아주 큰 장점이자 우리의 ‘오리지널리티’를 견고하게 해줍니다.
다니엘 직접 다 하면 질적인 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분명 많지만, 어찌 보면 그렇기 때문에 만들어진 감성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연차가 쌓이면서 질이 점점 좋아지고, 음악적으로도 능숙해지고, 멤버들의 연주 실력이 느는 게 명확히 보이거든요. 그런 성장 과정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게 올 셀프 메이드 방식의 장점이죠.
동규가 입은 카디건은 Allsaints. 이너 웨어 톱과 팬츠는 모두 Loewe. 슈즈와 모자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가장 순조로웠던 곡과 험난했던 곡은
다니엘 ‘Daisy’에 일화가 있습니다. 처음에 순종이가 느린 템포 R&B의 곡을 줬어요. 순종이가 준 곡이니 어떻게든 완성하고 싶어 1년 동안 고민했는데, 결국 완전히 다른 코드의 곡으로 바뀌었어요. 원형이 아예 남아 있지 않은 수준까지 갔던 곡이라 저에게는 굉장히 어려웠지만 이런 일화 덕분에 즐겁게 만든 곡이기도 합니다.
동규 각자가 원하는 바가 있고 임무처럼 수행했을 때 확실히 실력이 늘어요.
순종 개인적으로 험난했던 곡을 꼽자면 ‘사랑으로’예요. 그 곡을 녹음할 때 몸살감기가 심하게 걸려 정말 아팠거든요. 추운 새벽에 오토바이를 타고 집에 가서 걸린 거라.
다니엘 그게 낭만이지. 녹음이 험난했던 곡은 ‘So real’. 드럼 연주 구간에서 동규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녹음했어요. 되게 어려운 구간이거든요. 반대로 수월했던 곡은 ‘Akira’. 이 곡은 우연을 담은 곡이에요. 각 잡고 만든 게 아니라, 우연하고 자연스러운 소리가 담기길 원했을 때 만들었거든요. 동규가 드럼에 앉았고, 테스트 녹음을 시작했는데 그 녹음을 그대로 썼습니다.
2023년 북미 투어를 진행한 모든 도시의 공연이 매진됐는데요. 해외 팬과의 만남이나 무대에서 느낀 점 중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순종 그때가 첫 미국 투어인데 전석이 매진됐고, 추가적으로 공연을 더 열었다는 게 기적 같았어요. 첫 투어 도시인 버클리에 갔을 때 우리도 가보지 못했던 곳에 사는 사람들이 우리 노래를 다 안다는 게 너무 충격이었어요.
다니엘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BGM으로 우리 앨범의 ‘인스트’ 곡들을 틀어놨는데 이미 ‘떼창’을 하고 있더라고요. 대기실 바닥이 흔들릴 정도로요. 우린 너무 놀랐고, 꿈이 이뤄지고 있다는 걸 제대로 실감했어요.
동규 투어 에이전시 분들도 이렇게 열성적인 팬은 처음 봤다며 ‘엄지 척’을 날렸죠.
(왼쪽부터) 동규가 입은 카디건은 Allsaints. 이너 웨어 톱과 팬츠는 모두 Loewe. 모자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다니엘이 입은 셔츠는 Cos. 터틀넥 톱은 Paul Smith. 스커트는 Lecyto. 액세서리는 Numbering.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순종이 입은 셔츠는 Cos. 팬츠와 베스트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제일 기억에 남는 공연은
다니엘 제일 힘들었던 게 아무래도 기억에 남죠. 텍사스 애리조나에서 공연을 했는데 말도 안 되게 더웠어요.
동규 버스 발전기가 정말로 불에 탔잖아!
다니엘 에어컨 없는 공연장이었는데, 관객들이 땀을 흘려 구름이 생길 만큼 더웠거든요. 실제로 호흡곤란 때문에 실려 나간 분도 계세요. 습도 때문에 기타에서는 물이 줄줄 흘렀고요. 그런 악조건에서도 공연을 신나게 즐겼죠.
즉흥적 상황도 견디면서 즐기는 게 밴드 공연의 묘미죠. 변화나 확장이 필요한 때도 있었겠죠
다니엘 지금입니다. 언제나 발전하길 바라며 살지만, 투어 공연을 계속하면서 정체됐던 시기도 있었고, 에너지가 쓰이지 않고 쌓이기만 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이제 우리가 새로운 걸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라 다음 앨범 준비가 된 것 같아요.
(위부터) 순종이 입은 레더 재킷은 Camphor wood. 스커트는 Lecyto. 팬츠와 액세서리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아이웨어는 아티스트 소장품.
공연 문화의 변화, 리스너의 취향, 스트리밍 시대의 영향 등 한국 밴드 신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어요. 실제로 체감하는 ‘현재 밴드 신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다니엘 공연을 보러 오는 관람자가 분명하게 많아졌다는 것. 요즘 밴드들이 큰 공연장에 갈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긴 걸 보면 예전에 비해 공연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아요.
순종 시장이 커진 것 같기는 합니다.
동규 음악 산업의 중심에 K팝이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주변에 있는 록, 재즈, 다양한 장르의 신이 함께 커진 것 같아요.
꼭 서보고 싶은 페스티벌 무대가 있나요
다니엘 역시 제 꿈을 키우게 해준 브릿 팝이 있는 ‘글래스턴베리’를 꼽겠습니다.
동규 ‘코첼라’ ‘룰라팔루자’ 그리고 ‘매드쿨 페스티벌’ 등. 세계적인 페스티벌에 서고 싶죠.
순종 미국 페스티벌의 메인 무대에 서고 싶어요. 그 압도감과 무대 크기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굉장하니까요.
다니엘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던 건 ‘오스틴 시티 리미츠 뮤직 페스티벌’의 무대였어요. 기타리스트로서 꿈의 무대였거든요. ‘스티비 레이 본이 섰던 곳에 내가 서 있구나’라며 참 행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니엘이 입은 퍼 재킷은 John Varvatos. 선글라스는 Ray-Ban.
앞으로 한국 밴드 신이 세계적으로 더 주목받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변화나 환경적 조건이 있을까요
순종 시장은 어느 정도 많이 열린 것 같아요. 시장의 변화가 필요하기보다 아티스트 개인이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동규 미국의 서부 음악과 동부 음악이 확실히 다르듯이 대한민국에서도 다양한 스타일의 곡이 계속 나와야 진짜 ‘붐’이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시장이 커지고,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양해질 수 있으니까요.
다니엘 회사는 꼭 한국에만 있지 않다는 사실을 많은 뮤지션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한국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한국 소속사에서 한국인과 일해야 한다는 건 조금 안일한 생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거든요. 시야를 넓게 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잔잔하고 아름다운 결함을 간직한 웨이브투어스는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까요
다니엘 좋은 음악을 내야죠! 본질에 집중하려고요. 유행이 아니라 우리가 표현하고 싶은 걸 진정으로 할 겁니다.
동규 밴드를 유지한다는 건 결국 계속하는 게 중요합니다. 계속 좋은 작품을 내지 않아도 괜찮아요. 어떤 작품은 좋은 평을 얻고, 어떤 작품은 아쉬운 평이 있겠죠. 그렇게 역사는 계속 만들어질 거예요.
동규가 입은 퍼 베스트와 티셔츠는 모두 Lecyto. 선글라스는 Gentle Monster.
10년 후에는 어떤 밴드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순종 10년 후에도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그냥 음악을 만들고 일상을 주고받으면서 깔깔깔 웃으며 지내고 싶어요.
동규 소소한 행복을 나누는 친구.
다니엘 그렇죠. 좋은 친구들.
Credit
- 패션 에디터 정소진
- 사진가 장기평
- 스타일리스트 권순환
- 헤어 스타일리스트 안형규
- 메이크업 아티스트 하은빈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
엘르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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