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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은 노장들 다 모인 2025 아이콘 매치 명장면 3

세계 축구 레전드의 활약부터, 가슴 뜨거워지는 박주호의 역전골까지.

프로필 by 라효진 2025.09.15

지난 일요일 한국에서 또 한 번 역사에 길이 남을 축구 명경기가 펼쳐졌습니다. 은퇴한 전설적인 공격수 10명과 수비수 10명이 각자 팀을 이뤄 ‘창과 방패의 대결’을 펼친, 2025 아이콘 매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것인데요. 이번 경기는 작년 1회차 때보다 더욱 강하게 보강된 스쿼드와 전설적인 감독을 기용하며 조직력을 끌어올려 긴장감을 더했습니다. 특히나 국내 팬들에게 한때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게 만들던 ‘외계인’ 호나우지뉴, ‘중원의 지배자’ 스티븐 제라드, ‘절구통 드리블러’ 웨인 루니 등이 한 팀이 되어 패스를 주고받으며 이들을 열광하게 했죠.



현장에서 직관한 팬들의 후기는 이렇습니다. 선수들이 은퇴한 지 10년 쯤 되어 전성기를 훌쩍 지난 모습임에도 그라운드 위에서 카리스마가 대단했다고 하는데요. 물론 선수들이 오랜만에 경기를 뛰다 보니 줄지어 햄스트링 부상으로 필드 위를 떠나는 등 안타까운 장면도 있었지만,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 만한 명장면들은 정말 많았다고 하네요. 지난 아이콘 매치는 Shield UTD가 FC Spear를 4:1로 꺾으며 완승을 거뒀었는데, 올해는 어땠을까요? FC Spear 팀의 웨인 루니 선수의 환상적인 중거리 슛으로 선제골을 만들었지만 결국 Shield UTD에게 후반전 연달아 두 골을 내어주며 아쉽게도 역전패 했습니다. 역전골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에게 건후 아빠로도 유명한 박주호 선수였는데요. 박주호는 “셰이도르프 선수가 환상적으로 99% 만들어주고 제가 떠먹은 것”’이라고 겸손하게 소감을 밝혔네요. 오늘은 이날의 명장면 3가지를 전해드릴게요.


카카의 살아있는 감아차기와 카시야스의 미친 선방



카카는 아직도 잘생긴 축구 선수 하면 빠지지 않고 이름이 거론될 만큼 스타성이 출중했습니다. 그러나 카카의 진짜 무기는 브라질리언 특유의 볼 컨트롤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미친 스프린트죠. 그는 현역 시절 이를 인정받아 그 해 최고의 선수에게 돌아가는 상, 발롱도르를 수상하기로 했었어요. 이런 그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했어요. 빠른 달리기는 물론 그라운드 이곳저곳으로 침투하다 결국 환상적인 감아차기를 선보였거든요. 느린 화면으로 살펴본 그의 슛은 정말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거짓말처럼 휘어져 골대 구석을 향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완벽한 슛이 가로막혔다는 것이죠. 바로 스페인 국가대표와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적인 골키퍼 이케르 카시아스 앞에서요. 카시야스는 마치 현역 때처럼 미친 반사 신경과 다이빙으로 완벽하게 공의 궤적을 파악해 클리어 해냈습니다. 이 두 장면은 불과 몇 초 안에 갑자기 펼쳐지며 팬들의 모두 기립하게 만들었어요. 역시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장면이었네요.


호나우지뉴의 ‘외계인’ 볼 컨트롤



이번 아이콘 매치 전석 매진의 가장 큰 지분은 단연 호나우지뉴입니다. 현역 시절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자기 관리 실패로 전성기가 너무 짧았기에, 호나우지뉴를 그리워하는 많은 팬들은 그의 플레이를 오직 게임에서만 간접 경험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심지어 그는 이번 매치에서 전반 + 후반 거의 모든 시간을 플레이하며 충실한 팬 서비스를 보였습니다. 그의 별명 답게 외계에서 온 듯한 개인기는 관중의 눈을 즐겁게 했고요. 몇 번의 태클을 받으며 넘어지기도 했지만 금세 벌떡 일어나 잇몸을 만개하며 트레이드 마크인 미소를 보여주기도 했죠. 후반에는 페널티 영역 안에서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과감한 칩 샷을 선보이며 관중을 흥분하게 해 놓고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씨익 웃어 보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전성기 시절 호나우지뉴를 다시 보는 듯 했어요. 결국 후반전 중반 이후 교체 되며 골 찬스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45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여전한 탄력과 팬 서비스를 보여줬네요. 과거 FC 바르셀로나에서 오래 한 팀으로 지냈던 카를로스 푸욜과 충돌 후 일어나며 환한 미소로 포옹하는 모습은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며 꽤 오래 회자될 것 같군요.


‘악마의 왼발’ 리세의 격파대 15장 완파


호베르투 카를로스, 히바우두 등 악마의 왼발이라는 수식어를 가졌던 선수들은 있었지만 리세의 왼발에는 '파워'가 있습니다. 그는 한때 EPL 최고의 파워 키커로, 세트 피스에서 중거리 슛을 쏘면 골키퍼가 손을 뻗기도 전에 골대를 찢을 정도로 강력했다고 해요. 심지어 그의 포지션은 수비수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이번 아이콘 매치에서는 본 경기 전날 이벤트 매치로 ‘파워도르’를 진행했습니다. 이 이벤트는 각 팀에서 5명씩 출전해 15개의 격파대를 향해 슛을 쏴 누가 더 많은 보드를 깨느냐를 겨루는 것이었어요. 각각 제라드, 가레스 베일, 루니, 푸욜 등, 슛 파워라면 내로라 하는 선수들이 격파대 앞에 섰는데요. 모두 힘껏 슛을 찾음에도 최대 12장, 파워 슛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루니와 제라드 선수 마저 14장에 그쳤습니다. 이때 수비수인 리세가 등장해 잠깐 뒤로 물러나더니 그야말로 대포알 슛을 선보였고, 공은 격파대 15장을 모두 부순 후 관통해 그라운드 위에 떨어졌죠. 관중들은 그 엄청난 파워에 입을 다물지 못했는데요. 이는 그가 은퇴했음에도 왜 자신의 별명에 악마가 붙었는지를 증명한, 이번 경기의 명백한 ‘최고의 명장면’이었습니다.


Credit

  • 에디터 라효진
  • 글 김보
  • 사진 넥슨 유튜브 및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