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영과 조력 사망, '메리 킬즈 피플'을 봐야 할 이유
낮에는 생명을 살리는 의사, 밤에는 조용히 죽음을 돕는 조력자로 변신한 이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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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공개된 MBC 금토 드라마 <메리 킬즈 피플>은 낮에는 생명을 살리는 의사, 밤에는 조용히 죽음을 돕는 조력자로 살아가는 인물의 이야기입니다. 2017년 캐나다에서 방영된 동명의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죠. 캐나다에서 안락사 관련 법안이 생길 시점에 드라마가 방영되며 더욱 화제가 됐습니다. 풍전등화처럼 보이는 주인공들의 앞날이 어떻게 흘러갈지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봅니다.

수시로 얼굴을 바꾸는 배우들
」고통받는 환자들을 돕기 위해 조력 사망에 나서는 응급외과 의사 우소정으로 등장하는 이보영. 그는 극단적으로 이중적인 인물인 동시에 너무도 설득력 있는 얼굴로 등장하죠. 죽음을 앞둔 사람을 마주할 때의 차분한 태도, 단단하고 서늘한 이미지를 보여주면서도 환자를 대할 때는 진심으로 그들의 안위를 바랍니다. 그렇게 낮과 밤을 지나 일상으로 돌아오면 툭 치면 깨질 듯 어딘가 불안한 모습이죠. 어떤 사연 때문인지 홀로 조카들을 보살피며 살고 있는 설정인데요. (원작의 주인공은 이혼한 싱글맘이었죠) 조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이 극 중 우소정을 압박하며 긴장감을 더합니다.

그런 그의 옆에서 함께 조력사망을 돕는 동료 의사 최대현 역을 맡은 강기영은 직접 약을 구해오는 핵심 인물이자 드라마의 묵직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주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맹활약합니다. 완벽을 추구하는 이보영에 비해 더 환자를 배려하는 그는 죽음을 앞둔 이들의 마지막 행복을 어떻게든 완성해주고자 애쓰는 모습으로 이 조력사망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죠. 불안한 이보영의 옆을 지키는 짝사랑 남사친의 역할도 맡은 그의 이면에 또 어떤 스토리가 숨어있을지 궁금함을 자아냅니다.

위장 수사를 위해 이보영 앞에 시한부 환자로 나타나는 형사 반지훈 역을 맡은 이민기의 연기도 반가운데요. 정의 실현을 위해 달려온 그의 임무는 이보영을 유인해 안락사 현장에서 그녀를 체포하는 것.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그녀의 진실된 면모를 알게 되고 되려 덫에 걸리는 설정입니다. 극에서 그의 여정은 죽음을 추적하며 고통스럽게 살아 있는 사람의 심리를 파고드는 과정이죠. 어떤 장면에서는 ‘정말 이 사람이 거짓말하고 있는 건가?’ 싶을 만큼 섬세한 환자 연기를 펼칩니다. 앞으로 극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키를 쥐고 있는 인물 중 하나죠.
씬스틸러 레이더 온
」
이 드라마에 몰입감을 더하는 주변 인물들의 연기를 보는 맛도 쏠쏠합니다. 백현진부터 권해효, 김태우, 서영희 등 연기 괴물들이 끊임없이 출몰해, 한 장면도 놓칠 수 없이 자신만의 존재감을 내뿜으며 속도감 있게 극을 끌어가죠. 백현진은 나오는 장면마다 주변을 서늘하고 날카롭게 바꾸고 권해효와 윤가이는 조력자의 역할로 이보영을 든든하게 뒷받침합니다. 김태우, 오의식, 서영희는 의미심장한 말과 눈빛 만으로도 분위기를 쥐락펴락합니다.

과감한 설정과 연출
」<메리 킬즈 피플>이 기대되는 이유는 작가와 감독의 조합이 탄탄하기 때문이죠. <모범택시> <크래시> 등에서 쫀쫀한 연출 실력을 선보인 박준우 감독과 영화 <관능의 법칙> <나의 특별한 형제> 등에서 공감가는 스토리를 맛깔나게 전해온 이수아 작가가 뭉쳤는데요. 조력 사망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섬세하게 담아내고 극중 주인공의 조카 우미의 미성년자 동성애 코드 등 민감할 수 있는 이슈도 과감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다뤄 호평을 받고 있어요.

우리에게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을까요? 죽음을 돕는 건 어떨까요? 정서적, 윤리적으로 무거운 질문이 이 드라마 속에는 쉴 틈 없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거부감이 들지 않아요. 묵직한 질문을 지루하거나 무겁지 않게, 때론 아름답게 풀어냅니다. 다루는 소재가 민감한 만큼 전 회차 19세 이상 관람 가능 딱지가 붙었지만 2회까지 방영 이후 호평을 받은 이유겠죠? 앞으로 이 드라마가 우리 사회에 어떤 생각할 거리를 던질지 계속 지켜봐도 좋겠습니다.
Credit
- 글 이다영
- 사진 MBC
엘르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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