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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하면 안돼요! 옛날 목욕탕 개조 맛집 3

카페부터 술집까지, 옛 목욕탕의 모습을 적절히 바꾼 맛집들.

프로필 by 라효진 2025.04.18

마지막으로 목욕탕을 이용했던 적이 언제였나요? 아마 꽤 오래 되었거나 설 명절 같은 특수한 날이 아니라면 떠올리기 힘드실 거예요. 찜질방과 목욕탕은 한때 한국 문화를 대표하던 공공장소였지만, 이제는 과거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죠. 2024년 행정안전부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목욕탕 수는 10년 전에 비해 30% 감소한 5,347곳으로 크게 줄었다고 해요. 이는 문화적인 변화도 있겠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어요. 특히 동네 옛날 목욕탕은 거의 살아남을 수가 없었고요.



그러나 문을 닫았던 옛 목욕탕들이 최근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하고 있습니다. 바로 카페, 술집, 서점으로 탈바꿈해서 오픈한 것이죠. 옛주인 대신 감각 있는 젊은 청년 사장이 목욕탕을 인수한 뒤 목욕탕 타일, 탕, 샤워 부스 등 버려진 기물들을 인테리어로 사용하는 방식으로요. 이런 리모델링은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MZ 세대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고요. 실제 목욕탕을 개조한 카페에 가서 탕에 앉아 커피를 마셔보면, ‘옛날 어르신들이 여기서 목욕을 했을까’하는 생각에 아득한 기분이 듭니다. 오늘은 목욕탕을 개조한 이색 카페와 술집 세 군데를 가져왔습니다. 한손에는 샤워기, 다른 한 손으로는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SNS에 올린다면 다들 눈이 휘둥그레해 질 거예요. 물론 이곳에서 목욕은 금지고요.


마하 한남

이곳은 용산 동빙고동에 위치한 서재 겸 카페입니다. 한 건축가가 “가능성을 가진 또다른 공간을 찾았다”라며 폐목욕탕을 직접 개조해 2023년에 문을 연 곳이죠. ‘남탕 3층’이라고 적힌 푯말 등 겉모습은 옛 목욕탕 건물 그대로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상당히 세련되고 감각적으로 꾸며진 공간이 나오는데요. 여러 서적과 건축 재료, 아트 피스 등 인테리어 소품들 뿐 아니라 휴식에 초점을 둔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어 누구든 편하게 쉴 수 있습니다. 전면에 배치된 큰 창으로는 어지럽게 얽혀있는 송전탑과 탁 트인 한강이 펼쳐지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하죠. 직접 부어서 만들어 마시는 카페라테도 시그니처 메뉴지만 위스키와 칵테일도 종류 별로 구비돼 있다고 합니다. 날씨 좋은 날 4층 야외 테라스에서 술 한 잔 기울여보는 것도 좋겠네요.



인스타그램 @maha.hannam

주소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91나길 85

영업시간 12:00~21:00 (금,토 12:00~24:00)


카페 목간

청주에는 1988년에 완공된 학천탕이 있었습니다. 총 8층짜리 대형 목욕탕으로, 88올림픽 주경기장과 체조경기장을 설계한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를 맡으며 당대 최고의 목욕탕이라는 평가를 받았죠. 그러나 학천탕 역시 코로나19를 피해갈 수 없었고 적자를 보며 운영하다 결국 주인의 결정으로 지금의 카페 목간으로 리뉴얼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카페 목간은 과거 이곳에서 사용했던 옷장 번호표, 입장권, 모발 건조기 등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고요. 최대한 목욕탕 건물을 훼손하지 않고 운영하겠다는 주인의 신념 하에 금방이라도 목욕이 가능할 것 같은 내부 인테리어를 간직하고 있죠.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목욕탕 세트’를 주문하면 목욕을 마치고 즐겨먹던 미숫가루와 구운 계란 등을 대나무 소반에 함께 내어주는데요. 컨셉에 충실한 소품과 메뉴 덕에 재미있는 사진을 많이 건질 수 있는 이색 공간입니다. 큰 사이즈 만큼이나 널찍한 단체룸 공간도 준비되어 있으니 부모님과 함께 방문해서 추억을 회상해봐도 좋겠네요.



주소 청주시 상당구 상당로115번길 46

영업시간 11:00~22:00


술탕

직관적인 상호명이 인상적인 이곳은 논현역 인근에 위치한 목욕탕 컨셉 술집, 술탕입니다. 매장 입구에는 ‘오늘 물 좋습니다’라는 문구를 통해 사장님의 센스를 엿볼 수 있고요. 매장 어디를 둘러봐도 파란색 타일이 붙어있고 심지어 자리마다 샤워호스와 거울이 붙어있어 정말 목욕탕 안에서 술을 마시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오락기와 곳곳에 위치한 포토존, 목욕탕 소품은 친구들과 방문하면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주네요. 시그니처 메뉴는 그 상호를 딴 ‘술탕’인데요. 돼지 등뼈가 통째로 들어간 시원한 해장탕이 일품이라고 하네요. 가장 큰 특징으로는 단체석부터 커플석, 혼술석까지 프라이빗룸이 많다는 것인데요. 샤워부스처럼 커튼을 치면 좀 더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강남 술집답게 새벽 3시라는 넉넉한 운영 시간도 매력을 더하네요.



인스타그램 @sooltang_

주소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122길 21

영업시간 18:00~03:00 (일요일 정기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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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김보
  • 사진 MBC · 각 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