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개’취 존중
내 욕심과 네 재미가 교차하는 즐거운 일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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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옆에서 신난 나를 지켜보던 동거인이 넌지시 말했다. “그 여행은 네가 가고 싶은 거 아냐? 가고 싶으면 밤비 두고 혼자 가거나 친구랑 가. 왜 네 욕망으로 애를 힘들게 하니?” 그 말을 듣고 소파 위에 앉은 밤비를 올려다보니 그는 따분한지 뒷발로 머리를 세차게 긁으며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내가 언제 보내달라디? 산책이나 제대로 해라.” 그래. 내가 가고 싶었던 거다. 이기적인 마음이었다. 혼자 가기에는 죄책감 들고,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겠다는, 밤비에게는 통하지 않는 쓸데없는 책임감 혹은 욕심 말이다. 인정하면서도 억울함이 조금 피어올랐다. 밤비야, 한번 말해 보렴. 너와 같이 모래를 밟고 바다 수영을 하고 싶은 게 그렇게 이기적인 일이야? 너도 새로운 냄새를 맡고 싶을 수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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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정답은 없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차차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집에서 밤비와 미식 여행을 떠났다. 오키나와 명물이라는 미역 우동을 강아지 식사로 만들어주니 밤비는 역시나 그게 무엇인지는 관심 없고, 그냥 호로록 뭉개서 한 번에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나 좋자고 강아지를 고생시키는 건 분명 욕심이지만, 개도 다 같은 개는 아니다. 분명 이 각각의 존재에게도 취향이라는 게 있다. 여행은 차치하고 나는 끊임없이 찾을 것이다. 나의 취미와 밤비의 취미 그리고 취향이 맞아떨어지는, 선 밖에서 함께할 수 있는 더 많은 것을. 그 자체가 너와 함께 떠나는 긴긴 삶의 여정이니까. 밤비와는 말이 통하지 않지만, 너의 취향을 물을 수 없어서 참 아쉽지만, 세상에는 분명 있을 것이다. 내 욕심과 네 욕심이 균형을 이루는 어떤 ‘재미’와 ‘도전’이. 밤비야. 아무래도 오키나와는 못 갈 것 같지만… 그래도 강릉 정도는 갈 만하지 않니?

「
<엘르> 피처 에디터이자 반려견 밤비의 절친. 세상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굴러간다고 믿으며 모든 것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전혜진
」Credit
- 에디터 이마루
- 아트 디자이너 구판서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 글 전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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