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엘르보이스 강연 현장 그 뜨거운 열기
엘르보이스와 인연이 깊은 5명의 여성이 무대 위에 올랐다. 2024 서울국제도서전이 가장 뜨겁고 끈끈해졌던 순간. 여성의 삶과 평화를 고민했던 엘르보이스 그 세 번째 강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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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석의 사전예매석은 물론, 서서 강연을 경청하는 이들도 많았던 엘르보이스 강연
이번 도서전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이었던 ‘후이늠(Houyhnhnm: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나라. 평화롭고 질서를 중요시해 이상적으로 여겨지나 이면이 있는 장소)’을 엘르보이스 식으로 해석한 강연의 주제는 바로 ‘여성의 삶에서 평화를 지키는 방법’!
‘엘르보이스’의 첫 도서전 참여였던 2022년부터 3년 연속 엘르보이스 강연과 함께 해주신 임현주 아나운서의 진행과 함께 문우리, 에리카, 황선우, 황효진(가나다 순) 네 명의 여성이 자리에 함께했는데요. “평화의 층위라는 게 무척 다채롭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관점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한 만큼 다양한 분야의 분들을 모셨다”라는 임현주 아나운서의 시작하는 말 그대로 평화라는 상태를 둘러싼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강연을 한껏 풍부하게 만들었습니다.

(왼쪽부터) 황선우 작가, 문우리 포티파이 대표, 황효진 뉴그라운드대표, 에리카 샤크짐 공동대표, 그리고 사회를 맡은 임현주 아나운서
“한국같이 고도로 발달한 문명사회에서는 명확한 계급사회의 한계 대신 일상에 스며든 불합리한 대우가 존재합니다. 여성에게만 가해지는 발언이나, 거부하기 어려운 희생을 요구당하는 상황에 처할 때. 나의 사회적 위치를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찾아온다고 생각해요. 그런 상황에서 맞기보다는 공격 가능한 상태가 되는 것, 자주적인 공격성을 갖기 위해 우리에게는 근력 운동이 필요합니다”
몰상식한 상황에 처한 경험이 분노나 좌절의 에피소드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 그걸 뛰어넘는 공격성을 자연스레 품는 것, 이때의 공격성은 물리적인 타격이 아닌 ‘정신적인 상태’이며 고강도의 근력운동이 이런 건강한 공격성을 갖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이야기했는데요. 왜소한 체구였던 샤크짐의 한 회원이 꾸준한 근력운동을 통해 갖게 된 마인드의 변화에 대한 예시로 공감을 사기도 했습니다. “뇌도 몸이다! 평화를 위해 운동을 하자!”라는 에리카 대표의 관점은 새롭고도 명료했죠.
다양한 직무에 근무하는 20대 후반~40대 초반의 여성들이 모여 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멤버십 커뮤니티 ‘뉴그라운드’를 2021년부터 운영 중인 황효진 대표의 화두는 ‘연결감이 선사하는 일에서의 평화’였습니다.
일터에서 여성들이 느끼는 여러가지 문제들. 성차별과 번아웃, 능력주의와 불안정한 노동환경, 페미니즘 백래시, 동료의 부재… 외롭고 힘들게 마드는 이런 고민 속에서도 일터에서는 사적인 고민을 꺼내놓기 터부시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단순한 업무 회고가 아닌, 내가 일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털어놓으며 일터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커뮤니티 안에서 꾸준히 나누며 명확한 관점을 갖고 자신을 돌아보고 갱신하는 것이 목표 의식을 뉴그라운드 멤버들은 공유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일 이야기만 했다면 차츰 그냥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서로의 일상에 평화가 될 수 있음을 발견하기도 했다는데요. 그러기 위해서 다름을 인정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황효진 대표는 말합니다. “각자가 소속되어 있는 공동체 안에서 여성이자 페미니스트로서 일하고 사는 방식을 같이 배우려고 하지만 사실 만나보면 우리는 서로 너무 다른 사람들이거든요. 그 다름을 전제로 하되, 문제의식을 토대로 커뮤니티 바깥으로 시선을 돌려보려고 해요. 우리의 평화만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얻어낸 평화를 삶과 일을 통해 실천하는 거죠.”

2024 서울국제도서전 엘르보이스 부스
“사람들은 내 능력을 수치화 했을 때 평균보다 부족한 부분에 신경을 쓰고 그 부분을 메우려 애써요. 하지만 그보다는 장점을 키우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죠. 우리는 가장 나 다울 때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아름답게 빛날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모습을 가진 사람인지를 알 때 우리의 삶 속에서 평화를 찾을 수 있고요” 나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의 사람들의 ‘그 다움’ 또한 알 때 서로 보완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 또한 알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이 가진 기질에 맞춰 전공과 삶의 경로를 여러 번 바꾸며 ‘나답게’ 도전해 온 문우리 대표가 스스로 쌓아온 드라마틱한 이력과 고백은 나다움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설득력을 더했습니다.

(왼쪽부터) 황선우 작가, 문우리 포티파이 대표, 황효진 뉴그라운드대표, 에리카 샤크짐 공동대표, 그리고 사회를 맡은 임현주 아나운서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나의 평화를 지킨다고 해도 뉴스나 SNS에는 접하고 싶지 않은 요소들이 가득합니다. 세상의 소음들은 우리의 평화를 항상 방해하죠. 그렇다고 귀를 막고, 내면의 평화를 추구하기만 하면 될까요? 그렇게 내부로 침잠하고 외부 세계를 차단하는 평화는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요?” 담벼락 너머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있고, 사람들이 죽어나가지만 그 옆의 저택에서 아이들과 정원을 가꾸며 하루하루 흘러가는 나치 장교 가족의 일상을 담은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평화로운 풍경 스틸이 사실은 절대 평화롭지 않은 것처럼 말이죠.
‘삶을 회피해서는 평화를 찾을 수 없다’는 또다른 영화 <디 아워스>의 대사처럼 “누군가는 왜 그런 싸움을 하는지, 왜 누군가는 평화롭지 않은 방식으로 소음을 내고 있는지, 전부는 아니더라도 몇 가지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에는 관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순응하는 방식의 평화가 아닌 능동하는 방식의 평화를 지향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황선우 작가의 이야기는 ‘평화’의 범주를 한번 더 확장했습니다.

강연에 집중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현장 풍경!
혼자 평화로운 삶을 살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다른 사람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문우리 가치관과 삶의 선택에 대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판단하지 말고 존중하는 한 사람이 되어 주세요. 실제로 정신과 진료를 하며 환자들을 만났을 때 ‘나를 그대로 바라봐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그 환자의 예후가 좋은 경우를 여러 번 목격했어요. 힘든 일에 처한 누군가에게 ‘그 곁의 한 사람’이 되어주세요.
황선우 얼마전 평소에도 혼잡한 일방통행인 동네 골목길이 자동차 경적 소리를 잘 듣지 못한 폐지수거하는 리어카 노인의 등장으로 더욱 혼잡해진 적 있었어요. 그때 길을 지나던 한 20대 청년이 현장에 바로 뛰어들어 노인의 이동을 돕는 동시에 차들에게 연신 사과를 하더라고요. 자기의 바운더리를 기꺼이 깨고 나와서 섞이는 것, 누군가를 대신해 사과하고 귀찮음을 감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순간이었죠.
황효진 그동안 돈이라는 자원을 보태는 후원 방식을 주로 택했어요. 돈을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당사자들을 잊고 다음 이슈로 넘어갈 때도 있었죠. 하지만 최근 장애인인권영화제에 직접 가보고, 내가 내 시간을 들여 ‘직접’ 현장에 가보는 것은 정말 다른 경험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돈이 아닌 시간이라는 나의 소중한 자원을 공동체를 위해서도 쓰려고 해요. 이처럼 나의 시간을 쓰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요.
아직은 취업 준비생이지만 회사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사회생활을 하며 정의롭기는 어려운 것 같아 걱정이 돼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이 누군가에게는 피해가 될 수도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황효진 조직이라고 하면 흔히 회사나 건물을 떠올리지만 사실 사람으로 구성된 것이거든요. 우리는 모두 약점과, 소수자성을 가진 개인들로서 함께할 수 있어요. 너무 개인화 되어 있지 말고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 믿고, 바꾸려고 하는 가능성을 품어 보세요. 작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연대니까요.
에리카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을 가정하고 고민하고, 그때의 나를 미리 예상해 검열하지 마세요. 이렇게 미리 걱정하시는 분이면 아무리 함부로 행동한다고 해도, 실제로는 이미 남을 배려하는 상황일 거예요. 심지어 그게 좋은 의도라면 더욱 자신을 믿고 신념대로 움직여 보세요.
황선우 ‘데모’를 하던 시절 대학을 다녔어요. 어느 날 선배가 묻더라고요. 왜 우리가 노동해방을 위해 운동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 때 잘 답하지 못했기에 이 질문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됐는데 나중에 자연스레 알게 됐죠. ‘아, 우리가 그 사람들을 도운 게 아니라 내가 노동자가 되는 거구나’ 라고요. 이처럼 어떤 사람의 문제가 다 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나를 건드리는 것이 있다면, 그것에 개입하세요.

엘르보이스의 필자로, 엘르보이스 강연과 3년 연속 함께하는 중인 임현주 아나운서
Credit
- 에디터 이마루
- 사진가 장승원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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