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테니스하면 라코스테, 라코스테하면 테니스

브랜드 유산과 현대성으로 빚어낸 비전, 우아한 에너지로 가득한 라코스테 뉴 컬렉션.

프로필 by 손다예 2024.04.07
라코스테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펠라지아 콜로투로스의 데뷔 쇼가 파리 롤랑 가로스 경기장에서 공개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롤랑 가로스 경기장, 테니스의 성지인 그곳에서 라코스테 쇼가 열린다는 것만으로 기대가 솟아났다. 그도 그럴 것이 롤랑 가로스는 라코스테의 창립자이자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였던 르네 라코스테가 1927년 미국 데이비스 컵에서 역사적 우승을 차지한 후 시작된 프랑스의 메이저 테니스 대회이기 때문이다. 브랜드 역사의 출발점에서 진행된 만큼 르네 라코스테를 향한 헌정을 담고 있었다. 무대와 의상 컬러, 프린트, 실루엣, 룩을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에서 르네 라코스테에 대한 애정과 라코스테 ‘본연’의 감각이 묻어났다.

적갈색 코트 위 나선형 무대를 거니는 모델들의 움직임은 정갈하면서 우아했다(롤랑 가로스 경기장은 메이저 대회 중 유일하게 클레이 코트인 점이 유명하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펠라지아 콜로투로스는 1920~1930년대의 모더니즘에서 영향을 받아 테니스 언어에 섬세함과 여성스러움을 담아냈다. 스포츠 의류의 기능성과 운동성에 깔끔한 프레피 코드를 더하고, 이를 세련된 데일리 웨어로 탈바꿈시킨 것. 쇼는 1927년 르네와 아티스트 로버트 조지가 디자인한 초기의 악어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담백하고 정갈한 실루엣의 코트와 드레스, 피케 셔츠에 다채로운 컬러 그래픽을 강조한 악어 모티프가 컬렉션 라인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작은 악어는 여러 기법을 통해 변신을 거듭했다.


메시 레이스 드레스 위에서는 실버 시퀸 자수로, 실크 드레스와 실크 스카프, 넥타이에서는 그래픽 패턴으로 표현됐다. 이어지는 팝아트 스타일의 자카르 룩은 르네의 데이비스 컵 우승을 떠올리게 했고, 르네의 경기 모습을 포착한 흑백사진을 프린트한 실크 드레스와 셔츠는 라코스테 역사를 현대적으로 보여준 영민한 룩이었다. 파이핑 라켓 가방과 테니스 코트를 연상시키는 부클레 테리 소재로 변형된 폴로 셔츠, 1920년대 테니스 선수들이 애용했던 브이넥 크리켓 스웨터 등으로 채워졌다. 그중 콜로투로스가 가장 공을 들인 건 플리츠스커트. 테니스 챔피언 수잔 렝글렌의 플리츠스커트에서 영감받은 플리츠는 다양하게 변주됐는데, 앞은 짧고 뒤는 긴 비대칭형의 실크 스커트, 플리츠 가방 등 스포츠에 기반을 둔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현대적인 우아함을 더하는 데 절묘한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에선 2024년 라코스테 앰배서더로 선정된 배우 안효섭이 쇼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으며, 브랜드 헤리티지가 담긴 2024 F/W 컬렉션 의상을 착용해 유연하고 우아한 룩을 선보였다. 창립자 르네 라코스테와 테니스를 향한 가장 현대적인 찬사를 보여준 펠라지아 콜로투로스. 그녀의 다음 행보에도 기대를 보낸다.

Credit

  • 에디터 손다예
  • 글 남지현
  • 아트 디자이너 김민정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 COURTESY OF LACOS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