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르 매장 쇼윈도에 마네킹처럼 서 있는 모델들.댄스 퍼포먼스가 펼쳐진 사무이의 프레젠테이션 현장.주목해야 할 핀란드 라이징 브랜드 사무이(Samuji)와 오나르(Onar) 사무이는 2011년 여성복 컬렉션으로 시작된 헬싱키 베이스의 디자이너 브랜드다. 미니멀하고 자연주의적인, 특유의 북유럽 감성 때문에 국내에서도 이미 몇몇 편집 숍에 소개될 정도로 입소문이 나 있다. 이번 헬싱키 출장 중 방문한 사무이의 2016 S/S 프레젠테이션 현장은 한 마디로 ‘꽃의 향연’이었다. 복층 구조의 사무이 매장은 이번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꽃이 만개한 가든으로 꾸며졌다. 뮤지션들의 라이브 연주에 맞춰 춤추는 댄서를 중심으로 모델들의 캣워크가 시작되자, 파나마 햇과 잔잔한 플라워 패턴의 드레스, 미니멀한 롱 코트의 행렬이 이어졌다. 사무이 컬렉션은 클래식하고 단아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좋은 품질의 패브릭과 재료로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되겠다’는 디자이너 사무 주시 코스키(Samu Jussi Koski)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같은 날, 사무이 매장과 다섯 발자국 정도 떨어져 있는 오나르의 매장에서도 프레젠테이션이 열렸다. 쇼윈도 앞에 2016 F/W 컬렉션 의상을 입은 모델들이 마네킹처럼 서 있는 독특한 퍼포먼스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오나르의 컬렉션은 사무이와는 달리 무척 트렌디했다. 양털 머플러, 레더 백, 니트 웨어 등 기하학적 패턴과 부드러운 소재가 믹스된 유니크한 디자인은 젊은 패션 피플에게 어필하기 충분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디자이너 아이린 코스타스(Irene Kostas)는 현재 오나르가 유럽과 아시아의 ‘핫’한 편집 숍에 바잉되고 있으며 인기가 수직 상승 중이라고 귀띔했다. “오나르의 모든 아이템들은 핀란드와 그리스 북부에 있는 장인들에 의해 수작업으로 완성되기 때문에 높은 퀄리티를 자부해요. 100% 윤리적으로 생산된 퍼와 베지터블 가공 레더만 사용하는 점 또한 오나르만의 철학입니다.”박스 실루엣이 인상적인 부오코의 아카이브 컬렉션.부오코가 가장 좋아하는 블랙 앤 화이트 스트라이프 패턴의 아카이브 코트.북유럽 패션의 대모, 부오코 누르메스니에미(Vuokko Nurmesniemi)“나는 패션 디자이너가 아니에요. 그냥 디자이너라고 생각해 줘요.” 솜처럼 새하얀 단발마저 스타일리시해 보이는 부오코 누르메스니에미는 <엘르>와의 첫 만남에서 가장 먼저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의 디자인이 패션이라는 틀에 갇히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것. 그녀는 50~60년대 북유럽 패션에 한 획을 그은 디자이너이자, 핀란드를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다. 여성의 몸매를 강조한 타이트한 실루엣을 강조하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그녀는 유럽의 트렌드와는 반대로 느슨한 박스 실루엣의 드레스를 선보이며 북유럽 패션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디자이너라면 새로운 것을 향해 누구보다 먼저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라믹 아티스트였던 내가 갑자기 드레스를 만든 것처럼요.” 도전적인 부오코의 디자인에선 실루엣만큼이나 패턴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녀는 블랙 앤 화이트의 미니멀한 패턴을 가장 좋아한다. 그런 취향 때문인지 가장 존경하는 디자이너로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를 꼽았다. “발렌시아가는 심플함과 동시대 미학을 패션으로 승화시킨 천재 디자이너였어요. 매일 그의 쇼를 보고 싶었죠.” 그녀는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가 활동하던 시절의 소녀로 돌아간 것처럼 상기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사실 부오코도 누군가에겐 존경받는 디자이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이세이 미야케는 여전히 그녀를 자신의 ‘디자인 대모’라 부르고 있으니까. 누구보다 다양한 시대를 경험하며 평생 디자이너로 살아온 그녀는 요즘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지나치게 많은 자극을 받고 살고 있어요. 어떤 것에도 영향을 받지 않아야 진정한 자신의 것을 찾을 수 있답니다. 너무 환상만 쫓지 마세요.” 그녀의 꿈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난 아직도 하고 싶은 디자인이 너무 많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