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이 생각해 봐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백화점에 들어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옷과 가방, 구두를 산 적이 언제였는지? 얼마 전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 선물을 사기 위해 들른 것을 제외하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산 것은 까마득한 기억 저편의 일이다. 자라나 H&M 같은 SPA 브랜드가 아닌 명품 브랜드의 것일수록 더욱 그랬다. 그렇다고 패션 에디터인 내가 쇼핑을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해외 출장 때면 없는 시간도 쪼개 애정하는 브랜드의 숍에서 쇼핑하지만 국내에서는 매장에 들어가 고르고 입어보고 사는 일이 없는데 어떻게 쇼핑을 한단 말인가? 근검절약을 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지금 마감인데도 ‘머리를 식힐 겸(!)’ 온라인 해외 쇼핑몰을 드나들고 클릭 한 번으로 결제하는 걸 보면. 국내 메인 포털 사이트에는 해외 배송에 필수인 한글 주소를 영문으로 변환하는 서비스가 있을 정도로 이미 국내에 해외 온라인 몰 이용자들이 증가 추세다. 그에 따라 해외 쇼핑몰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도 높아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몰이 늘고 있다. 해외 사이트를 통한 ‘직구’율이 높아지면서 온라인 캐시백 사이트인 이베이츠의 임수진 이사는 해외 온라인 몰에서 구입한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샤넬과 에르메스 등의 고가 명품만 선호했다면 최근에는 모스키노, 톰 브라운, 골든구스 등 젊은 취향의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호응을 얻고 있어요.” 편집 숍 위주로 소량 바잉되는 디자이너 레이블의 제품을 최소 25%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니 온라인 몰을 통한 해외 직구가 국내 백화점이나 매장 쇼핑보다 매력적인 건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닐까. 그렇다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만이 그들의 강점은 아니다. 자체적으로 메이저 브랜드들이나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통한 익스클루시브 라인을 선보이는가 하면 프린트 매거진 못지않게 완성도 높은 패션 콘텐츠를 제공하기도 한다. 오프라인에서는 만나기 힘든 로컬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을 구입할 수도 있다. 온라인 쇼핑몰 간의 경쟁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흥미롭다. 같은 제품이라도 사이트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고 지향하는 스타일과 메인으로 바잉하는 브랜드가 다르니 마치 웹 서핑을 하듯 온라인 쇼핑몰을 서핑하게 된다. 해외 온라인 쇼핑 팁을 물으니 <엘르> 패션 에디터 허세련은 세일 기간을 최대한 이용하라고 한다. “요즘은 쇼핑몰끼리 경쟁이 붙어 세일 기간이 더욱 빨라진 것 같아요. 예전엔 여름이 끝날 때쯤 세일을 시작했다면 이제는 여름이 시작할 시점에 하는 거죠. 인스타그램에서 온라인 쇼핑몰들의 계정을 팔로하는데 그러면 메일로 세일 정보를 받거나 홈페이지에 가서 확인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세일 소식을 접할 수 있어요. 신제품도 마찬가지고요. 그들은 SNS를 어떻게 활용할지 너무 잘 알아요.” 온라인 쇼핑 고수들은 온라인 몰의 특징을 나누기도 한다. 네타포르테(Net-A-Porter.com)가 잘 차려입은 뉴욕의 이스트 사이드 스타일이라면 센스(Ssense.com)는 베이식한 아이템에 충실하면서 아방가르드한 스타일이 주를 이룬다. 매치스패션(Matchfashion.com)은 어떤 곳보다 다양한 브랜드를 구비하고 있으며, 아시아 지역에서 먼저 세일을 시작해 세일 물량이 많다. 파페치(Farfetch.com)는 키즈 라인을 구비하고 있어 젊은 엄마들에게 어필하기 좋고, 육스(yoox.com)나 샵밥(shopbop.com)은 같은 제품이라도 타 온라인 몰보다 좀 더 할인된 가격으로 선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 모든 게 신세계처럼 들려 당장이라도 온라인 몰에 들어가 쇼핑을 시작하고 싶다면 그 전에 주의사항부터 살펴보자. “같은 제품이라도 사이트마다 가격 차이가 나는데 shopstyle.com에서 원하는 제품을 검색 후 최저가 몰에서 구입해요. 또 쇼핑몰마다 관세 지불 여부나 배송비 정책이 다르니 꼼꼼히 따져보고 구입하죠.” 스타일리스트 시주희가 말한다. 또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이들은 하나같이 옷을 구입할 땐 기존에 가지고 있는 브랜드의 사이즈로 구입해야 한다고 한다. 사이즈와 핏이 정확하게 맞기 힘들기 때문인데 무료 반품을 할 수 있는 곳도 있지만 상당한 금액의 반송료를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실제 매장에 가서 입어보고 같은 제품을 온라인 쇼핑몰로 구입하는 ‘꼼수’를 부리기도 하는데 국내 유통업계에는 미안한 일이지만 개인적으로 많게는 수십만 원을 아낄 수 있으니 와이 낫? 지난해 한국 공식 론칭을 앞두고 가진 미팅에서 한국 마켓이 매출 4위라는 놀라운 수치를 밝힌 매치스패션의 브리티시 걸들을 시작으로 마이테레사닷컴, 네타포르테의 홍보, 마케팅 팀들이 서울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만났으며, 샵밥에서는 매거진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제품 협찬에 나섰다. 이는 해외 명품 온라인 몰들이 한국 마케팅에 더욱 힘을 쏟겠다는 의미일 것. 그런 와중에 세일 가격과 모델이 입은 피팅 모습에 현혹돼 클릭 몇 번으로 의도치 않게 과소비를 하게 되는 건 아닐지 슬며시 걱정도 된다. 얼마 전 네타포르테의 아시아 지역 홍보 매니저인 니키 왕과의 미팅에서 현명한 해외 직구 쇼핑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우리 사이트의 한국 소비자들은 버버리의 트레치코트 같은 타임리스 피스를 주로 구매해요. 이처럼 당장 화려하고 트렌디한 아이템보다 오래도록 입을 수 있는 하이 스트리트 브랜드에 투자하세요. 그 아이템들을 스트리트 브랜드와 믹스매치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저희가 소비자들에게 원하는 거예요.” 결국 얼마나 싸게 샀는지보다 그 제품을 얼마의 가치만큼 오래 잘 입을 수 있을지가 관건 아닐까. 명심하도록! 사이트에서 옷을 입고 워킹을 선보이는 여인은 당신이 아니라 8등신의 제로 사이즈 모델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