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작은 차를 좋아한다’는 옛말. 여전히 맞는 말이다. 작으니 운전하기 편해서 또는 기왕이면 귀여운 게 좋다는 이유에 일견 동의한다. 그러나 세상의 많은 자동차 중에서 여자들의 차로 특정된 차는 없다. 마찬가지로 여자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차도 없다. 대형 SUV는 흔히 남성적인 차로 여겨지지만 여자에게도 잘 어울린다. 대형 SUV를 타는 여자들은 일단, 멋있다. 거대한 차를 당당히 컨트롤하는 자신감, 좀체 보기 힘든 모습에서 우러나는 희소성, 관습의 틀을 거부하는 마인드 등 매력이 남다르다. 여자들이 대형 SUV를 꺼리는 데 실질적인 이유를 들기도 한다. 좁고 복잡한 우리나라 도로에서는 큰 차일수록 타기 힘들고, 폭 좁은 주차장에서 주차하기도 불편하다. 그런 이유라면 남자들도 힘겹긴 마찬가지다. 게다가 요즘 옵션이 좀 잘돼 있나. 사방을 찍어 모니터로 보여주는 카메라나 사각지대 경고 같은 안전장치는 기본이고, 큰 차일수록 운전을 편하게 해 주는 장치도 많다. 실제로 대형 SUV만이 갖는 장점은 안 타보면 모른다. 운전이 불편할 거란 편견은 운전석에 앉으면 바로 해소된다. 시야가 높고 넓어 체구가 작은 여자도 도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넓은 실내공간은 또 어떤가. 마트에 다닐 때, 아이가 있다면 유모차나 자전거를 실을 때처럼 매일매일 짐들을 마구 넣어야 할 땐 차가 크면 클수록 좋은 게 당연지사. 작은 차를 탈 때 시비(?)형 운전자를 만날 일 많았던 여성 운전자들이 대형 SUV를 타게 되면 그 스트레스 차이 또한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거다. 물론 힘도 좋고 승차감도 부드럽다.
이만하면 어떤 신차가 나왔는지 궁금증을 가져봐도 좋다. 최근 출시한 대형 SUV들의 면면을 보자. 아우디 Q7은 넓은 공간이 장점이다. 5m가 넘는 길이에 좌석도 3열로 넉넉하다. 7인승 미니밴 대용으로 딱이다. 미니밴의 길쭉하고 투박한 차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여성에게 제격이다. 볼보 XC90은 스칸디나비아 감성이 충만하다. 크기가 크면 밋밋해 보이기 마련인데 XC90은 숙성된 단순미가 특기다. 태블릿 PC처럼 커다란 모니터로 기능을 통합한 미래지향적 인테리어도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볼보는 여전히 안전의 아이콘이다. 크기도 크지만 안전해서 탔을 때 마음까지 든든하다. 렉서스 RX 450h는 하이브리드다. 연비가 아주 높다. 가솔린인 데다 엔진 대신 전기모터가 도는 일이 많아 정말 조용하다. RX는 편한 승차감과 부드러운 운전감각으로 정평이 나 있어 예부터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벤츠 GLE는 예전 M클래스다. 벤츠 특유의 묵직한 안정감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조화를 이룬다. 벤츠의 장점인 높은 완성도와 브랜드 인지도는 말할 것 없다. 기아 모하비는 국산차 중 흔치 않은 대형 SUV이다. 푹신한 승차감과 편안한 운전감각이 일품이라 대형 SUV에 처음으로 도전할 때 고를 만하다. 다른 SUV들과는 달리 프레임 구조를 써서 차체가 튼튼하다. 험한 오프로드도 척척 달린다. 야외 활동이나 캠핑을 좋아하는 여자에게 제격이다. BMW X5, 포르쉐 카이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등도 탄탄한 기본기와 개성으로 남성뿐 아니라 여심까지 사로잡은 차들. 대대로 여성들에게 사랑받아온 게 사실이다. 프리미엄급이 부담스럽다면 포드 익스플로러, 혼다 파일럿, 닛산 패스파인더 등 대중적인 SUV들도 고려해 볼 만하다. 차에 관한 지겨운 선입견 중에 크기에 대한 것은 빨리 버릴수록 좋다. 말로만 하지 말고 일단 도전해 보라. 몰랐던 신세계가 펼쳐질 거라 장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