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운명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디자이너 박승건이 발굴한 슈퍼 루키 이지. 패션 디자이너와 뮤즈라는 창조적이고도 특별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박승건,푸시버튼,뮤즈,이지,모델이지,패션디자이너,엘르,엘르걸,elle.co.kr:: | 박승건,푸시버튼,뮤즈,이지,모델이지

남산이 바라다보이는 푸시버튼 쇼룸의 옥상에 선 박승건과 이지.퀭한 눈의 뮤지션들을 흑백사진 속에 담는 게 에디 슬리먼이 뮤즈를 대하는 방식이라면, 박승건은 그의 뮤즈가 푸시버튼의 런웨이를 벗어나 독립적인 패션 아이콘으로서 빛을 발하도록 상당한 에너지와 무한한 애정을 쏟아붓는다. 그는 스타일리스트와 디렉터, 퍼스널 쇼퍼, 홍보 담당, 잔소리꾼까지 그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으며 누가 시킨 적도, 그 어떤 보상도 없는 이 일을 아마도 자신만 아는 어떤 기쁨과 성취감을 위해 해내는 듯 보인다. 첫 만남이 궁금해요 박승건(이하 PARK) 브랜드에서 주최한 파티였어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마이애미 사운드 머신의 글로리아 에스테반이 부른 음악이 나오고 있었죠. DJ를 보려고 두리번거리다가 어떤 마른 남자아이의 뒷모습에 시선이 꽂혔어요. 남자라면 너무 꽃미남이고 여자라면 너무 독특한 그 아이에게 말을 걸고 싶었어요. 마침 이지의 동행이 우리 일행과 아는 사이라 당장 소개시켜 달라고 했어요.그 얘기를 듣고 기분이 어땠어요 이지(이하 EZ) 제 친구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손대식 실장님이 저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얘기했어요(웃음). 둘을 헷갈렸나 봐요. 그래서 ‘메이크업하는 분이 왜 나를 찾지?’ 의아했어요. 그렇게 바로 뮤즈가 됐나요 PARK 한 동안 잊고 지내다가 이지한테 안부 문자가 왔을 때 다시 생각났어요. 몇 시즌 전부터 삭발 모델을 애타게 찾고 있었는데 당장 불러서 삭발을 제안했죠. “널 위해 피날레 드레스를 만들어줄게!” 그런 제안이라면 바로 수락했겠죠 EZ 늘 쇼트커트였는데도 망설였어요. “고민해 보겠습니다”라고 얘기하고 나오면서 ‘난 머리를 자를 운명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PARK 점쟁이처럼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읊었어요. ‘SFW 데일리 신문의 커버를 장식할 거야.’ ‘패션 에디터 누구 누구가 너에 관해 물어볼 거야.’ ‘이런이런 매거진에 캐스팅될 거야.’ EZ 신기하게 그 얘기들이 모두 들어맞았어요. 머리를 짧게 자른 모습은 어땠어요 PARK 처음 봤을 때, 정말 빛이 났어요. 지금도 소름이 돋네. 당사자의 느낌은 EZ (느릿하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그냥… 잘 어울리는 것도 같고… 삭발한 여자에 대한 로망은 언제부터죠 PARK 삭발한 시네이드 오커너가 미니드레스를 입고 나오는 뮤직비디오를 보고 반했어요. 이후, 애니 레녹스로 이어졌죠. 푸시 버튼의 피날레에 등장한 이지. 이달의 화보 ‘Sushine Cruise’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다.쇼 당일, 이지는 최고의 이슈였어요. “그 아이 보셨어요? 걸음걸이도 쿨해요!” 모델 박세라는 그렇게 얘기했어요. 누군가의 뮤즈로 피날레를 장식하는 건 특별한 경험이죠 EZ 사실 처음엔 그게 뭔지도 몰랐는데, 피날레에 서고 나서야 알았어요. 마지막에 들어왔다가 역순으로 피날레로 나가는데, 나를 기다리는 모델들의 대열이 보일 때 벅차 올랐어요. 난 푸시버튼의 오디션조차 볼 수 없었던 무명의 모델학과 학생이었는데 말이죠. 그전까지 주목받지 못했나요 EZ 평범한 남자아이 같은 모델에 대한 반응은 냉담해요. PARK 점점 더 엔터테인먼트 쪽에 어울리는 예쁘장한 모델을 원하니까. 이지에게 들은 얘기 중에서 제일 웃기면서도 가슴 아팠던 일화가 있어요. 그 얘기 좀 해 봐. EZ 공개 오디션에서 저를 광탈(광속 탈락)시킨 모델 에이전트를 며칠 전 우연히 마주쳤어요. 저를 알아보지 못한 채 말을 걸더라고요. “푸시버튼 쇼가 끝나자마자 네가 계약된 소속사가 있는지 알아봤다”라고. 어린 시절은 어땠어요? EZ 중학교 때는 여자애에게 고백받은 적이 있어요. 그때도 머리가 짧았어요. 키는 중3 때부터 폭풍 성장했어요. 모델이 되기로 결심한 건요 EZ 수의사를 꿈꾼 적도 있지만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이라 자연스럽게 모델학과에 진학했어요. 해외 컬렉션의 드림 런웨이는 EZ 생 로랑이요. 모델 외에 관심 있는 건 EZ 언젠가 패션 마케팅을 공부해 보고 싶어요. 지금 입고 있는 스타일이 좋네요 EZ 호피 무늬 톱은 푸시버튼이고, 구찌의 첼시 부츠는 얼마 전, 실장님과 함께 간 김포 현대 아울렛에서 득템했어요. 지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뭐예요 EZ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모델이 아니라 오랫동안 좋은 모델로 활동하고 싶어요. 요즘 그게 가장 큰 고민이에요. 뮤즈가 어떻게 성장하길 바라나요 PARK 내가 바라는 건 딱 한 가지에요. 지금 이대로가 멋있는데 다른 누군가처럼 보이려고 변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거라면 더 바랄 게 없어요. 싸가지가 없어져도, 재수없어진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