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사이, 자동차와 스마트폰
자동차의 기능을 스마트폰이 대신한다. 운전을 대신하냐고? 운전 말고도 스마트폰이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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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차를 탈 때 일부러 챙기지 않아도 늘 따라 타는 것은? 무슨 옛날 옛적 수수께끼냐고 묻겠지만 정답은 스마트폰. 차를 탈 때 차 키보다 더 잘 챙기는 게 스마트폰이니 맞는 말이다. 덕분에 자동차 브랜드들은 한정된 차 내부 공간에 다 넣을 수 없었던 기능들을, 아니 이전에 차에 넣어둔 기능조차 스마트폰이 대신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가장 시대의 격변이 느껴지는 부분은 음악을 듣는 방식인데, 카세트플레이어가 CD 플레이어에 밀린 게 고작 10여 년 전인데, 이젠 USB 포트나 내장 하드디스크도 쓰지 않는 사람이 태반이다. 블루투스를 켜기만 하면 스마트폰 속의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운전자의 스마트폰 속 플레이리스트가 ‘구리면’ 동승자는 자신의 스마트폰 속 음악을 틀 수 있으니, ‘썸남’의 차를 탔는데 그의 선곡을 견딜 수 없을 때와 같은 결정적 순간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기능이다. 혹은 썸남이 길치라 해도 해결책이 있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들은 무료인 데다 실시간 교통상황 반영 기능이 우수하다. 자체 맵을 쓰는 일부 수입차 내비게이션은 화면을 터치해서 조작할 수 없게 해두었거나 업데이트가 불편해서 엉뚱한 안내를 해 주기 일쑤였다. 길에서 헤맬지언정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한 연인들이라 해도 내비게이션의 답답함을 굳이 참는 수고는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
블루투스나 내비게이션처럼 스마트폰 속 앱과의 간단한 연동보다 훨씬 진보된 기술력을 거론하기 시작하면, 자동차 브랜드들의 수년에 걸친 R&D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제대로 알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기존까진 차 오너가 개인적으로 많은 비용을 내고 설치해야 하는 옵션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마트폰과의 연동이 얼마나 잘 이뤄지느냐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다. 자동차의 기능이나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해 줘 아예 폰으로 차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집중되는 것이 요즘 추세다. 테슬라 모델 S, 볼보 XC90, 르노 에스파스, 포르쉐 918 스파이더 등은 아예 태블릿만 한 모니터를 달아 스마트폰과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기도 한다(이 모델들은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차 안에서 스마트폰을 쓰면 배터리 닳는 속도도 그만큼 빨라진다. 잘 모르는 길을 스마트폰의 여러 기능에 의지해 신나게 달리다가 배터리가 사망하면 성능에 아무 이상 없는 자동차조차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이 허다하다. 기아 K5, 쌍용 체어맨, 렉서스 NX, 지프 체로키 등은 굳이 케이블을 사서 주렁주렁 매달아둘 필요 없이 아예 무선 충전기를 차내에 갖췄다. 휴대폰을 충전 패드에 올려두기만 하면 된다. 쉐보레 임팔라에는 '액티브 폰 쿨링 시스템'이 달려 있는데, 충전 패드 근처에 에어컨 송풍구를 설치해 충전하는 동안 열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해 주기도 한다. 이젠 배터리가 방전돼서 연락을 못했다거나 길을 잃었다는 말도 고리타분한 거짓말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역으로 스마트폰 운영체제들도 차 안에서 쓸 수 있는 기능들을 개발한다.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는 이미 상용화됐다. 애플 카플레이는 국내에서 쉐보레 스파크와 임팔라에서 사용할 수 있다. 애플 카플레이는 아이폰을 연결하면 전화는 물론 메시지와 지도 등 휴대폰 속 기능이 차량 내 모니터에 그대로 구현된다. 시리와 연동해 음성으로 제어할 수도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는 현대 쏘나타 미국 모델에 처음으로 쓰였다. 구글의 지능형 검색 서비스인 구글 나우가 차 속으로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내비게이션, 전화, 음악, 문자 등 기본적인 기능은 모두 차 스피커와 모니터를 통해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란 물건이 우리 손에 처음 들렸던 순간부터 이를 자동차와 연계하는 시도는 꾸준히 있어 왔다. 원격으로 문을 열고 잠그는 일, 멀리 떨어져 있는 차에 미리 시동을 걸어 여름에 펄펄 끓는 차에 타거나 겨울에 덜덜 떨며 차가 데워지길 기다릴 일도 없다. 주차한 위치가 기억나지 않을 때 위치를 파악해 주는 기능은 정신 없는 마트나 멀티플렉스 주차장에서 유용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한 편의를 제공한다. 나아가 최근엔 복잡한 도심 한복판에서 주차장 또는 주차장 내의 빈자리를 찾아주는 주차 애플리케이션도 있고, 자동차 공유 서비스 ‘쏘카 (socar)’ 등도 모두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자동차 대시보드 위의 수많은 버튼과 복잡한 조작 다이얼이 모두 사라지고 멋스러운 우드 트림 위에 스마트폰 거치대 하나만 덜렁 설치된 신차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아예 스마트폰이 대신 운전해 주는 시대가 올지도 모를 일이고.
Credit
- WRITER 임유신(car columnist)
- PHOTOGRAPHER 우창원
- EDITOR 이경은
- DIGITAL DESIGNER 전근영
엘르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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