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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의 킬링 타임

지난 몇 달, 폭풍처럼 거칠었던 시간을 견뎌낸 그에게 던져진 킬링 타임. 마침내 런던이다.

프로필 by ELLE 2015.02.02

 

가슴 부분의 레더 소재가 포인트인 블랙 티셔츠, 목에 두른 블랙 & 화이트 웜 니트와 무릎에 레더가 패치워크된 블랙 팬츠, 블랙 슈즈는 모두 All Saints.

 

 

 

 

 

 

패턴이 화려한 카키 셔츠, 블랙 라운드 티셔츠, 블랙 스키니 팬츠는 모두 All Saints.

 

 

 

 

 

 

블랙 무통과 체크 셔츠는 모두 All Saints.

 

 

 

 

 

 

셔츠와 원피스, 두 가지 스타일로 연출 가능한 블라우스는 All Saints.

 

 

 

 

 

 

지퍼 디테일이 포인트인 바이커 점퍼, 블랙 티셔츠, 블랙 스키니 팬츠는 모두 All Saints.

 

 

 

 

 

 

V 네크라인의 와이드 니트, 버튼 디테일의 화이트 진 스커트는 모두 All Saints.

 

 

 

 

 

 

다크한 워싱의 블랙 데님 재킷은 All Saints.

 

 

 

 

 

 

몸에 피트되는 블랙 슬림 코트, 블랙 티셔츠, 블랙 팬츠와 블랙 슈즈는 모두 All Saints.

 

 

인류가 탄생한 이래 남녀의 사랑은 영원한 테마다. 그 영원불멸한 관계에서 무한 반복되는 문답이 있다. 어느 여자가 남자로부터 예쁘다는 칭찬을 들었다 치자. 여자는 남자에게 반드시 묻는다. 남자는 이 정도면 여자가 흡족해할 거라 기대하며 대답한다. 그러면 날아오는 탁구공 쳐내듯 여자가 되묻는다. 조금 더 말해 달란 눈빛을 보낸다.

새로울 것 없는 초겨울의 런던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으슬으슬 어깨가 시린 찬 공기. 혹자는 늘 가라앉아 있는 이 무거움이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고도 했다. 그래서 ‘진짜 휴식’을 위해 떠난 여행에서 이 무거운 공기가 행여 그의 발목을 잡지는 않을지 내심 마음이 편치 않았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보다 더 촘촘하게 새겨진 일일 계획표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구겨 넣어 보낸 1년. 그야말로 외계인처럼 어느 날 뚝 떨어진 ‘한류’의 중심에서 아시아 곳곳을 누비느라 김수현의 개인 기록은 잠시 멈춘 상태다. 카메라가 친구처럼 따라 붙고, 매니저를 비롯한 스태프들이 가족처럼 익숙해진 시간이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줄곧 이어졌다.

 

“그래도 최근엔 보름 정도 미국에 다녀왔어요. 비행기라면 정말이지 손사래를 칠 정도로 많이 탔지만, 그래도 미국은 오롯이 저만을 위한 개인적인 여행이었죠. 여행의 출발점은 친한 동생이 유학하고 있는 LA였지만 자동차를 운전해 라스베이거스까지 달리고, 여행 말미엔 뉴욕까지 다녀왔어요. 특별히 한 일은 없어요. 왜냐면 특별히 뭘 하지 않으려고 떠난 여행이었으니까.” 그저 보통의 시간을 누리고 흘려 보내고 싶었을 뿐. 그의 표현대로라면 유명하다는 음식점을 표기해 가며 찾아 다닌 ‘맛집 투어’ 정도로 이름 붙이면 되겠다. 좋아하는 수제 햄버거 집을 찾아 다니고, 호기심을 당기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요리도 맛보았다. 카메라와 무대를 벗어나, 전혀 손질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철저히 이방인으로서 보낸 여행. 그가 돌아올 무렵엔 뉴욕 지하철에서 찍힌 사진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며 ‘김수현 뉴욕 출현설’이 이슈로 떠올랐다. 가벼운 패딩 점퍼에 스냅백을 눌러 쓴 평범한 모습. 무대 위에 올려져 핀 조명을 받지만 않는다면, 일상의 김수현은 이렇듯 느슨하고 여유롭다. 어떤 상황에서도 뭔가 중대하거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저 상황 속에 놓인 자신이 얼마나 그 자리를 지켜내고 있는가, 녹아들고 있는가를 살핀다.

 

런던에서의 일주일도 그랬다. 빠른 속도로 여행에 적응해 갔다. 옥스퍼드 스트리트와 리젠트 스트리트를 수없이 오가는 중간중간 ‘도민준’ 혹은 ‘김수현’을 외치며 따라붙는 팬들만 아니라면 그는 충분히 여행자의 자유를 누리고 있었다. 걷고 또 걷고, 먹고 또 먹고. 무언가 행동하고자 할 때 자신의 이름에 갇혀 제약을 받는 스타일은 아니다. “평소에도 모자를 즐겨 쓰는 편이 아니에요. 안경이나 선글라스는 더더욱. 이렇게 여행을 할 때는 모른 척해 주시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안경이나 선글라스로 여행의 자유로움을 가리고 싶지도 않아요. 숨바꼭질하듯 숨어 다니는 건 별로거든요”. 런던에서 5일 동안 매일 스스로 챙겨온 데일리 룩을 선보이며 “내일 룩을 기대하라”는 말로 스태프들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 국내에서는 구하지 못할 ‘잇’ 아이템을 고르느라 서너 시간씩 백화점에 틀어박혀 시간을 죽이는 일 따위는 절대 없는, 옥스퍼드 스트리트 한복판에서 셀카봉을 들고 모든 스태프들을 자신의 등뒤로 불러 세워 사진 찍는 사람. 런던에서의 일주일, 런던에서의 김수현은 여행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평범하고 익숙한 시간들을 흘려 보냈다. 어떻게 해야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 아무 특이사항 없이 사람들 속에 섞일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여행에서 느낀 이런 자유분방함은 그가 카메라 앵글 안으로 다시 들어섰을 때 더한 에너지를 뿜어낼 것이 분명하다. 다음 목적지로 설정된 작품이 나타나기만 하면 느슨해졌던 자신을 조이는 것 또한 그의 몫이니까. 다음 작품. 드라마 또는 영화. 너무 오래 쉬는 건 아닌지, 지금의 이 흥에 젖어 있는 건 아닌지, 사람들은 그게 궁금할 터. 이 모든 재잘거림, 소문의 끝에서 이야기를 끝내야 하는 것 또한 자신이란 걸 김수현은 잘 알고 있다. “정말로 정해진 게 없어요. 연기를 쉬고 있는 시간은 지켜보는 이보다 당사자인 저에게 훨씬 더 많은 무게감을 줍니다. 하지만 다음 작품에 대한 얘기는 모른 척할 수도, 가볍게 넘길 수도 없는 부분이라서 더 조심스러워요.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얘기 중인 작품이 있었거나 저울질하고 있는 역할은 없었습니다. 마음이 동해야 하는데, 아직 제 짝을 만나지 못했어요”. 그리고 그의 팬들은 아마도 다음 작품이 영화일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런 유추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그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는 말이다. 드라마와 영화 양쪽 모두 턱을 괴고 그를 올려다보고 있다. 어느 쪽에 비중을 둘 것이냐, 어디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시청률과 관객, 광고주의 대이동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한류가 거세지면서, 이제 국내는 물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까지 그 영향력이 무한 확장됐기 때문에 작품에 임하는 배우의 책임감은 더욱 중요해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자신이 있다는 걸 그는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

 

“연기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싸움이에요. 어떤 배우도 자신의 역할을 쉽게 건성으로 표현하지 못하죠. 캐릭터에 완전히 체화되지 않으면, 그야말로 ‘연기’를 하게 되니까요. 맛있게 밥 먹고도 명치 끝이 얹힌 느낌이랄까. 연기만큼 정답이 없고 완성되기 어려운 게 또 있을까 싶어요.” 연기와 인기는 분명 같은 그래프 안에 있지만, 반드시 같이 상승하지는 않는다. 김수현이 여러 가지 면에서 안전한 배우로 손꼽히는 이유는 바로 매 작품 이 두 가지가 같은 곡선을, 그것도 아주 가파르게 그려나갔기 때문이다. 드라마 <드림 하이>와 <해를 품은 달>, <별에서 온 그대>와 영화 <도둑들> <은밀하게 위대하게>까지 장르와 매개체, 캐릭터에 상관없는 일괄적인 상승세. 이 모든 목표치를 완성하는 동안 배우가 감내했을 고통은 우리가 알아채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김수현처럼 캐릭터에 캐릭터를 입혀 결국은 자기자신이 되고 마는 완벽주의자라면 더더욱. 그가 가진 이 재능이 천부적으로 타고난 것이냐, 땀과 노력의 결과물이냐고 묻는다면, 그 답은 김수현뿐이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든, 잘 훈련된 연습량으로 움직이든, 우리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자연스러우니까. 진심을 꿰뚫는 것 같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대사를 뱉어내면 연기가 아닌 실제가 되는 것이다. 눈빛만으로, 미세한 손동작만으로도 감동을 일으키는 배우가 되기 위해 그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지나왔을까.

 

김수현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배우’라는 무형의 옷이 왠지 실물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눈빛이 살아나고,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까지 끌어올려 감정선을 최고치에 올려놓는 배우 김수현과 앵글 밖으로 뛰쳐나온 일상의 김수현은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마치 상황에 따라 버튼 하나로 그의 몸에 ‘배우’라는 투명 옷을 입혔다가 사라지게 하는 효과랄까. 런던에서 찍은 많은 사진 중에서 그의 눈과 코, 입이 뒤틀리지 않은 사진이 몇 장이나 될까. 스스로를 오징어로 만든 후에야 터치 버튼을 누르는 아주 이상한(?) 취미가 있다. 컬렉션을 하듯 자신의 휴대폰 사진 폴더에 그런 종류의 사진만 한가득 모아 놓은 후,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기 전 애피타이저로 대방출해서 일행에게 웃음을 준다. 사람을 경계하고, 오래 곁에 두지 못하는 직업적인 특성 같은 것도 이 팀에서는 유효성을 발휘하지 못한다. 다만 김수현은 조금 느리다. 낯설음과 낯가림의 중간 즈음에 있기 때문에 한 번에 마음을 열어 젖히거나 새로운 사람에 대한 호기심으로 증폭되는 관계 형성은 더더욱 어렵다. 작품 때마다 엄청난 주변인이 생겨나지만 오롯이 자신을 전부 드러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덕분에 상대방 또한 그의 진심을 알아차리기까지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쪽 일이라는 게 자신을 드러내고 증명해 보여야 좀 더 빨리 이름을 알릴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저는 자격 미달이죠. 나서서 주장하거나 뭐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 같은 건 많지 않아요. 저만의 방법으로 목적지까지 천천히 다다를 수는 있는데, 전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거든요”. 보여지는 게 다가 아닌 요즘이다. 보이지 않는 그 너머까지 계산에 넣어야만 빠른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도 김수현은 자신의 방법을 접을 마음이 없다. 빨리 가는 방법을 모르는 게 아니라, 적당한 자기 타협은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마지막 날, 골든 스퀘어 벤치에 앉아 다같이 휴식을 취했다. 무척이나 차가운 공기였지만, 내내 어두웠던 하늘이 아주 반짝 햇빛을 내어준 시간이었다. 근처 카페에서 산 시나몬 빵 한 덩어리를 던져 일대의 비둘기를 모두 그의 발 밑으로 불러모았다. 머릿속을 차갑게 식히는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아주 잠깐 표정 없는 얼굴이 지나갔다.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러 가기 전이었고, 그의 머리엔 여기 있는 동안은 볼 수 없었던 모자가 씌워져 있었다. 비행기에 오름과 동시에 그는 다시 유리 벽에 갇힐 것이다. 크리스마스 점등으로 축제 분위기에 싸인 런던에서의 들뜬 시간은 신기루처럼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보슬비에 발목이 잡혀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로 몸을 덥히던 시간도 흘러 보내야 할 것이다. 다만 중요한 건, 이 모든 시간의 결이 그에게 또 다른 감정선을 만들어내 우리에게 돌려줄 테니까.

 

 

 

Credit

  • editor 채은미
  • contributing editor & writer 김민경
  • stylist 권은정
  • photo 장덕화
  • MODEL Mary Charteris(Premier Model Agency)
  • hair Gong Tan(S Hue)
  • make-up Sun Duk(S Hue)
  • hair&make-up 김미경(Mary)
  • PRODUCTION Hann Creative
  • DESIGN 하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