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변소 청소부의 모험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그렇지 않아도 불쾌지수 높은데 이 무슨 변소 냄새나는 이야기냐고요? 미안합니다. 그러나 단언컨데 이 책은 냄새와는 별개로 당신의 불쾌지수를 싹 날려줄 위트와 스릴과 스토리텔링으로 가득 차 있답니다. 열 다섯 살 천재 흑인 소녀 놈베코의 모험, 지금 시작합니다.

프로필 by ELLE 2014.08.06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의 커버를 벗겨내 뒷면을 펼치면 놈베코의 모험의 키워드들이 멋진 일러스트로 펼쳐집니다.

 

지난 시드니 출장 파트너는 요나스 요나손의 두 번째 장편소설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였어요. 아마 이 책 때문이었을 거예요. 면세점에서 이상하게도 향수에 욕심이 생긴 까닭 말이에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서 남서쪽으로 16km가량 떨어진 도시인 소웨토(소웨토는 아파르트 헤이트 시대에 정부가 인종분리를 위해 흑인 거주지로 지정한 곳이라네요)에서 다섯 살 때부터 ‘똥통’을 나르던 놈베코. 오 이런, 너무 격 없는 표현이었나요. 그럼 다시, 공동변소 분뇨 수거일을 하는 이 소설의 주인공 놈베코가 매일 이고 지고 다니던 그 대상의 냄새를 희석시키고자 했던 의식적인 행보였을 거예요.
아마 이 책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렇게 구입한 향수 쇼핑백을 홀랑 잃어버린 연유 말이에요. 시드니 공항 어딘가를 부유하다 운 좋은 여행자를 만났을 향수들의 행보는 어쩌면 내 무의식을 대변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난 놈베코의 체취가 되었을 그 냄새에 이미 코가 마비되었고 어쩌면 매료되었던 건지도 몰라요. 뿐만 아니라 간결한 문장,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이야기의 가속도는 향수가 필요 없을 정도로 냄새를 빠르게 희석시키고 있었거든요.

 

 

 

 

 

 

이 책의 원작 제목은 <The Girl Who Saved The King Of Sweden>입니다. 그래서 해외판 커버의 주인공 놈베코 일러스트엔 ‘모험’보단 ‘왕관’의 이미지가 강조됐더군요.

 

줄거리 대신 전하는 주인공의 바이오그래피
이름 놈베코, 1961년생.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소웨토 출신으로 까막눈이라 불림.
학교 문턱에 가본 적이 없고, 소웨토 밖으로 한 걸음도 내디뎌 본 적 없는 흑인 소녀.
분뇨 수거통을 세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돼 수학 천재가 됨.
매일 라디오를 들으면서 말하는 법과 고급 어휘 터득.
14세 때 우연히 마주한 이웃집 치한을 가위로 협박해 글을 깨우침.
15세 생일에 지긋지긋한 고향을 떠나 국립도서관을 향해 모험 시작.
모험 첫 날 차 사고를 당한 것도 모자라 억울하게 얼간이 핵 전문가의 집에서 하녀 생활 시작.
‘까막눈이’에서 ‘네 이름이 뭐더라’로 호칭 변경.
겉으론 청소부였지만 핵폭탄 제조에 특유의 수학적 재능으로 일조하게 됨.
그러던 어느 날 주문량보다 초과 생산된 핵폭탄을 떠 않고 세상을 구하기 위한 모험 시작.

 

 

 

 

 

 

 

몇몇 읽을 거리. 호흡이 빠른 소설 속 내용 전달을 위한 줄긋기는 호흡이 길어야 한다는 아이러니가 있네요.

 

 

 

 

놈베코의 언어 습득 방법

 

 

 

 

놈베코가 글을 깨우치게 된 계기

 

 

 

 

놈베코의 수학적 능력

 

 

 

 

 

 

 

[풍자 넘치는 소설 속 대표 얼간이 2인]

 

 

1 엥엘브레흐트 판 데르 베스타위전
수학을 모르는 핵 전문가. 기부 입학 및 기부 수석 졸업한 알콜중독 얼간이.

 

 

 

 

 

2 잉마르
어릴 적 스웨덴 국왕인 스타브 6세가 우표를 건네며 머리를 헝클인데 대한 감사의 인사를 못한 것이 한이 되어 왕을 알현하기 위해 전재산과 인생을 탕진하는 남자. 그러다 왕의 본성을 마주하고 복수의 칼날을 가는 왕립우체국 말단 직원이었다가 백수를 자청한 얼간이.

 

 

*이곳에 흩어진 텍스트들이 어떤 스토리로 이어질지 궁금한가요. 놈베코의 기상천외한 모험담은 책에서 이어집니다.

 

 

 

 

 

 

 

이주의 덤! Gertrude & alice Cafe Bookstore

 

 

시드니 본다이 비치 근처에서 정말 멋진 북 카페를 만났어요. 오전 7시에 문을 여는 이곳에서 호박생강스프와 크로와상을 먹으며 책을 읽었던 잠깐의 시간은 정말 행복했답니다. 이곳 주인장들은 내 집 같고, 자연스러우며,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고 하네요. 인테리어는 누가 봐도 중고 북숍인데 3개의 존으로 나눠진 실내엔 테이블과 의자, 더러 소파가 놓여있어 많은 사람들(아이들도 함께)이 시끌벅적하게 혹은 조용한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더군요. 사고 싶은 책도 꽤 있었는데 그 중 1966년에 출간된 헨리 밀러의 소설책 한 권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계산대 앞에서 호주판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도 만났어요. 반가워서 투샷 촬영! 혹 시드니 갈 일 있으시면 시간을 여유롭게 잡고 한번 들러보세요. 정말 멋진 곳이었어요.
add 45 Hall St Bondi Beach, Sydney Australia tel +61 2 9130 5155
www.gertrudeandalice.com.au

 

 

 

Credit

  • EDITOR 채은미
  • DESIGN 오주희